빵점짜리 마법사 레나르가, 마법 소금을 만들다!
"무슨 짓이야? 당장 이 손 놓지 못해?"
앞치마를 한 아주머니는 소금가마니를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며 물었습니다.
"이게 뭐 길래 시장바닥에 내려놓기도 전에 냉큼 가져가는 거지?"
"마음대로 넘겨짚지 마. 이건 평범한 소금일 뿐이야."
“평범한 소금이라고? 그럴 리 없어. 갑자기 음식 맛이 그렇게 좋아지다니 무슨 수작을 부린 게 분명해. 당신 때문에 주변 식당들이 다 문을 닫게 생겼다고!”
앞치마를 한 아주머니는 콧바람을 씩씩 뿜으며 키 큰 아주머니를 다그쳤습니다.
"그 수상한 가마니에 든 게 도대체 뭐지? 어서 바른대로 대!"
"정말 말이 안 통하네. 자, 보라고. 그냥 평범한 소금이라니까?"
"평범한 소금이라니요! 이건 평범한 소금이 아닙니다!"
잠자코 있던 레나르가가 버럭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 목소리가 얼마나 쩌렁쩌렁했는지 서로 멱살이라도 잡을 것처럼 싸우던 두 사람이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졌지요. 키 큰 아주머니는 이불에 지도를 그린 아이마냥 안절부절못하며 레나르가를 향해 다급하게 눈짓을 해보였습니다만, 흥분한 레나르가는 아주머니의 신호를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레나르가는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이것은 '마법 소금'입니다! 구역질이 날 정도로 맛없는 요리도 왕궁 최고의 요리사가 만든 요리처럼 맛깔나게 바꿔주는 요술 소금이란 말입니다! 이 마법사 레나르가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제 목숨과도 같은 걸작입니다!"
앞치마를 한 아주머니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그는 돈을 한 움큼 꺼내 레나르가의 호주머니에 찔러 넣으며 말했습니다.
"오호라 그런 비밀이 숨어있었군! 어디 나도 그 마법 소금이란 것 덕 좀 봅시다!"
레나르가가 뭐라 대꾸하기도 전에 앞치마를 한 아주머니는 소금을 한 바가지 푹 퍼 머리에 이더니 저만치 달려가 버렸습니다. 워낙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레나르가는 입을 헤 벌린 채 멀어져가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을 멀뚱히 바라보고만 있었지요.
그런데 싸움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갑자기 레나르가의 주위로 웅성거리며 모여들지 뭐에요?
"이게 정말 마법 소금이란 말이오?"
"이것만 넣으면 맛없는 요리가 순식간에 먹을 만해진다는 거죠?"
사람들은 빵 부스러기에 모여든 오리 떼처럼 꽥꽥거리며 마법 소금을 마구 사갔습니다. 키 큰 아주머니가 남은 소금을 사수하려 했지만 몰려드는 사람들을 막기엔 역부족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레나르가가 시장에 나타기만 하면 우르르 몰려와 마법 소금을 사갔습니다. 레나르가는 마룻바닥에 가득 쌓인 돈 꾸러미 위에서 날마다 포도주를 실컷 마셨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젊은이가 우연히 같은 테이블에서 마법 소금이 들어간 요리를 먹다 눈이 맞아 하루 만에 결혼식을 올리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이 로맨틱한 이야기는 삽시간에 퍼져나가 사람들은 마법 소금을 '사랑을 이뤄주는 소금'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아주 헛소문만은 아닙니다. 애당초 사랑과 맛있는 음식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잖아요? 레나르가가 소문을 낸 장본인도 아니고, 그런 소문이 돈다고 딱히 손해를 보는 것도 없는데 굳이 나설 필요 있나요.
이게 다 그의 마법 소금이 너무나도 훌륭해서 생기는 일이겠거니. 레나르가는 그렇게 생각하며 오히려 흐뭇하게 여겼더랬죠.
그런데 어젯밤의 일이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요란한 노크소리에 레나르가는 하마터면 마법 소금이 든 항아리를 몽땅 깨뜨릴 뻔 했습니다. 문을 열어보니 온몸에 갑옷을 두른 험상궂은 병사들이 레나르가를 노려보고 있는 게 아닙니까!
병사들은 덜덜 떨고 있는 레나르가에게 종이를 한 장 건네더니 사라졌습니다. 종이엔 무시무시한 글씨로 크게 법정 소환장이라 적혀있었습니다.
세상에.
누군가가 레나르가를 고발했던 것입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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