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짜리 마법사 레나르가, 마법 소금을 만들다!
레나르가를 고발한 것은 마을의 영주였습니다. 표독스런 눈빛에 비웃음으로 삐뚜름한 입, 불만에 차 잔뜩 찡그린 콧잔등. 영주는 사랑의 신이 다 머쓱할 정도로 열렬한 구애활동을 펼쳐왔지만 여태 결혼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자기가 결혼을 하지 못한 걸 ‘덜’ 호감 가는 인상 탓으로 여겼지요.
하지만 이유는 따로 있었습니다. 겉모습은 둘째 치고 그는 생각이나 행동거지 하나하나가 문드러진 모과처럼 못생긴 사람이었거든요.
말이 너무 심한 것 아니냐고요? 하! 모르시는 말씀!
우는 아이들에겐 숨구멍만 뚫어놓은 두꺼운 헬멧을 씌워야 한다 주장한 사람이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목발을 짚거나 휠체어를 탄 사람들은 땅굴을 파서 만든 길만 다니게 해야 된다 주장한 사람이 있다면요? 어차피 맛도 모를 텐데 비싼 음식을 먹여 뭐하냐며 세 살배기의 포크를 가로채거나, 살만큼 산 사람은 병원에 오는 걸 금지시켜야 한단 소릴 아픈 노인들 앞에서 서슴지 않는 사람은요?
믿거나 말거나, 영주는 그런 사람이었답니다.
이토록 끔찍한 사람의 가슴도 두근거릴 줄은 아나 봅니다. 얼마 전 산책을 하던 영주는 소풍을 나온 한 무리의 사람들과 마주쳤습니다. 사람들은 예의상 영주에게도 차와 샌드위치를 권했습니다. 그러나 영주는 찻잔을 건넨 사람의 손이 무안해지도록 가만히 서있기만 했지요.
아드리아나에게 시선을 빼앗겨 차고 뭐고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거든요.
아드리아나는 영주와 모든 게 정반대인 사람이었습니다. 반짝이는 눈과 신중한 입, 늘 마음을 올곧게 가지려 애썼기 때문에 자세나 목소리에도 소나무처럼 꼿꼿하고 맑은 기운이 흘렀습니다.
이런 사람은 상대가 누구건 마주하는 이의 마음을 송두리째 뒤흔들어 놓죠. 영주는 아드리아나를 보자마자 홀딱 반해버렸답니다.
영주는 아드리아나에게 날마다 손수 편지를 써 보냈습니다. 대충 이런 식의 편지였지요.
‘친애하는 아리아드나, 내 그대에게 이 몸의 반려자가 될 숭고한 기회를 주겠네. 이 기회는 아무에게나 오는 것이 아니며, 오직 이 몸의 엄격한 심사를 통과한 자만이….’
‘나의 아리아드나여, 오늘 청록색 코트를 입은 그대의 모습은 숲의 요정도 울고 갈 정도로 아름다웠네. 다만, 굽이 낮은 천 신발은 가난한 농부들이나 신는 것으로 청록색 코트에는 보다 격식을 차린 구두가….’
‘아드리아나! 듣자하니 그대는 평소에 분칠도 하지 않은 얼굴로 밖을 쏘다니거나 이따금 이런저런 핑계를 대 머릴 싹둑 잘라버리기도 한다더군! 모름지기 스스로를 아름답게 꾸미는 건 여성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이자 의무이며, 그대는 장차 나의 부인이 될 사람으로서 다른 여성들의 모범이 돼야….’
‘사랑하는 아드리아나, 오늘은 그대에게 몇 가지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어 펜을 들었네. 본디 여성은 지아비를 섬기며 가정을 일궈 살림에 힘쓰는 것이 순리임으로 정숙한 여인이라면 책보단 프라이팬을, 펜보단 이불 방망이를 가까이하고….’
아,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 저 인간에게 염치란 걸 가르쳤으면!
아드리아나는 영주의 편지와 선물을 받는 족족 거들떠보지도 않고 돌려보냈습니다. 그러나 영주는 아드리아나의 거절을 자기 좋을 대로 해석했습니다. 일종의 사랑의 줄다리기로 여겼다고나 할까요?
‘평소엔 하루도 안 걸려 돌려보내던 걸 이번엔 이틀이나 걸려 보냈잖아? 이건 분명 마음이 흔들리고 있단 신호야!’
‘이 비싸고 좋은 걸 넙죽넙죽 받아 챙기지 않는 건 사치와 허영을 멀리하는 여인이란 말이렸다?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합겨억!’
착각과 오해는 사이좋게 서로를 살찌워가며 영주의 가슴을 점점 더 뜨겁게 달궜습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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