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점짜리 마법사 레나르가, 마법 소금을 만들다!
그렇게 짝사랑의 열병에 몸부림치던 어느 날, 영주는 '사랑을 이루어주는 소금'에 대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는 당장 하인들을 시켜 마법 소금을 잔뜩 사오도록 했습니다. 누가 그러는데, 그날 밤 마법 소금을 가득 실은 당나귀가 무려 스무 마리나 영주의 헛간으로 들어갔다 하더라고요!
영주는 마법의 소금을 아낌없이 쓴 요리들을 상다리가 휘어지도록 차려놓고 아드리아나를 초대했습니다. 음식들은 하나같이 깜짝 놀랄 정도로 맛있었습니다. 영주의 끈질긴 요구에 마지못해 초대에 응한 아드리아나조차 마법 소금을 솔솔 뿌려 구운 스테이크를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니까요.
아드라아나는 이토록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내는 요리사는 어떤 사람일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는 영주에게 요리사를 뵙고 싶다 청했고, 기분이 좋아진 영주는 흔쾌히 요리사를 불러주었지요.
“정말 훌륭한 식사였어요. 이토록 맛있는 음식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봐요.”
정직한 요리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습니다.
“아닙니다. 이 모든 건 마법 소금의….”
“네? 무슨 소금이요?”
"하하하! 아드리아나, 내 요리사의 요리가 그렇게나 마음에 들던가? 그대가 마음만 먹으면 오늘 같은 요리를 죽을 때까지 먹을 수 있다네! 하하하!"
영주는 거들먹거리며 한참 동안 자신의 성과 땅, 금고 속 보석들 따위에 대해 떠들어댔습니다. 그 모든 것들이 결혼만 하면 아드리아나의 것이 될 것이란 말을 넌지시 덧붙이면서요.
그러나 아드리아나는 영주의 헛소리가 하나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아까 전부터 눈앞에 서있는 요리사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었거든요.
깔끔하게 틀어 올린 머리에 짧고 깨끗한 손톱. 겸손하고 다정한 눈빛과 고집스러움이 느껴지는 코. 아드리아나는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붉히며 말했습니다.
“아무튼 잘 먹었어요. 좋은 경험을 선물해줘서 고맙습니다.”
“…오늘 드신 요리는 제 실력이 아닙니다.”
“어머 그런가요?”
“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진짜 제 요리를 맛보여드리고 싶군요.”
“다음이랄 거까지 뭐 있나? 아드리아나, 그대가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 내일부터라도 이런 요릴 물리도록 먹을 수 있다니까?”
영주는 눈치 채지 못했습니다. 요리사와 아드리아나 사이에 오가던 뜨거운 눈길을 말이죠.
얼마 후 요리사는 영주의 저택을 나와 아드리아나와 함께 살기 시작했습니다. 둘은 백합이 가득 핀 정원이 딸린 집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둘의 소식을 들은 영주는 길길이 날뛰었습니다. 이런 사람은 일이 틀어지면 남 탓부터 하고 보지요. 영주는 자신이 마법 소금의 끔찍한 부작용에 당한 피해자라 주장했습니다. 사용법이 제대로 적혀있지 않아 엉뚱한 사람을 사랑에 빠지게 만들어 버렸다나요?
영주는 레나르가를 비열한 사기꾼이라며 고발했습니다. 그러고도 모자라 보이는 사람마다 붙잡고 레나르가와 그의 마법 소금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을 해댔습니다.
나쁜 소문은 좋은 소문보다 훨씬 발이 빠른 법입니다. 며칠만 지나면 레나르가는 사람들을 현혹하여 잇속을 챙기는 천하의 악명 높은 마법사가 되어있을 테죠.
'이걸 어찌한단 말인가!'
레나르가는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는 다른 마법사들처럼 허튼 소문을 안개처럼 사라져버리게 할 수도, 저주를 내려 괘씸한 영주를 혼내줄 수도 없었습니다. 어쩌면 한시 빨리 짐을 꾸려 이곳을 떠나는 것이 상책일지도 모릅니다. 레나르가는 꽤 발이 빠른 편이니, 운이 좋으면 잡히지 않고 이웃나라로 도망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는 선뜻 떠날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이지 너무나도 억울했으니까요. 그저 열심히 마법 소금을 만들어 팔기만 했을 뿐인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 레나르가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어느새 동이 트고 있었습니다. 법정에 출두할 시간이 점점 가까워져옵니다. 레나르가는 탁자 위에 놓인 마법 소금을 뚫어져라 바라보며 생각을 거듭했습니다.
이윽고 레나르가는 마법 소금을 마른 종이에 둘둘 말아 소매에 넣었습니다. 그는 도망치지 않을 것입니다. 마법사의 구레나룻과 오른손 약지를 걸고, 그는 떳떳하게 재판을 받을 작정입니다. 못난 마법사라고 자존심도 없으리란 법 있나요. 억울한 비난과 이유 없는 질타를 견뎌낼 수 없을 만큼 마법 소금은 별 볼일 없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꿈과 열정, 그의 모든 것을 쏟아 이뤄낸 결과는 고작 그 정도로 무너질 나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레나르가는 힘차게 문을 열고 집을 나섰습니다. 여차하면 괘씸한 이들의 눈에 소금이라도 한 주먹 뿌려버리리라 다짐하며 말입니다.
-끝-
#여성서사 #여성주인공 #동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