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한 출연료는 얼마일까? 2

부제 : 당신은 혹시 산타인가요?

by 박희영

방송작가로 취업을 한 후 막내, 서브 딱지를 떼고, 드디어 메인 프로그램을 맡았다.

시사 프로그램이었다. 시사에는 크게 관심도 없고 지역의 현안에 대해 그리 해박하지도 않았는데 시사프로그램을 덜컥 맡았더니 매일이 산 넘어 산이었다.

그러다 지역을 대표하는 기관의 박사님과 통화할 일이 있었다.


"박사님 안녕하세요. 저는 ○○○ 프로그램 작가입니다. 처음 연락드렸어요."


"네~~작가님~ 무슨 일 때문에요?"


20대의 나는 기관의 박사님이라는 직함에 덤덤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바들바들 떨며 전화를 했고, 이런 나의 속내를 읽은 듯이 박사님은 너무나도 친절하고 차분하게 말씀을 계속하셨다. 내가 너무 초짜 같았을까? 아니면 떨리는 속내를 발견해서일까, 그 박사님께서는 왜 그리 마음을 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의 인터뷰 분량 외에도 지역의 굵직한 패널들의 핫라인을 오픈하며 패널리스트를 '자발적으로' 만들어주셨다.

그리곤 말씀하셨다.


"섭외 잘 안되면, 내가 추천했다고 내 이름 팔아요.

그리고 그래도 도저히 안되면 나한테 전화해요. 내가 또 다른 적임자 구해줄 테니까."



어안이 벙벙하게 전화를 끊었다. 믿을 수가 없었다. 첫 섭외전화가 이리도 순탄할 수가 있단 말인가.

이 박사님을 섭외한 후에 다른 패널들에게


"같이 출연하실 분은 ○○○박사님이시고요..."


이 한마디에 또 다른 섭외도 일사천리로 마쳤다.


그 박사님은 일면식도 없었던 나를 왜 그리 챙겨주셨을까.

덕분에 나는 메인을 맡은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 스토리를 아는 주변 사람들은 '될놈될'이라고 말했지만,

나는 세상이 험한 곳으로 발 딛는 여행자를 위해 응원을 보낸 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런 행운이 또 찾아왔다.

음악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가장 큰 고민이었던 출연료!

타 방송국 음악프로그램의 출연료를 알 길이 없어 답답하던 찰나! 섭외전화를 하면서 구세주를 만났다.


그 사람은 내가 섭외하고 싶은 가수의 소속사 대표였다.


"대표님 가수 ○○○씨 담당하시죠? 제가 그분의 오랜 팬이었는데요....

그분을 꼭 섭외하고 싶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아주 발랄한 목소리의 대표님은 초조한 내 마음과는 달리 물음표 살인마처럼 질문에 질문을 계속 던졌다.



"작가님 무슨 프로그램이라고요?"

"그 프로그램은 주로 어떤 아티스트가 출연해요?"

"방송 시간은 요? 제작하신 지 얼마나 됐어요?"



끝도 없는 질문 끝에 말했다.


"작가님- ○○○씨는 요즘 활동을 하지 않으세요. 이 분은 돈으로 움직이는 분은 아니고요,

활동하실 때만 무대에 서시기 때문에 아마 이번에는 어려울 것 같아요."



한 껏 풀이 죽은 목소리로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 우리 프로그램에 대해 꼬치꼬치 묻기 시작했다. (사실 섭외 초반에 프로그램에 관해 먼저 물어주는 사람이 없었다) 아직 뭐라 소개할만한 데이터가 쌓인 것은 아니지만, 프로그램을 기획한 취지와 만들고 싶은 무대, 아티스트에게 해줄 수 있는 것들 (물질적인 것보다는 프로그램 퀄리티로 보답하겠노라 읍소했다)을 말하자 그 대표는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말했다.



"정말 대단하네요! 새로운 음악프로그램이 생긴다니까 너무 좋습니다." 그리고,

"혹시 연락처 필요한 가수 있나요? 소속사 분들은 좀 아시나요?"라고 먼저 묻는 게 아닌가.



'아니요! '절대로' 없습니다. 제발 모든 가수들 연락처를 좀 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비즈니스 하는 사이에, 너무 내 패를 다 깔 수는 없어서 적당히 솔직하게 대답했다.



"제가 방송작가로 경력은 좀 있지만 음악프로그램 제작은 처음이라 아직은 멘땅에 헤딩하기 수준이에요."



뭐 거기서 거기의 대답이지만 그 대표님은 자신이 인디계에는 인맥이 꽤나 있다며,

요즘 잘 나가는 메이저 소속사의 핫라인을 몇 명 알려주겠다고 말을 하는 게 아닌가



"작가님 이 사람들이 실세니까 회사로 전화하지 말고 이 사람들한테 전화해요"

"섭외하시면서 저한테 전화번호 받았다고 하시고요, 저랑 친하다고 하셔도 돼요"

"혹시 추가로 연락처 필요한 가수 있으면 또 전화 주세요"


그리고 그 대표님의 말은 빈말이 아니었다.

실제로 대표님의 핫라인들은 정말로 그 바닥 실세였으며, 이 대표님의 연락처로 많은 가수들을 섭외했다.

마지막으로 궁금한 게 없냐는 말에, 망설이고 망설이다 물었다.



"대표님 혹시 저희 출연료가 업계 기준으로 어떤가요? 많이 적은가요?"



전국 음악프로그램에 다 출연해 본 대표님은 업계 평균+알파라고 대답했다.

기본 출연료는 거의 비슷하고 최고 금액은 약간 더 많은 편이라고.

정말 진부하지만 십 년 묵은 체증이 확 뚫리는 기분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신기하다.

어쩜 그리 도와주는 사람들이 많았을까.

이후로도 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일부러 마음을 내어준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이정표도 없이 표류할 뻔했다.

새로운 음악 프로그램을 응원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정성을 들여 한 번 더 소개하고 싶다.




(재)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2025년 대구 특화 출판산업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사진 출처 : 픽사베이>



keyword
이전 08화적정한 출연료는 얼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