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한 출연료는 얼마일까?

부제 : 덕후의 통계학

by 박희영

정말 고민이었다.

과연 적정한 출연료는 얼마일까?


행사나 공연은 ‘그 바닥’에서 대략의 시세가 정해져 있다. 그런데 방송은 얘기가 다르다. 출연료가 워낙 제한적이다 보니, 책정된 방송 출연료 안에서 '양질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가 쉽지 않았다. 더구나 당시 내가 몸 담고 있던 방송사에서는 정규프로그램에서 쇼프로그램 제작은 처음이었고, 향토 가수가 아니라 전국구로 활동 중인, 소위 서울 가수가 출연하는 프로그램도 제작한 적이 없었다. 그러니 기준도, 참고할 매뉴얼도 없었다. 게다가 우리는 ‘지역’이라는 핸디캡까지 안고 있었다. 서울에서 지역까지 내려오려면 교통비, 숙박비, 소요 시간 등을 고려해야 한다. 때문에 가수들을 가장 쉽게 섭외하는 방법은 '출연료'를 많이 지불하는 것이다. 출연료가 부족하다면, 프로그램이 유명하기라도 해야 한다. 프로그램의 인지도는 굉장한 파급효과가 있으니까. 하지만 우리에겐 돈도 이름값도 없었다. 제작비는 바닥이었고, 남은 건 몸으로 버틴 경력과 불타는 열정뿐. 첩첩산중이라는 말이 이렇게 피부로 와닿은 적이 또 있었나 싶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어떻게 따낸 프로그램 제작 기횐데, 이걸 날려버릴 순 없지 않은가.

결국 이 난관을 뚫고 나갈 방법은 정공법뿐이라고 생각했다.



우선 섭외하고 싶은 가수들의 리스트를 만들었다.

그 기준은 단순했다.


- 활동 연차

- 멤버 수 (멤버가 많으면 경비도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 출연 시 예상 관객 규모

- 그리고, 그 가수가 자신의 SNS에 출연 소식을 올렸을 때 덩달아 우리 프로그램이 받을 홍보 효과



이건 어디 전문기관에 의뢰한 조사도 아니고, 인력이 많아 나눠서 한 조사도 아니었다.

오직 나 혼자, 음원차트와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X(당시엔 트위터)를 눈이 빠지도록 옮겨 다니며 뒤진 결과였다. 조사 과정은 아주 비과학적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 나는 인생 NN 년 차 ‘덕후’ 아닌가. 온몸으로 ‘내 가수’를 공부 한 경험이 있는 덕후의 시장조사는 결코 틀리지 않는다! (… 고, 믿는다.)

그렇게 가수들을 ‘잘 팔리는 가수’(즉, 관객이 몰린다는 뜻), 안정적인 실력의 ‘믿듣보’ 가수, 그리고 ‘라이징 스타’로 나누고, 병아리 눈물만큼이라도 출연료에 차등을 뒀다. 이는 내가 그들에게 드릴 수 있는 최소한의 배려이자 존중이었다.


그런데 나대로 준비를 마쳤지만 가장 큰 문제가 남아있었다.

“이 금액이 과연 업계에서 통용되는 ‘보통’ 수준이 맞을까?”이다.

이건 상대 프로그램의 제작진이 아니면 절대 알 수 없는 영역이었다. 그런데 우리 프로그램은 정말 될 프로그램이었나 보다. 막막하던 어느 날, 섭외 전화를 돌리던 중, '누군가'가 그 문제를 풀 열쇠를 내게 준 것이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찬란한 네온사인이 켜졌다.

아, 드디어 업계 시세를 알 수 있는 ‘비밀의 문’이 열렸구나.




(재)대구디지털혁신진흥원 2025년 대구 특화 출판산업 육성지원 사업"에 선정·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keyword
이전 07화가수들은 다 청력장애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