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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과 기억 사이

조각조각난 기억들

by 라나뜨

꽤 근처에서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진다.

"거기 누구 있어요?"

낯익은 목소리와 함께 짙은 어둠 속 그림자가 들어찬다.


나는 빠르게 코너를 돌아 자세를 낮춰 숨었다.

'누구지?'

하지만 나를 본 듯 그 사람이 내 쪽으로 다가온다.


"저기요, 다 보여요."

어둠 속 빛 한줄기가 내게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내쪽에서는 그의 모습이라곤 검은 머리칼이라는 것 밖엔 알 수 없었다.

트리샤 실루엣.png

"여기까지는 무슨 일이죠? 본부에는 아무나 못 들어오는데, 혹시 무장시위대라면 나가주세요. 제발 그냥 왔던 길로 다시 돌아 나가주세요. 신고하겠어요."


"본부에서 소집 연락이 있어서 왔습니다만, 어디로 가야 할까요?"

어둠 속 짙은 그림자를 향해 물었다.


"아.. 가까이 올래요?"

그의 짧은 한숨이 지나고 가까이 오라는 말에 선뜻 다가가기가 쉽지 않다. 내 정체는 들켰다만 누군지도 모르는 이에게 다가가고 싶지는 않았다.


"오, 이제 보니 알겠네요."

짙은 그림자 속 그 사람이 쭈욱 내게로 얼굴을 내밀었다.


"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나는 주춤 한 발짝 뒤로 물러선다.


"아까 광장에서 나랑 부딪혀서 넘어졌었나?"

아래에서부터 위로 스락 훑는 그의 시선이 왠지 모르게 불쾌하게 느껴진다. 그리고 그의 말투로 조금 바뀌었다.

"걱정하지 마, 일단 나를 따라와 볼래?"

내게 그녀는 초면이었지만 그녀는 나를 잘 알고 있는 듯했다.


"저를 아세요?"

중앙광장에서 내게 검은 알약을 건넨 그 사람이라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그것 말고 이전에 이 사람을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적어도 지금의 내 기억 상으로는 말이다. 어쩌면, 요원이 되기 이전의 나였을지 모르겠다. 조각조각난 나의 어지럽혀진 기억에서 만난 아이였을지도 모르지.


"당연하지, 내 이름은.. 알지? 트리샤... 티샤라고 불러. 소중한 친구가 지어준 이름이지."

나를 보는 트리샤의 눈동자가 유독 빨갛게 보인다.

"따라와. 길을 안내해 줄게."


트리샤를 따라 복도를 걷는다.


"하여튼, 본부는 이게 문제야. 뭐 이렇게 숨길 것이 많은지 꽁꽁 싸매 놓다 못해 미로처럼 길을 꼬아놓았는지... 알 수 없어."

연방정부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는 듯 트리샤가 평면도를 보며 복도를 안내했다.


"티샤.. 아니, 트리샤는 요원이세요?"


"진짜 몰라서 묻는 건 아니지? 너도 나 알잖아. 진짜 오랜만에 만났는데, 어색하게 그러지 말고 말 편하게 해. 우리 원래 이런 사이 아니었잖아. 설마 기억하지 못하는 건가? 뭐, 상관없나."

왔던 복도인지, 처음 온 길인지 알 수 없는 시간이 지나고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했다.

"여기야, 내가 일하는 곳이."

그녀가 스캐너에 팔목을 대자 삐빅 하며 틈이 갈라지고 안쪽으로 통하는 문이 열린다.


"어, 다른 요원들은 어디 있죠? 소집 명령이 있어서 바로 가봐야 하는데, "


"정신 차려, 에글. 넌 반드시 기억해내야 해."

뒤에서 누군가 나를 내리침이 느껴진다.

"네가 지구시민이 된 목적을 반드시 기억해 내."


퍽!

트리샤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시야가 가려진다.





[아나운서] 안녕하십니까, 오전 뉴스의 호안나 아나운서입니다.


나는 화면 속 영상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먼저 목소리를 시작으로 라운드 뉴스의 로고가 지나가면서 짙은 갈색의 정장 핏이 아름다워 보이는 아나운서의 모습이 나타난다.


[아나운서] 이틀에 걸친 정부를 향한 대규모 집회가 어젯밤 막을 내렸습니다.

아나운서 뒤의 유리 디스플레이로 그 생생한 현장이 송출되기 시작했다.

[아나운서] 세계시민 안전연방정부 중앙광장에 예상을 뛰어넘는 시민들이 몰려 곳곳에 심각한 혼잡이 발생했지만, 정부의 신속한 대응으로_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어? 참.. 별 일도 다 있었구나."

내 의지가 아닌 이 기억 속의 또 다른 내가 말했다.


[아나운서] 당초 정부 측의 예상과 달리 타 지역에서도 많은 인원이 집결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자료 영상으로 자유를 갈망하는 시민들의 처절한 울부짖음이 보인다.


'와.. 엄청 많네... 저만큼이나 몰렸다고?'

정말 생각 외의 인구였던 것 같았다.


퍽!

어디선가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어?"

창문 너머 밖을 바라보지만 그저 평온한 하늘의 도시 풍경이었다.

뭔가, 무엇인가가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뭐였지?'


[아나운서] 또한 정부 측의 총기 오발 사고로 시민 87명이 사망하면서 예정되었던_


영상에서는 들리지 않았지만 시민들의 움직임은 알아볼 수 있었다.

"87명이나? 총기 오발 사고라니... 정부.. 이번에 민심 잡기는 힘들겠어."


[아나운서] 500만에 육박했던 시민들은_

무너진 연방정부의 건물이 줌인된다. 성한 곳 없이 완벽한 폐허로 뒤집어진 연방정부의 모습이 왜인지 모르게 속 시원했다.


'그러게 애초부터 일을 잘했으면 일어나지도 않았을 일이야. 그놈의 교류, 교류 따위가 뭐길래. 시민들에게 신경이나 좀 써줄 것이지.'


[아나운서] 집회의 주최자이자 전 세계시민 안전연방정부의 전임 책임장관이었던 트릭 에이전트 폴 헤아너그 대표는 연방정부가 시민을 상대로 사기극을 벌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현장에 나가 있는 문하나 기자 연결해 보겠습니다.


중앙광장의 쉼터를 비추는 화면으로 전환된다.


[기자] 네, 문하랑 기자입니다.

아주 잠깐의 정적이 흐르고 이번에는 뉴스룸과 현장 카메라로 화면이 분할된다.


[아나운서] 지금 어딥니까?

[기자] 네, 저는 현재 대규모 집회가 종료되고 당국에 의해 현장 정리가 진행 중인 세계시민 안전연방정부 중앙광장에 나와 있습니다.

[아나운서] 지금 상황은 어떻습니까?

[기자] 한 요원의 총기 오발 사고로 인해 대형 참사가 발생했습니다_

기자 뒤로 수습되지 못하고 이리저리 엉킨 시체들이 가득 보인다. 모자이크 되어 있었지만 그마저도 차마 눈으로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윽..."

토할 것 같다.


[기자] 아직 상황이 완전히 수습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사고 현장 주변 곳곳에 혈흔과 시신의 일부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아나운서]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 표명이 있었습니까?

[기자] 아직 없었습니다.

[아나운서] 이렇게 큰 사고가 났는데도 말입니까?

[기자] 네, 그렇습니다. 현재까지 연방정부의 공식 입장 발표는 없는 상황입니다. 어떠한 사과나 관심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망 사고 직후 대부분의 시민들은 대피했지만, 현장에 남아있던 소수의 무장 인권 단체들이 본부 건물에 진입하면서 사태가 악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아나운서] 사태가 악화됐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일이 있었나요?

이번엔 폐허로 남겨진 연방정부의 건물이 보인다.

[기자] '타마시아더'라는 시민단체가 사건 이후 광장에 남아 방화를 저지르면서 2차 피해로 이어지게 되었습니다.

[아나운서]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로 추정됩니까?

[기자] 소방대응체 추산 1,346조 원 상당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뭐? 몇 조?"


[기자] 11시간 30여분 만에 완벽 진화되었습니다. 메모리센터로 불이 번지면서 진화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 것으로 파악됩니다.

[아나운서] 추가적인 인명 피해는 없었습니까?

[기자] 정부 요원 100여 명이 유독가스를 흡입해 현재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습니다. 또한 메모리칩 생산 시설인 메모리센터의 전체 생산라인이 현재 복구를 위해 모든 작업을 중단한 상태입니다.

화면은 중앙광장과 본부를 번갈아 비췄다. 그리고 다시 뉴스룸으로 돌아온다.


[아나운서] 문하랑 기자님, 감사합니다. 이제부터는 트릭 에이전트의 폴 헤아너그 대표님과 인터뷰를 진행하겠습니다. 안녕하세요, 폴 대표님.

[폴] 안녕하세요. 트릭 에이전트 대표 폴 헤아너그입니다.


대표라는 폴 헤아너그는 어디선가 본 것 같은 얼굴이다. 하지만 이 사람과 직접 마주한 기억은 없었다.

'분명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다.


[아나운서] 오늘 아주 놀라운 소식을 가지고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맞나요?

[폴] 가지고 왔다기보다는 제가 직접 목격하고 경험한 것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아나운서] 그렇다면 자세한 내용을 들어볼 수 있을까요?

아나운서의 말에 폴 헤아너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폴] 아나운서님께서 소개해 주셨듯이, 저는 이전에 세계시민 안전연방정부의 교육연구 분야 전임 책임장관을 맡았었습니다.

[아나운서] 네, 아마도 시청자 여러분들께서 그때의 폴 대표님을 더 잘 기억하실 것 같습니다.

[폴] 혹시 아나운서님께서는 시민인권법에 대해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아나운서] 네, 알고 있습니다. 시민의 안전과 우주적 교류를 위해 제정된 법이 맞지요?

[폴] 당연히 지상 위의 모든 사람들이 그 법에 대해 알고 계실 겁니다.


"맞아, 나도 알고 있어."


[폴] XXXX년, 우주적 존재가 발견되고 그들과의 교류가 본격화되면서, 시민의 안전을 명분으로 세계시민 안전연방정부가 이 법을 제정하고 시행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 거짓말이었습니다.

[아나운서] 거짓말이라니요? 무슨 의미인가요? 법의 취지가 잘못됐다는 말씀이신가요?

대표가 의자 밑에서 무엇을 꺼내 들었다.


[아나운서] 이게 뭘까요?

[폴] 증거 자료입니다.

나의 집중력이 흐려질 때쯤 새로운 것이 등장했다. 폴 헤아너그의 손에 들린 것은 찰랑찰랑 흔들리는 아주 얇은 무언가였다.


[아나운서] 그것을 만져봐도 될까요? 음...

아주 희미했지만, 아나운서의 손에 딸려오는 그 물건의 사락사락하는 소리가 들린다.

[아나운서] 촉감이 정말 특이하네요.

[폴] 이것은 '종이'라고 불리는 물건입니다.


"종이?"

하얗고 한 번 접히면 절대 되돌아오지 않는 그 모양새가 지금은 볼 수 없는 과거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그것에 막 무엇인가가 그려져 있었지만, 화면으로만 보는 내가 알아보기는 어려웠다.


[아나운서] 정말 신기하네요. 그런데 이게 어떤 용도로 쓰이나요? 실제로 유용한 건가요?

[폴] 이것은 정보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죠.


"정보? 저게 데이터라도 되는 건가?"


[아나운서] 그럼 여기에 정보를 입력할 수 있다는 말씀이군요. 우리가 어떻게 이것과 상호작용할 수 있나요?

[폴] 어딘가에 정보를 입력하고 그걸 다운로드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냥 눈으로 직접 보는 겁니다. VCP와 비슷한 원리라고 할 수 있겠네요.

아나운서가 동그란 눈으로 그것을 다시 바라본다.


[아나운서] 하지만 저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요?

[폴] 당연합니다. 우리는 이것을 읽을 줄 모르니까요.

[아나운서] 그렇다면 이것을 어떻게 증거라고 할 수 있는 건가요?

[폴] 대신에, 우리가 이것을 번역할 수 있습니다. 원래의 의미를 완벽하게 전달하긴 어렵겠지만, 적어도 비슷하게나마 이해할 수는 있을 겁니다.

폴 헤아너그가 이번엔 칩을 꺼냈다.


[아나운서] 아, 그 칩 안에 번역 데이터가 들어있군요.

대표님이 칩을 아나운서에게 건넨다.

[아나운서] 잠깐만요, 이 파일을 확인하기 전에 정확히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단순히 법의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한 자료인가요?

[폴] 아닙니다.

대표의 시선이 나와 마주친다. 카메라를 향해 돌아본 그의 시선은 어딘가 울적해 보였다.

[폴] 이것은 시민인권법의 실체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시민인권법의 기원이 되는 연방정부의 초기 기획안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띠릭 띠릭, 띠릭 띠릭.

훅 들어오는 알림 소리.


[아나운서] 그럼 이대로 열어보면 되는 건가요?

[폴] 걱정 마세요. 바이러스 같은 건 없습니다.

[아나운서] 하하하.

아나운서가 손목 투입구에 칩을 꽂았다.

[아나운서] 자, 파일을 열어보겠습니다. 내용이 꽤 방대하네요. 구체적으로 어떤 파일을 봐야 할까요?

[폴] 보면서 설명해 드릴게요. 서버 공유 가능할까요?

[아나운서] 좋습니다.

화면 밑에 접속 코드가 뜬다. 그리고 그곳을 바라보자 눈 위로 창 하나가 떠오른다.


@roundnews.auto_{접속을 환영합니다. 라운드 뉴스 공공서버에 접속하시겠습니까?

나는 긍정의 신호를 보낸다.

@roundnews.auto_{100%, 라운드 뉴스 공공서버과 연결되었습니다. 오픈된 공공서버로 해킹 등의 위험이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데이터.png

데이터를 지칭하는 수많은 숫자열 사이로 칩에 담긴 파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폴] 그중에 '데드라인'이라는 이름의 파일이 있을 겁니다.

[아나운서] 네, 찾았습니다. 지금 연결하고 있습니다. 파일명은 '데드라인'이고, 임시 뷰어 파일도 하나 보이네요.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데드라인'이라는 제목의 의미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폴] 설명하자면 길어질 것 같아서, 내용을 보면서 설명드리는 게 좋겠습니다.

[아나운서] 아, 네, 연결됐고 내용이 보입니다.


A. 시행명 : 데드라인(이하 통제감시체제) 프로젝트
B. 시행기간: XXXX년 1월 25일 ~ 무기한
C. 시행대상: 시민
D. 시행목적: 도시 통제와 감시 체제 구축, 전지적 통제와 감시...

[아나운서] 전지적 통제와 감시...

아주 긴 침묵 이후 아나운서가 입을 연다.

[아나운서] 현재 서버 상태가 좋지 않아 부득이하게 서버를 닫아야 할 것 같습니다. 시청자 여러분께 죄송합니다. 방송된 영상은 라운드 뉴스 공식홈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oundnews.auto_{라운드 뉴스 공공서버와의 연결이 해제되었습니다.

깜깜했던 눈앞이 다시 익숙한 거실로 바뀌었다.


[아나운서] 내용이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우주적 존재라는 것이 사실은 단순한 가상의 그래픽에 불과하다면...

[폴] 그리고 시민인권법은 실상 허울뿐인 거짓말이라는 겁니다.

[아나운서] 이를 믿을지 말지는 시민들의 몫이겠네요.

[폴] 이건 사실입니다. 믿고 안 믿고의 문제가 아닙니다.

[아나운서] 하지만 인권법이나 우주적 존재가 거짓이라 해도, 지금 우리의 일상생활에 실제로 영향이 있을까요?

[폴] 그런 생각 자체가 잘못됐습니다. 오랫동안 속아왔기 때문에 이해가 되지 않으실 수 있습니다. 정말 안타깝지만, 아나운서님도, 시민들도 진실을 보고도 익숙한 현실에 안주하려 하시는 겁니다.

[아나운서] 네, 일단 알겠,

갑자기 대표님이 아나운서의 말을 끊고 끼어든다.


띠릭 띠릭, 띠릭 띠릭.

또다시 들려오는 알림 소리.


[폴] 전 책임장관으로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정부는 지금 시민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여러분, 깨어 있어야 합니다. 그저 순응하는 것만으로는...

[아나운서] 네, 알겠습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트릭 에이전트의 폴 헤아너그 대표님께 감사드리며, 이것으로 오전 뉴스를 마치겠습니다. 시민 여러분들의 오늘 하루가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오전 뉴스의 호안나 아나운서였습니다. 감사합니다.

라운드 뉴스의 로고가 화면을 가리며 프로그램이 끝나고 텔레비전의 전원을 껐다.


퍽!

어디선가 소리가 들린다. 시야가 흐트러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온다.


"음모론 비슷한 건가?"

무엇 하나 제대로 설명되지 못해 찜찜한 기분은 어쩔 수 없었지만,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하나 생긴 것 같다.


기억해, 기억해 내. 네가 왜... 기억해. 기억해.

어디선가 이상한 소리가 들려온다. 주위를 돌아보지만 거실에 앉아있는 나뿐이다.

"뭐지?"


일어나.

일어나.

주위가 어두워지다가 다시 밝아진다.


내 앞에 누군가 있었다.

"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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