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1011 청주공예비엔날레 방문기
*기존에 업로드했던 글을 브런치북에 옮기기 위해 새로 게시합니다.*
추석 연휴는 끝났지만, 뭔가 뭔가인... 토요일(11일)을 맞이했다. 금요일에 출근했지만 마치 출근을 하지 않은 것 같은 느낌. 어쨌든 이제 정말로 연휴가 끝난 분위기다. 그래서 쉬려던 찰나... 금요일 저녁, 엄마가 갑자기 내일 오전에 나갈 거니까 알고 있으라는 말에 나는 동의할 수 없었다.
신성한 휴일에 외출이라니! 절대로 있을 수 없다며, 항의했지만, 안된다는 우리 엄마. 결국 토요일 당일 오전, 아침에 이른 시간 일어나 온 가족과 함께 청주공예비엔날레에 방문했다.
근데 또 은근히 웃긴 것이, 처음에는 진짜 가기 싫었는데 막상 가니 사진도 열심히 찍고, 후기도 남기고 굉장히 재미있었다. 가족들은 다 먼저 앞서서 구경하는데, 나만 뒤에서 혼자 사진 찍고, 관람평도 남기고... ㄷㄷ
한 가지 확실히 해두지만, 나는 전문가가 아니다. 물론 예술대학에서 만화애니메이션학과로 공부하고 있긴 하지만, 내가 관심 있는 건 이런 순수한 작품이 아니라 상업미술이기 때문에 잘 모른다. 명작도 그냥 뉴스나 주변에서 명작이라고 하니까 "아~ 명작이네."라고 하는 거지 절대로 내가 무슨 작가의 의도를 느낀다거나 그런 건 없다.
사진도 찍고, 노트에 적은 나의 감상평을 나눌 텐데, 절대로 작가를 비난하거나 비꼬려는 의도는 없다. 단순히 일반인의 눈으로 작품을 바라본 것이니 모쪼록 잘 읽어주길 바란다.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는 14번째 진행되며, 올해의 주제는 <세상 짓기>이다.
크게 4가지의 섹션으로 구성되는데,
'보편 문명으로서의 공예'에서는 인류의 공예를 건축, 회화, 디자인으로 진화 발전해 온 경로와 관계들을 추적하며, 공예에 바치는 오마주,
두 번째 '탐미주의자를 위한 공예'에서는 디지털 문명이 초래한 속도 과잉의 시대 속 공예가 가진 가치와 중요성을 확인시켜 준다.
세 번째는 '모든 존재자를 위한 공예'인데, 공예를 통해 자연이든, 인공물이든, 동물이든, 모든 것을 초월하여 끝없이 재구성하고, 확장해 일상에서 실천하려는 공예이다.
마지막 네 번째로는 '공동체와 함께하는 공예'로 지역공동체와 함께 생산과 소비의 일치를 실험하고, 도시와 공예비엔날레에 활력을 불어넣는 작업을 보여준다.
이렇게 '짓다'라는 의미에 집중하여 인류 문명의 의식주에 바탕을 두고 인류의 삶과 관계 맺는 공예로, '세상 짓기'는 미술, 디자인, 건축을 넘어 인간과 자연, 사물을 연결해 집단의 문화를 표현하는 공동체로 함께 고민한느 공예를 보인다.
2025 청주공예비엔날레 https://www.okcj.org/ccb2025/
이것이 청주공예비엔날레 홈페이지의 안내이다. 여하튼 그렇다고 한다.
첫 챕터, '보편 문명으로서의 공예'이다. 아쉽지만, 첫 두 문장만 이해했다...
"공예는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요불가결한 용품을 만드는 것에서 출발했다. 삶의 근본요소인 의식주의 생산/소비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공예의 시작은 인간의 삶에 필수조건인 의식주에 연결된 도구로부터 시작했다는 뜻인 것 같다.
아무리 역사를 몰라도 돌을 떼어내면 뗀석기, 갈아내면 간석기, 무늬가 빗살이라서 빗살무늬토기. 이런 도구가 '공예'로 확장 진화했다는 뜻이 아닐까 싶다.
멋들어진 단어들 사이 나만의 해석을 통해 첫 번째 챕터의 관람을 시작했다.
문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작품은
마리 헤르발트 헤르만의
그리고 벽 #5 And the Wall #5
속삭임 Whispers
그리움 시리즈 Miss You Series
미국 #3 US #3
4가지의 작품이다.
그는 말했다.
도자를 단순한 용기나 형태로 보지 않고, 경험의 매개이자 서정적 언어라고.
여기에서 나는 똑같은 모양은 있어도 절대 같은 색조합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반복적인 배치를 통해 서로 다른 감각을 가진 삶의 흔적을 기록하는 그의 방식에 내 삶은 어느 그릇과 닮았을까 고민해 보았다.
다음으로 바로 옆 조금 징그러운 작품과 마주했다.
강석영의
무제 Untitled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흙, 돌, 신체 사이에서 나오는 물리적 긴장감에 대한 탐구의 과정이라고 한다.
내가 느낀 감상은, 손가락으로 불규칙하게 구멍을 뚫어 놓은 자기를 보며 그때그때 모든 것이 다른 삶과 비슷하다고 느꼈다. 찌그러지고, 눌리고, 그런 구멍을 통해 서로 다른 미세한 굴곡, 틈, 눌림에 대한 흔적이 그때그때 달라지는 인간을 보여주는 듯했다.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면,
나카무라 타쿠오의
상자 아닌 상자 #1, #2, #3, #4, #5
총 5가지의 작품이다.
그는 전통과 현대를 복합적으로 유연하게 과감한 실험을 진행한다. 상자의 내면과 외면의 균형을 다중 조형을 통해 탐구했다.
정육면체,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상자는 내부와 외부가 완벽히 분리된 공간이지만, 나카무라 타쿠오의 상자는 서로가 융합하며 확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부와 외부가 서로 공존하는 상자 아닌 상자의 모습을 우리에게 새로운 시도와 접목의 결과를 보여주는 듯했다.
이렇게 첫 번째 주제에 관한 관람을 마쳤다. 솔직히 더 사진 찍고 싶었는데,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연락에 그냥 작품 소개만 읽고 빠르게 지나갔다. 두 번째 주제에 관한 감상은 내일 올려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