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에게는 간절히 꿈꾸는 풍경이라는 것을
이 글은 용평리조트 재직 당시 멤버십 회원지 제작과 해외 언론 촬영을 함께 진행하면서, 2017년 겨울호 제작 당시 글을 쓰는 기회가 주어져 작업했던 저의 첫 에세이 입니다. 내가 에세이라니..? 걱정되는 마음을 안고 한 글자씩 써내려 갔습니다. 저의 즐거웠던 업무 경험을 글로 풀어내려니 쉽지 않았지만, 첫 에세이를 쓸 때의 긴장감과 한 겨울 스키장에서 지반과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지반의 첫 경험
지난 시즌 한 해외 스포츠 촬영팀이 용평으로 취재를 왔을 때였다. 그날따라 용평의 날씨는 유난히 맑고 쾌청했다. 덕분에 컨디션이 좋았다. 그러면서도 처음 경험하는 해외 촬영팀과의 협업 업무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 멀리 거의 2m는 돼 보이는 거구의 한 남성이 걸어왔다. 주변 촬영팀 사람들이 그의 양옆으로 서 있어서 마치 연예인같기도 했다. 그의 이름은 지반 셀바나탄(Jeevan Selvanathan). 싱가포르에서 스포츠 리포터로 활동하는 말레이시아인이었다. 순간 나는 어떻게 인사를 건네야 할지 막막했다. 다행히 지반은 쾌활한 남자였다. 만나자마자 마치 오랜 친구처럼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한국에 처음 와봐요. 그런데 겨울이 너무 춥네요.
우리나라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우스꽝스러운 표정과 제스처로 다소 딱딱한 현장 분위기를 한번에 녹여버린 지반의 친화력 덕분에 계속 좋은 분위기에서 편하게 촬영을 진행할 수 있었다. 촬영 내용에 대해 간단히 얘기를 나눈 뒤 지반과 나는 곤돌라를 타고 발왕산 정상으로 향했다. 곤돌라를 타고 발왕산 정상으로 향했다. 곤돌라를 타고 가는 20분 내내 지반의 수다가 끊이지 않았다. 자기가 어디서 태어났고 무슨 일을 하며 한국의 어떤 곳을 다녀왔으며... 그러다 유독 곤돌라 아래로 펼쳐진 용평의 겨울 풍경을 보며 연신 감탄을 터뜨렸다.
"언빌리버블! 한국에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다니! 이런 대자연을 품고 있는 용평리조트야말로 세계적인 스키장이네요."
방송 경력이 오래된 베테랑 특유의 습관적인 과장이 아닐까, 난 속으로 의심했다. 어찌 이렇게 지치지 않고 계속 "원더풀!" "언빌리버블!"을 외칠 수 있단 말인가. 체격만큼 느끼는 감정도 큰 건가. 별별 생각이 다 들었다. 발왕산 정상에서 리포팅을 마친 후 내려가는 곤돌라 안에서 지반이 말했다.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에서는 겨울의 눈 풍경을 볼 수 없어요.
한국에 온 덕분에 난생처음 이런 풍경을 봤어요.
이대로 돌아가기 너무 아쉽네요.
순간 나는 부끄러워졌다. 가까이 있어서 잘 몰랐다. 지반은 태어나서 처음 보는 겨울 풍경이 우리에게는 매년 보는 풍경이지 않은가. 누군가에게는 평생 동안 몇 번 없을 소중한 순간을 우리는 매년 맞이하고 있다. 용평리조트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떤 이에게는 부러움과 동경의 대상이 되기에 충분하다. 그런 사실에 감사하며 이번 겨울을 위한 마음의 준비를 더욱 견고히 하게 된다.
올 겨울엔 눈이 펑펑 왔으면 좋겠다. 그만큼 용평리조트를 찾는 사람들의 마음도 풍요로워지기를. 그리고 서로 간의 관계도 용평리조트에 쌓인 눈처럼 단단해지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