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by 파야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요?"

살면서 꿈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꿈을 가지고 노력하는 사람을 향해 우리는 찬사를 보낸다. 그리고 인류사를 빛낸 위인이나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들이 열정을 불태웠던 꿈에 우리도 매료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우리 모두 삶에는 목적이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않을까.

무엇을 하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는가?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수 없이 고민해본 질문이다. 세상에는 어린 시절부터 자기 꿈을 찾아내 열정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데, 나에게 그럴 만한 꿈은 왜 나타나지 않는가. 복잡한 삶 속에서 길을 잃을 때마다 나는 그렇게 꿈이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곤 했다.

작년, 나는 정든 회사를 뒤로 하고 새로운 길에 도전했다. 그리고 막 일 년이 된 지금,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언제부턴가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수많은 기업에 보낼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며 내게 어린 시절부터 쭉 달려온 목표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이 일을 정말 하고 싶어 하고 좋아하는 사람을 뽑고 싶다는 인사 담당자의 말은 회사를 위해서도, 그리고 그 자리에서 앞으로 일을 할 사람을 위해서도 지당한 말일 것이다. 이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있고, 꿈을 가지고 노력해 온 사람이 분명 세상에 존재할 것이며, 그 사람은 나보다 이 자리에 어울리리라. 그런 생각이 늘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일까.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이유가 있다면, 그리고 내가 진정 꿈에 그리고 바라는 일이 있다면 그걸 찾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고민하던 와중에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션 <소울>을 보았다.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불꽃으로 표현되는 삶의 열정을 찾고자 하는 영혼의 이야기. 그리고 그 여정을 넘어서 삶 그 자체에 대한 가치로 이끌어내는 스토리. 잔잔한 감동을 느끼며 보기에 충분했다. 꿈과 목적을 생각하며 삶에서 길을 잃은듯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던 나에게 딱 맞는 이야기였다.

생생한 캐릭터들 중에서 가장 감명 깊게 느껴진 것은 주인공 옆에서 조연으로 등장했던 이발사 캐릭터였다. 그는 원래 해군에 입대해 모은 돈으로 수의대를 가려했다. 하지만 딸의 병원비와 같은 현실적인 이유 때문에 학비가 싼 미용학교로 진학하였고, 결국 이발사가 되었다. 삶의 불꽃을 찾던 영혼은 그에게 원하던 목표를 이루지 못하여 불행하지 않느냐는 질문을 하지만, 그는 이발사라는 직업이 마음에 들며 현재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답한다. 옆에서 그의 삶이 목적이 처음부터 이발사였을거라고만 생각했던 주인공은 이 대답을 듣고 놀란 표정을 짓는다.

이 영화는 삶이란 반드시 목적과 꿈이 있어야만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보다 한 번뿐인 삶, 살아가는 것 그 자체에 있는 가치를 보여준다. 이발사의 모습처럼 내가 원하던 길에서 벗어나게 되더라도, 혹은 어려운 현실 속에서 타협하게 되더라도 삶의 가치와 행복은 늘 곁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그런 장면을 보여준 이 영화는 내가 최근에 보았던 영화들 중에서 가장 따듯한 영화였다.


내게 어려서부터 달려온 하나의 목표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인생의 꿈이며 목표라고, 다른 사람을 모두 제치고 내가 반드시 그 일을 해야만 한다고 당당하게 주장할만한 것도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게 거창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니더라도 작게나마 하고 싶었던 일, 좋아하는 일은 분명히 있었다.

지난 일 년간 내가 기울여왔던 노력은 현실적인 이유로 인해 사실상 무산되었다. 코로나를 탓하고, 현실을 탓하고 싶었다. 그리고 처음 생각과는 다른 곳에 이력서를 쓰고 면접을 보면서 말 못 할 답답함을 느꼈다. 내 앞에서 모든 길은 사라진 것 같았고, 이대로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도태될 것 같았다.

나도 이발사처럼 될 수 있을까. 이런 상황 속에서도 새로운 길을 찾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새로 찾고, 거기서 삶을 일궈낼 수 있을까. 다르게 생각해보면, 어린 시절부터 하나의 꿈에 달려온 사람들과는 다르게 나처럼 목적이 없는 사람들은 새로운 길을 얼마든지 찾아낼 수 있는 건지도 몰랐다. 하나의 목표를 위해 정신없이 달려가는 사람들은 자칫 피폐해질 수 있는 삶을 돌아보기 위한 여유를 찾는다고 하던데, 나는 그 사람들이 바라는 기회를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지금을 길을 잃은 막막한 상황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찾고, 삶의 가치를 누릴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먼 훗날 지금을 회상하며 이발사처럼 웃고, 현재 행복한 삶을 살고 있노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아직 내게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지금은 그저 실패한 채 멈춰 있는 상태다. 앞으로 어떤 길을 가야 할지 눈앞에 보이는 것은 흐릿하기만 하다. 그래도 매일 걸어야지 어쩌겠는가. 그런 게 삶이라는데. 희망적인 기대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걷다 보면 무언가 보이는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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