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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태림 Jul 23. 2024

아침을 두드리는 침대 위의 회고록

끝내 이루지 못한 투두 리스트라 할지라도

혼몽한 정신 사이로 아침이 왔음을 느낀다.

잠잠하던 톱니바퀴가 돌아가는 것처럼 사람들이, 자연이, 땅이, 동물들이 일제히 생명력을 가지고 움직인다.

그 속에는 아직 눈을 뜨지 못한 내가 덩그러니 놓여있다.


'상쾌한 아침'을 맞아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남들보다 아침에 눈을 뜨는 게 힘든 나에게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건 오늘 하루의 기대보단 전날 끝내지 못한 투두리스트와 그보다 더 먼 과거들의 부채감이 밀려온다. 나는 그 무거운 감정에 짓눌려 그동안 많은 회피를 해왔다. 아주 작고 사소한 회피부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불러오는 회피까지. 나의 삶은 오직 나만이 구원할 수 있는데 무엇을 바라고 기다리느라 많은 순간들을 놓쳤을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도 오래되지 않았다.

미루고 미루다 겨우 서른에 들어서 나를 돌아봤으니 아직 회고하지 못한 수많은 시간들은 여전히 부채로 남아있다. 하지만 지금은 여기까지면 됐다. 침대 위에서 늘어놓는 지난날의 회고록은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음을 알고 있다.


이제 몸을 일으킬 시간이다.


아침이면 나에게 진 부채감을 짧게 되새기고 몸을 일으키는 원동력으로 삼는다. 나의 아침은 물리적인 시간과 상관없이 눈을 떠서 몸을 일으키는 순간 시작된다. 남들보다 늦은 아침이라도 조급해하지 않는다. 침대 위의 회고록이 어찌 되었든 몸을 일으켰으니 오늘을 살아야 하고 새로운 투두리스트를 작성해야 한다. 나의 투두리스트는 성실히 살아내기 위한 용도가 아닌 내가 갈망하는 것과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이다. 매일 나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며 짧은 회고와 성찰을 반복해 내가 어디에 있고 어디로 나아가고 있음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그렇게 조금씩 나에 대한 부채를 갚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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