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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Oct 17. 2022

가을에게

해마다 오는 가을이지만 어떤 기분으로 또 이 가을을 보내야 하는 걸까? 가을은 점점 깊어만 가는데 나는 가을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또 아쉽게 보내야만 하는 가을이 되는 걸까? 존 키이츠는 아마도 자신의 가을을 만족했던 것 같다.      


<To Autumn>    

 

                John Keats  

    

Season of mists and mellow fruitfulness,

Close bosom-friend of the maturing sun;

Conspiring with him how to load and bless

With fruit the vines that round the thatch-eves run;

To bend with apples the moss'd cottage-trees,

And fill all fruit with ripeness to the core;

To swell the gourd, and plump the hazel shells

With a sweet kernel; to set budding more,

And still more, later flowers for the bees,

Until they think warm days will never cease,

For summer has o'er-brimm'd their clammy cells.    

 

Who hath not seen thee oft amid thy store?

Sometimes whoever seeks abroad may find

Thee sitting careless on a granary floor,

Thy hair soft-lifted by the winnowing wind;

Or on a half-reap'd furrow sound asleep,

Drows'd with the fume of poppies, while thy hook

Spares the next swath and all its twined flowers:

And sometimes like a gleaner thou dost keep

Steady thy laden head across a brook;

Or by a cyder-press, with patient look,

Thou watchest the last oozings hours by hours.    

 

Where are the songs of spring? Ay, Where are they?

Think not of them, thou hast thy music too,—

While barred clouds bloom the soft-dying day,

And touch the stubble-plains with rosy hue;

Then in a wailful choir the small gnats mourn

Among the river sallows, borne aloft

Or sinking as the light wind lives or dies;

And full-grown lambs loud bleat from hilly bourn;

Hedge-crickets sing; and now with treble soft

The red-breast whistles from a garden-croft;

And gathering swallows twitter in the skies.      

    

<가을에게>   

  

                         존 키이츠      


이 계절에는 안개와 잘 익은 열매가 있고,

익어가는 해의 가깝고도 가슴으로 느끼는 벗.

그 벗과 함께, 짐을 싣고 고마워할 길을 도모하네.

열매 달린 채 둘러쳐진 덩굴이 초가지붕을 아우르네.

사과가 주렁주렁 달려 이끼 낀 나무를 구부러지게 하려면,

그리고 모든 열매를 속까지 온전히 익혀서 채우려면,

박을 부풀어 익어 열매 껍질이 털썩 떨어지게 하려면,

달콤한 속살로, 싹을 더 많이 틔우려면,

그리고 여전히 더 많이, 나중에라도 꿀벌을 위한 꽃들이 피게 하려면

꿀벌들이 생각할 때까지, 따뜻한 날은 결코 멈추지 않으리라고,

여름 동안, 더워서 땀 흘리는 세포들로 넘쳐 넘쳐나도록,     


누군가 보여주지 않습니까, 그대가 자주, 둘러싸여, 그대의 창고에?

때때로 누구든지 바다 밖을 추구하며 찾을지도 모르지요.

그대가 앉아서 부주의하게 있네, 곡식 창고 바닥에.

그대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날리고, 풍선으로 골라진 바람에 의해.

또는 반쯤 수확한 밭고랑 지나는 소리에 잠들거나

양귀비 연기에 졸리네, 그대와 이어진 듯

다음에 낫질하며 지나가고 남은 자리와 모든 그것의 꼬인 꽃들을 

그리고 때때로 이삭 줍는 사람처럼 그대는 그대로 있으며

꾸준히 그대의 머리에 짐을 이고 개울을 건너기를.

또는 사이다 김새지 않도록 눌러주듯, 참을성 있게 바라보며,

그대는 마지막 스며드는 시간마다 지켜보겠지요.    

 

봄의 노래는 어디에? 아아, 어디에 그들이 있습니까?

그것들에 대해 생각하지 마십시오. 그대에게도 스스로의 음악이 있지요, 역시.

가로막힌 구름들이 여리게 죽어가는 날에 피어나는 동안,

그리고 만져보자, 그루터기를 평평해진, 장밋빛 색조로.

그러면 애틋한 합창단에서 작은 모기들이 애도하듯 웅웅 거리네.

강에 사는 제비들 사이로, 하늘 높이 늘어뜨리며

또는 가라앉으며, 가벼운 바람이 일어나거나 사라지면서.

그리고 다 자란 양들이 소리 내어 울음 짓네, 언덕이 많은 풀밭에서.

헤지 귀뚜라미들은 노래하지요; 그리고 지금 높은 음자리의 부드러운 소리로 

빨간 가슴은 휘파람 불지요, 꽃밭으로부터;

그리고 모으는 것은 삼키지요 새의 지저귐을, 하늘에서.     


  많은 것이 풍성하지만 마음만은 풍성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봄, 여름을 지나면서 많은 것을 노력했지만, 그 결과가 너무 사소해서 실망만 하고 있는 것일까? 누군가가 지켜보는 사람이 있다면 좋으련만 모두 자신이 하는 일에 바빠 오직 스스로에게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비록 아쉬움과 미련이 있을지언정 봄을 기다리지는 않으려 한다. 아직 봄이 되려면 멀었을 뿐더러, 봄이 다시 온다고 해도 그리 새로움을 이제는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 가을에 얻은 것만으로도 만족하려고 한다. 무더운 여름을 지나며 소나기를 맞았고, 천둥 번개도 겪었기에 지금 가지고 있는 것에 그 모든 것이 들어있음에 스스로 만족하려고 한다. 비록 다른 것과 비교하여 나의 수확이 사소할지라도 그 사소함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차라리 자긍심을 가지고 싶다. 다른 이들보다 많이 이루지 못했어도, 목표로 했던 수확이 많지 않을지라도, 스스로 위로를 하며 이제 아직은 따스한 가을 햇살을 느끼며 조금은 쉬려고 한다. 아름다운 이 가을이 다 가기전에 나는 가을을 조금이라도 느끼고 싶다고 가을에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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