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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나그네

by 지나온 시간들

우리는 인생이라는 길을 가는 영원한 나그네일지 모른다. 어딘가에 마음을 두고자 하나, 그곳도 잠시일 뿐 영원하지 않다. 어딘가에서 피곤한 몸을 쉬고자 하나 그곳 또한 오래 머무를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자 하나 그 또한 나와 오래도록 마음을 같이 하지는 못한다. 인생은 결국 나 혼자 정처 없이 걸어가야 하는 나그네의 운명일 수밖에 없다.


나그네 길을 가다 보면 비를 만나기도 한다. 어떤 경우엔 가랑비이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엔 폭풍우를 만난다. 가랑비도 오래 맞다 보면 온몸이 젖기 마련이고, 폭풍우는 나의 생명에 위협을 주기도 한다. 내 한 몸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이 있을까?


내가 가야 할 길이 뜨거운 태양이 내리쪼이는 사막일 수도 있고, 높고 험한 산일 수도 있으며, 일 년 내내 모든 것이 얼어붙어 있는 시베리아와 같은 동토일 수도 있고, 넓고 푸른 잔디가 덮인 초원일 수도 있다.


내가 생각하고 계획해서 가는 길일 수도 있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일어나는 길일 수도 있다. 나의 선택이 어떠하건 나의 앞길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알 수가 없다.


나그네 길을 가기 위해서는 강한 내가 필요할 뿐이다. 영원토록 나와 함께 가줄 사람도 없고, 끝까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물론 어느 순간 나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배려해 주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내가 걸어가야 하는 길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주는 사람은 없다.


삶은 그래서 혼자다. 혼자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그것을 당연히 여기며 모든 것을 나 스스로 해나가야 한다. 다른 존재를 기대하거나 의지하는 순간 강한 나로 태어나지 못한다.


모든 것을 내가 책임지고, 모든 것을 내가 행해 나가야 한다는 것을 마음속에 새기고, 나 자신이 나그네 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운명을 스스로 받아들이는 것이 강한 나로 나아갈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닐까 싶다.


그 운명을 받아들이는 순간, 전에 느꼈던 힘겨움이나 외로움이 사라질 수 있다. 누구를 의지하고, 누군가를 기대하고,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고 싶고, 누군가에게 인정을 받고 싶은 마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진정한 나그네로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나그네라 할지라도 외롭지 않을 수 있고, 힘겹지 않을 수 있고, 두렵지 않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길을 다 걷고 난 뒤에 그동안 걸었던 길의 발자취를 되돌아보았을 때 나 스스로를 자랑스럽고 대견스럽게 생각되는 순간이 진정한 인생의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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