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듯합니다. 예전에는 아무것도 방해받지 않고 혼자 있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이제는 나를 찾는 사람도 별로 없고, 해야 할 일도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원했던 혼자만의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막상 혼자 있는 시간이 주어졌지만 아직은 왠지 낯설고 익숙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무언가를 하다가도 나를 찾는 것이 아닌지 핸드폰을 만지거나 주위를 둘러보곤 합니다.
이제 점점 혼자 있는 시간이 더 많이 주어질 것 같습니다. 그 시간을 더욱 의미 있고 행복하게 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건강이 어느 정도 허락이 된다면 그동안 못 해본 것들을 해보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예전에는 여러 가지 형편으로 인해 하고 싶었던 것도 못 하고, 해야 하는 것을 위주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러한 의무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졌으니 마음속에서 바랐던 것들을 해봐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더 나이가 들기 전에, 건강을 잃기 전에, 예전에 소원했던 것을 하나씩 해나갈 생각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해발 5,000미터가 넘는 산을 올라가 보고 싶지만, 아무래도 그것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이미 저의 몸은 그것을 감당해 내기에는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아마 죽을 때까지 그것은 마음속에서만 바라는 것으로 만족해야 할 듯합니다. 그것을 못한다 하더라도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그 외에도 하고 싶은 일들은 많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시간이 있어서 해보고 싶은 것들을 한번 써보았습니다. 마음속에 오래도록 꿈꾸어 왔던 것도 적어보았습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그중에서 나에게 남아 있는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것을 따져보니 그리 많지는 않았습니다. 결국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의 대부분은 젊어서도 못했고 앞으로도 못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들은 제 평생에 그저 꿈으로만 남게 될 것 같습니다. 결국 마음속에서만 바라다가 이생에서는 이루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아직 할 수 있는 것이 조금은 남아 있기 때문에 그것으로 만족하자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은 줄 알았는데, 지난 시간 동안에 너무 많은 것을 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가 되는지는 잘 모르지만, 그나마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습니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이 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시간을 정말 소중하게 아껴서 사용하려고 합니다. 후회 없는 시간으로 채우고자 하겠지만, 그럴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고 싶은 많은 것 중에 신중하게 선택을 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언제 아프게 될지도 모르고, 무슨 일이 갑자기 생길지도 모르니, 정말 하고 싶은 것,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을 순서대로 정해서 그것부터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습니다.
오늘이라는 시간이 주어진 것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있기에 내가 있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시립니다.
올해 하고 싶은 일들을 몇 가지 추려보았습니다. 그중에 얼마나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릅니다. 그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그것들을 해나가려고 합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그 과정들을 즐기며 순간순간을 의미 있게 보내고 싶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