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경계를 넘어

by 지나온 시간들

시공간은 정해져 있는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오늘이라는 시간은 우리가 단지 오늘이라고 정한 것에 불과할 뿐 시간 그 자체가 오늘이라고 정한 것은 아닙니다. 여기라는 공간도 우리가 그렇게 생각할 뿐 공간 그 자체가 여기라는 지점을 정해놓은 것은 아닙니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 여기와 저기는 단지 우리의 생각으로 인한 것이고 그로 인해 경계가 생기게 됩니다. 여기가 아니니 저기가 되고, 오늘이 아니니 어제와 내일이 생길 뿐입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이 4차원 시공간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지만, 세상은 어쩌면 4차원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만약 이 세계가 4차원이 아니라면 어떤 일이 생기게 될까요? 우리가 세상을 4차원으로 정해버렸기에 4차원으로 생각하게 될 뿐 다른 차원의 시공간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게 되고 말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이 세상을 4차원이라고 인식하게 된 것도 100여 년 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온 이후였습니다.


경계란 어찌 보면 마음과 생각에 의해 생기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누군가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 됩니다. 어느 순간 그 사람이 싫어져서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이 되면 그 사람은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고 맙니다. 그 사람은 변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나의 생각이 그 사람을 좋은 사람에서 나쁜 사람으로 바꾸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원래 그 사람을 잘 몰라서 그랬다고 할 수 있지만, 그것은 어불성설입니다. 더 시간이 지나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그 사람만큼 더 좋은 사람이 없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 사람을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당시 나 자신이 몰랐던 그 사람만의 형편과 상황이 있었을 수도 있으니까요. 아주 힘든 일을 겪었던가, 몹시도 괴로운 어떤 일이 있어 평상시의 다른 모습을 보고 나 자신이 그에 대해 판단해 버렸다면 그것은 어쩌면 나의 잘못이 될 수도 있습니다. 나 스스로 경계를 지어 만들어버렸기에 그러한 일이 일어나고 마는 것입니다.


우리가 경계를 만들어버린다면 세상은 그 경계를 기준으로 갈려버리고 맙니다. 정말 좋은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그에 대해 나쁜 사람이라고 경계 짓는 순간 그와의 인연은 끝나고 맙니다. 본질을 알기 전 나 스스로 경계를 그어 그 본질과 이별을 고하고 마는 것입니다.


경계를 넘어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것, 옳다고 믿는 것,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을 넘어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나 자신이라는 경계를 넘나들어야 하기에 어쩌면 정말 어려운 일이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일이니 도전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됩니다.


나 자신에 대해 옳다고 주장하는 한, 경계를 넘어서는 것은 결코 가능하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에 대해 확신하면 할수록 그 사람의 경계는 계속 작아질 수밖에 없게 되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경계 밖의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사라져 버리게 되고 말 것입니다.


나에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이 다가 아닙니다. 나에게 보이지 않는 세상이 있고, 내가 잘 알지 못하는 세계가 있습니다.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극히 작은 세계에 불과하며,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바닷가 모래밭의 모래알 몇 개에 불과할 뿐입니다. 자신의 손바닥 안에 있는 모래알 몇 개로 그것이 세계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한 그는 자신의 경계 너머에 있는 세상을 결코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하는 사람을 보면 똑똑해 보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의 세계는 그것으로 인해 점점 좁아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사람과의 논쟁에서 이기는 것에서 성취감을 느끼기도 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그가 경계를 넘어서는 것에 방해가 될지도 모릅니다.


“좋은 것 속에 좋은 것이 없고, 싫은 것 속에 싫은 것이 없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출처가 어디인지 저는 잘 모르지만 이 말을 기억은 합니다. 자신의 분별은 오직 자신의 문제일 뿐 본질과는 다릅니다.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경계를 넘어서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경계를 두는 한, 진정한 세상을 볼 수는 없습니다. 세상은 어쩌면 경계가 없는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나 스스로 경계를 만드는 한 그 경계를 넘어선다는 것은 꿈조차 꿀 수 없을 것입니다. 내가 만든 경계를 허물어뜨리는 일, 그것이 어쩌면 나의 경계를 넘어서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영원히 만나지 못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