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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고 싶지 않은 얼굴들

by 지나온 시간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동안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던 것 같습니다. 이제는 그 이름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제가 있었던 공간과 시간은 이루 셀 수 없이 많았고, 그 과정에서 만났던 모든 사람들은 이유가 어찌 되었든 한 공간과 시간 속에 있었기에 그 만남이 가능했을 것입니다. 그것은 결코 쉽지 않은 우연임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그 수많은 인연 중에서도 잊고 싶지 않은 얼굴들이 있습니다. 가슴 아프게도 그 얼굴 중에는 이미 이 세상을 떠나버리고 만 사람들도 이미 존재합니다. 또한 아직 이 땅 위에 살고 있으나 영원히 만나지 못할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잊고 싶지 않은 얼굴들은 그 첫 만남이 언제인지와는 상관없이 아직까지 제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바쁘게 사느라 정신이 없을지라도 어느 순간 그 얼굴들이 떠오릅니다.


오늘따라 그 얼굴들을 하나씩 떠올려보고 싶어졌습니다. 그에 맞추어 그 사람들의 이름 또한 기억해 내고자 애를 써 봅니다. 잊고 싶은 않은 그 얼굴들을 회상하며 지나온 시간을 추억해 봅니다.


잊고 싶지 않은 얼굴 중에 제가 정말 고마움을 느끼는 사람들은 저를 많이 좋아해 준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물론 그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인연이 닿지 않아 잠시 스쳐 지나가는 듯한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의 길이가 중요한 것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마음만 있었다면 비록 짧은 시간이었을지언정 제 평생 동안 잊히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잊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했던 시간은 참으로 따뜻했던 것 같습니다. 또한 순수하고 아름다웠던 것 같습니다. 부족한 것이 많아도 있는 그대로 받아주고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오래도록 함께하지 못함을 못내 아쉬워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자기 자신을 내세우는 것보다는 상대를 우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비록 잘난 것은 없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인식했던 것 같습니다.


잊고 싶지 않은 사람들과 함께했던 그 시절로 한 번만이라도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 기회가 저에게 주어진다면 정말 얼마나 기쁘고 행복할까요?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그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만족하고 싶지 않은 이유는 아마도 그 잊고 싶지 않은 얼굴들이 많이 그립기 때문인가 봅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그저 함께 있었던 것만으로도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얼굴을 다시 볼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에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삶은 그렇게 우리를 외면하는 것 같습니다.


현실을 너무나 잘 알기에, 잊고 싶지 않은 얼굴들을 추억해 보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 저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 그 얼굴들이 있었기에 그나마 저의 삶이 비참해지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나의 잊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는 없으나 오래도록 행복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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