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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y 14. 2023

모든 인연은 끝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 있을 때 사랑하는 것이 옳다. 이유가 어떻든 떠난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모든 인연은 스쳐 지나가기 마련이다. 어떤 인연이든 끝이 나면 그만이다. 그 끝이 언제가 될지를 모를 뿐이다. 


  흐르고 지나가 버린 물은 다시 그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아무리 돌이키려고 해도, 흘러 지나간 그 자리로 다시 오지 않는다. 


  지나가 버린 인연을 아무리 그리워한다고 하더라도 그 사람은 그것을 알지 못한다. 단지 흐릿해져 가는 기억의 편린 속에 묻혀 나 혼자 그리워할 뿐이다. 


  오래 계속될 것 같은 인연도 어느 날 갑자기 끝이 날 수도 있고, 힘들었던 인연도 지나고 나면 기억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렇게 스쳐 지나간 것은 이미 끝나 버린다. 내가 아무리 원한다 하더라도 떠나간 인연은 돌아오지 않는다.  


  “난 내가 검은 액자 속의 사진 따위로 기억되는 게 싫단 말이야. 내가 죽은 걸 아무도 모르면 좋겠어. 그냥 어디쯤 있겠거니, 연락이 어쩌다 끊긴 것이려니 하고 다들 생각해 주면 좋겠어. 언젠가 다시 만날 수도 있으려니 하고 말이야. 내가 숨 쉬고 말하고 노래하고 퍼덕퍼덕 움직이고 있을 모습을 상상해 주면 좋겠어. (한강, 검은 사슴)”


  바라는 것이 있다면 그저 아름다웠던 순간만 기억되기를 바랄 뿐이다. 부끄럽고 감추고 싶었던 것은 영원히 기억되지 않기를 소원하고 싶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존재 그 자체를 잊어주었으면 좋을 듯싶다. 그것이 오히려 더 나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녀는 돌아오지 않는다. 장은 생각했다. 이제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다. 그렇다면 왜 황곡에 계신 거죠? 사진을 찍지 않는다고 말하자 인영은 장에게 그렇게 물었었다. 탄광 사진을 찍으려고 황곡에 오신 게 아니었나요? 인영의 얼음장 같은 목소리가 장의 가슴을 때렸다. 다 끝났다. 그가 기다렸던 것은 돌아오지 않는다. (한강, 검은 사슴)”


  지금 나와 함께 있는 사람도 언젠가 영원히 돌아오지 않는 날이 있다.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리 그리워해도, 그 사람의 얼굴을 다시 볼 수도 없고, 그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도 없다. 


  아무리 소원을 하고, 아무리 바라더라도, 그러한 나의 마음을 알지 못한다. 이미 떠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리움이란 단지 나 자신을 위한 것일 뿐이다. 


  떠나간 이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렇게 모든 것은 끝나고 만다. 아무리 소중한 인연도 끝이 나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는다. 지금 사랑해야 하는 것이 옳은 이유는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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