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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May 14. 2023

삶은 완전하지 않다

우리는 나름대로 각자의 인생을 치열하게 살아가지만, 어느 순간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을 하는 경우가 있다. 삶은 결코 완전하지 않다. 나의 힘과 능력으로 최선을 다해 노력한다고 하더라도 원하는 길로 가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김영하의 <인생의 원점>은 인생의 모든 순간에서 최선을 다해 선택하고 노력했지만, 지나고 나서 보니 결코 원하는 삶이 아닌 것에 관한 이야기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그러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지금의 길을 걸어가기도 힘에 겨운 어쩌면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살아가면서 이런저런 힘든 순간을 겪을 때마다 서진은 돌아가고 싶었다. 인생의 원점, 자신이 떠나온 곳, 사람들이 흔히 고향이라 말하는 어떤 장소로. 그가 누구인지 모두가 아는 곳으로.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그런 지점이 어디인지 알 수 없었다. 그는 떠돌이의 인생을 살았다. 어려서는 부모를 따라 전국을 돌아다녔고, 커서도 한곳에 오래 머물지 못하고 여기저기 옮겨 다녔다. 사람에게도 비슷해 묵은 관계라고는 없었다.”


  살아갈수록 삶은 우리의 뜻대로 되는 것보다 그렇지 않은 것이 더 많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나름대로는 최선을 다해 살아가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아서, 차라리 모든 것을 지워버리고 다시 시작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것을 돌이킬 수 있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힘으로 헤쳐왔건, 그렇지 않았건 간에, 우리가 걸어온 그 길은 그대로 남아있을 뿐이다. 그것을 되돌릴 수도 없고, 다시 시작할 수도 없다. 


  “그 순간 서진은 인아가 이런 순간을 이미 여러 차례 겪었으며 지금 이 장면 역시 인아가 겪어왔고 앞으로도 겪을 순간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직감이 들었다. 불행한 결혼생활을 계속해온 인아가 어떻게 자신한테만 마음을 열었겠는가? 뭔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그녀의 인생으로부터 도망친 여러 남자가 서진 이전에 존재했던 것이다. 서진에게는 인아가 회귀할 원점이었으나 인아에게 서진은 인생이라는 힘겨운 등산길에서 만나게 되는 대피소와 같은 것이 아닐까. 원점과 대피소는 당장은 눈물나게 고마울지 몰라도 언제든지 새로 만날 수 있다. 서진은 인아에게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고 싶은 강렬한 욕망을 느꼈다. 하지만 어떻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누군가에게 시작점이 될 수 있는 것만큼 기쁘고 행복한 일이 있을까? 그 사람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삶은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바라는 대로, 다가오지 않는다. 원하지 않는 것이 오기도 하고, 피하고 싶은 것이 오기도 한다. 하지만 그것들을 온몸으로 모두 받아내야만 하는 것이 우리의 삶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또 악몽 같은 밤, 하지만 이겨내야겠지. 내 곁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을 하면 슬퍼지지만 어쩌겠어. 이게 내가 선택한 삶인걸. 너한테 부담 주지 않을게. 답은 안 해도 돼. 그냥 지우지만 말아줘. 말할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살아갈 힘이 생겨.”


  아무리 악몽 같은 순간들이 우리에게 오더라도 그것을 겪을 수밖에는 없다. 그 누구 하나 옆에 있지 않더라도 혼자서 모든 것을 헤쳐 나가야만 한다. 삶은 어쨌든 내가 선택을 하게 마련이고, 그 선택으로 인한 모든 책임은 내가 져야 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그 어떤 일이 나에게 다가오더라도 아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내가 원하는 것이 오지 않더라도 그것에 상관없이, 또한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이 오더라도 그것에 연연하지 않고 살아내는 것이 오히려 더 현명한 것이 아닐까?


  지나온 시간은 지울 수가 없으며, 다시 시작하려고 해도 그 시작점으로 돌아갈 수가 없다. 삶은 어차피 완전하지 않으며 그 완전하지 않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차라리 더 나은 삶의 선택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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