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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un 24. 2023

나는 어디에 있는가

  https://youtu.be/ZIJtvsf8uCc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잠자기 전 바하의 음악을 자주 듣곤 합니다. 바하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과거의 일들이 저절로 떠오르게 됩니다. 후회되는 일들, 아쉬웠던 일들, 안타까웠던 일들, 잘못했던 일들, 실수했던 일들, 가슴 아팠던 일들,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일들이 생각이 나면서 가슴이 저려 오기도 합니다. 


  과거로 돌아가 그러한 일들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마음이 더욱 아픈 것이라 생각됩니다. 마음 같아서는 지금이라도 다시 돌아가 더 나은 모습으로 바꾸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압니다. 


  과거의 일들은 나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이루어진 것도 많았습니다. 내가 바라지 않았던 일들이 이루어졌고, 내가 원하던 일들이 이루어지지 않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노력을 하거나 최선을 다했더라도 나의 능력밖에 일들이었던 것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바꿀 수 있었던 일들도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가슴이 저린 이유는 바로 제가 할 수 있었던 것을 하지 못했던 것에 더 큰 까닭이 있을 것입니다. 


  과거의 일들만 가슴이 저린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해서도 마음이 시려오기도 합니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언젠간, 아니 어쩌면 조만간,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마음을 아프게 합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런 일은 어쨌든 일어날 것임을 너무나 잘 알기에 가슴이 저려오는 것 같습니다. 


  소중한 사람들이 떠나가는 것뿐만 아니라, 아직 오지는 않았지만, 나를 힘들게 하는 일들이 수시로 기다리고 있을 것이고 그러한 일들이 또 다른 힘듦을 여지없이 나에게 지워지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과거의 일이건, 앞으로의 일이건, 그러한 일들을 제가 어떻게 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후회돼도 과거로 돌아갈 수 없고, 아무리 걱정해도 나에게 일어날 일들이 일어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금의 나는 과거에 있을 수도 없고, 미래에 있을 수도 없습니다. 오직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곳은 지금 여기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잘 압니다. 따라서 지금 내가 있는 이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할 수 있는 것의 전부일 것입니다. 


  비록 가슴이 아프고 마음이 시리며 걱정과 염려가 있다고 할지라도 내가 있을 수 있는 곳은 지금 여기밖에는 없다는 것을 깨닫곤 합니다. 


  그래도 바하의 음악이 좋은 것은 과거나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며 지금 이곳에서 더욱 마음을 다해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해주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과거의 모습보다는 지금의 모습이, 지금의 모습보다는 나중의 모습이 더 아름다울 수 있기 위하여 제가 바하의 음악을 좋아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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