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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ul 30. 2023

정상상태 우주론의 패배

   우주가 진화한다고 해도 그 변화는 아주 느리기 때문에 수십억 년이 지나고 나서야 그 효과가 나타난다. 우주의 진화의 경향을 검출하기 위해서는 현재 우리에게 도달하는 빛이 이미 수십억 년 전에 방출된 아주 멀리 떨어져 있는 은하들을 관측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은 1950년대에 시작되었다. 당시 관측 결과는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지 못했다. 보통의 은하들은 적색편이가 충분히 큰 경우 너무 희미해서 사진 건판에 기록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당시 가장 컸던 200인치의 강력한 광학 망원경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1950년대 가장 우수한 망원경들은 미국 캘리포니아에 집중되어 있었다. 하지만 우주론에서 다음 단계의 관측의 돌파구는 전파천문학을 통해서 얻어졌다. 우주 공간에서 오는 라디오파는 구름을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유럽도 기후에 의한 장애를 받지 않았다. 


  1950년대 초반 영국과 오스트레일리아의 전파천문학자들은 안테나가 특정 방향을 향했을 때 특별히 강한 신호가 수신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우주 공간의 전파원 가운데 몇은 바로 확인될 수 있었다. 


  하나의 예로 강력한 복사가 은하계 중심으로부터 방출되고 있었다. 다른 강력한 전파원은 게성운이었다. 게성운은 초신성 폭발의 잔해로 지금도 계속 퍼져나가고 있다.


  1954년 월터 바데와 루돌프 민코프스키는 두 번째로 강력한 전파원이 의외로 멀리 있는 은하임을 발견하였다. 그 전파의 방출은 너무 강력해서, 몇 배 더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해도 전파망원경에 의해 관측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렇게 멀리 있게 되면 가시광선은 너무 약해져서 관측이 불가능해질 것이다. 바데와 민코프스키의 발견은 전파천문학이라는 새로운 기술을 통해 초기 우주에 대해 깊이 알아볼 수 있으리라는 것을 의미했다. 


  전파망원경은 아주 약한 신호에도 놀랄 정도로 민감하다. 전파천문학 초창기에 어려웠던 문제 중 하나는 우주의 전파잡음이 정확하게 어느 방향에서 오는가를 결정하는 것이었다. 마틴 라일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고, 북반구의 하늘을 탐사해서 수백 개의 전파원의 위치를 결정할 수 있었다. 그는 얻어진 자료들을 정밀 분석하여 우리의 우주는 실제로 진화하고 있으며 정상상태에 있을 수는 없다고 결론지었다.


  라일은 전파원까지의 거리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그렇지만 약한 전파원이 평균적으로 강한 전파원보다 멀리 있다고 가정했다. 그는 겉으로 보이는 다양한 세기에 대응되는 전파원들의 수를 세어보았고, 세기가 강하고 가까이 있는 것들에 비해 세기가 약하고 멀리 떨어져 있는 것들의 수가 훨씬 많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반지름이 수십억 광년 되는 거대한 구의 중심에 있는데, 구의 중심보다는 표면에 가까운 전파원의 밀도가 훨씬 높은 것처럼 보였다. 이는 정상상태 우주론과 부합하지 않았다. 정상상태 우주라면 전파원들이 언제나 어디서나 비슷한 분포를 가져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측 결과는 진화하는 우주와 꽤 잘 맞아떨어졌다. 라일은 은하들이 수십억 년 전, 지금보다 훨씬 젊었을 때 불가사의한 폭발에 의해 강한 전파를 발생시키려는 경향이 훨씬 강했다고 추정했다. 만약 은하들이 성숙되어 조용해졌다면, 가까운 은하들이 전파원으로 관측되는 경우는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라일의 전파원 중 몇몇은 광학 천문학자들이 볼 수 있을 정도로 충분히 밝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것들은 퀘이사였다. 은하를 구성하고 있는 1천억 개의 항성에서 나오는 빛을 합한 것보다 은하의 중심에서 나오는 강력한 복사가 훨씬 강한 특이한 경우였다. 이 퀘이사들은 적색편이가 아주 컸다. 퀘이사는 가까운 곳보다는 적색편이가 큰 먼 곳에서 더 흔하게 관측되었고 이는 라일의 추론을 확증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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