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오펜하이머

  로버트 오펜하이머는 1904년 뉴욕에서 태어났다. 중고등학교 시절, 그는 학업 성적은 매우 우수했으나 친구들과 잘 놀지 않고 혼자 지내는 것을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1925년 하버드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하여 졸업한 후,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 캐번디시 연구소의 J. J. 톰슨 밑으로 유학을 간다. 화학을 공부한 오펜하이머는 톰슨의 실험물리학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 그로 인해 그는 그 과정을 포기하고 괴팅겐 대학의 막스 보른 밑으로 가서 이론 물리학을 공부한다. 그곳에서 그는 양자역학을 화학에 적용시키는 스펙트럼에 대해 연구한다.

  3년의 괴팅겐 생활은 그를 진정한 이론 물리학자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다. 당시 괴팅겐에는 20세기 최고의 수재들이었던 하이젠베르크, 파울리, 위그너, 페르미가 있었다. 그곳에서 오펜하이머는 스펙트럼의 양자론에 대한 많은 논문을 쓰면서 이론 물리학자로서의 확고한 자리를 잡게 된다.

  괴팅겐 대학을 마치고 UC Berkeley와 Caltech, 두 학교의 공동 교수로 취임한다. 이는 상당히 이례적인 것으로 두 학교 모두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봄에는 Caltech에서, 가을에는 Berkeley에서 가르쳤다. 이때 그의 나이는 25세였다.

  버클리에서 그는 현재의 입자가속기의 원형인 사이클로트론을 개발하여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어니스트 로렌스를 만난다. 이 만남은 그의 인생의 방향을 크게 결정하게 된다. 오펜하이머가 맨하탄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것도 로렌스의 추천 때문이었다. 오펜하이머의 이론 물리학적 기반과 로렌스의 실험물리학은 버클리를 세계적인 물리학의 연구 센터가 되게 만들었다. 오펜하이머의 카리스마적 지도력은 이 당시 형성되었다.

  1930년대 말 그는 찬드라세카 한계를 중성자별에 적용하여 회전하지 않는 차가운 중성자별의 질량이 태양의 약 3.2배를 넘으면 중력붕괴를 일으켜 블랙홀이 된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하여 물리학계를 놀라게 만든다.

  젊은 시절 오펜하이머는 정치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괴팅겐 시절 그의 스승이었던 막스 보른이 추방을 당하자 충격을 받는다. 유태인이었던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이론물리학적 토대를 닦게 해주었던 스승인 보른이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추방을 당하자 그들을 위한 모금 운동과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도와주기 시작한다.

  교직원 노동조합에의 적극적인 참여는 그의 주변에 반나치즘과 반파시즘 운동을 하는 좌익계 사람들을 모여들게 만들었다. 약혼녀였던 진 테트록은 공산당의 경력이 있었다. 그녀는 성적 지향(sexual orientation) 문제로 인해 우울증에 걸려 1944년 자살한다. 약혼녀의 자살은 그에게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

  이후 그는 캐더린 해리슨을 만나 결혼했는데 그녀 또한 공산당원이었다. 이러한 일들은 2차 대전이 끝난 후 미국에 매카시 광풍이 일어났을 때 오펜하이머를 커다란 궁지로 몰아넣게 되는 결정적 이유가 되었다.

  1943년 3월부터 1945년 10월까지 그는 맨하탄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임명되어 원자폭탄을 설계하고 제작하는 로스 알라모스 연구소 소장으로 일했다. 전해지는 말에 의하면 오펜하이머의 천재성이 이때 유감없이 발휘되었다고 한다. 그의 지휘가 없었다면 그렇게 빠른 시간 안에 원자폭탄이 만들어지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한다.

  당시 맨하탄 프로젝트를 총괄했던 사람은 레슬르 그로브스였고, 그 이하 3개의 연구소가 있었는데 연구소 책임자는 컴프튼, 로렌스, 우레이였다. 하지만 실질적인 이론과 실험의 핵심적인 역할은 오펜하이머가 담당했었다. 당시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인원만도 6천 명이 넘었다고 한다.  

  전쟁이 끝나고 오펜하이머는 Caltech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그는 맨하탄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대통령 자문 위원으로 활동을 계속했다. 그는 대형 핵무기보다는 전술적인 소형 핵무기를 개발하도록 당시 아이젠하우어 대통령에게 건의했고, 전술용 핵무기 개발에도 참여를 한다.

  그는 엄청난 살상력을 가진 수소폭탄을 강하게 반대했다. 하지만 소련이 1949년 원자폭탄에 이어 수소폭탄마저 성공을 하자 이를 막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이로 인해 그는 공산주의자라는 의심을 받게 된다. 결국 그는 1953년 12월 비밀정보접근 권한을 박탈당한다. 또한 당시 일어난 매카시즘 광풍이 그를 공산주의자로 몰아 모든 공직에서 쫓겨나게 된다.

  1954년 미국은 수소폭탄 실험을 비키니섬에서 수행하여 성공하게 된다. 당시 수소폭탄의 위력은 15메가톤으로 히로시마에 투하된 핵폭탄의 1,000배 이상 강력한 것이었다.

  그는 이후 아인슈타인이 있었던 프린스턴 고등연구원(The Institute for Advanced Studies)에서 말년을 보낸다. 아인슈타인은 1955년 이곳에서 사망하였고, 그 또한 프린스턴에서 1967년 후두암으로 사망한다.

  2022년 미국 정부는 오펜하이머의 소련 스파이에 대한 조사 과정에 심각한 결함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오펜하이머는 68년 만에 모든 혐의에서 벗어나게 된다. 그가 사망한 지 55년 만이었다.             

"내가 가장 존경하는 부류의 사람은 수많은 일을 훌륭하게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지만, 여전히 눈물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다. (로버트 오펜하이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