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온 시간들 Jul 26. 2023

홀로그램 우주

  아르헨티나 출신 미국 물리학자 후안 말다세나는 4차원에서 입자의 거동을 설명하는 초대칭 양-밀스 이론이 10차원의 특정 끈이론과 이중적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이중적 관계란 완전히 다른 두 개의 이론이 수학적으로 동일한 쓰는 용어이다. 예를 들어 맥스웰 방정식은 전기장과 자기장에 대해 이중성을 가지고 있다. 즉, 두 개의 장을 역전시켜서 전기장을 자기장으로 바꿔도 방정식은 변하지 않는다. 이와 비슷하게 다섯 개의 10차원 끈이론은 서로 이중적 관계에 있으며, 모두 11차원 M 이론의 다른 모습에 해당된다. 말다세나는 이중적 관계를 이용하여 서로 다른 여러 개의 이론이 동일한 이론의 다른 측면임을 입증했다.


  또한 말다세나는 10차원 끈이론과 4차원 양-밀스 이론이 또 다른 이중적 관계에 있음을 증명했다. 이것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지만 아주 심오한 의미가 담겨 있다.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정의된 중력과 핵력 사이에서 의외의 연결고리를 찾은 것이다.


  같은 차원에 존재하는 두 개의 끈은 서로 이중적 관계에 있다. 예를 들어 끈을 서술하는 방정식에서 항을 적절하게 재배열하면 하나의 끈이론을 다른 끈이론으로 바꿀 수 있다. 같은 차원에서 정의된 다섯 개의 끈이론들이 이중성을 갖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각기 다른 차원에서 정의된 객체들 사이에 이중성이 존재하는 경우는 한 번도 발견된 적이 없었다. 


  말다세나의 발견은 핵력의 본질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양-밀스 장으로 대표되는 4차원 게이지이론은 핵력을 서술하는 이론이지만, 어떤 학자도 양-밀스 장의 정확한 해를 구하지 못했다. 그런데 4차원 게이지이론이 10차원 끈이론과 이중적 관계에 있으므로 양자중력이론은 핵력을 이해하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즉, 핵력의 기본적 특성이 끈이론으로 설명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홀로그램 원리라는 이중성도 예상치 못한 발전을 이끌었다. 홀로그램이란 3차원 물체의 모든 정보를 2차원 플라스틱 평면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평평한 면에 레이저를 쪼이면 갑자기 허공에 3차원 입체 영상이 나타난다. 다시 말해서, 3차원 영상의 모든 정보가 2차원 평면 스크린에 저장되어 있다는 뜻이다. 


  홀로그램 원리는 블랙홀에도 적용된다. 양자역학의 법칙에 의하면 임의의 책에 담긴 정보는 블랙홀 내부로 던져진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블랙홀에 갇힌 정보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한 이론에 의하면 이 정보는 사건 지평선의 표면에 저장된다. 즉, 3차원 입체의 모든 정보가 2차원 면에 저장된다는 뜻이다. 


  이것은 현실에 대한 개념에도 영향을 미친다. 우리는 길이와 폭, 그리고 높이로 정의되는 3차원 공간에 살고 있으며 우리의 몸도 3차원 물체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환상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2차원 홀로그램 속에 존재할 수도 있다. 


  홀로그램 원리를 끈이론에 적용해보면 우리가 경험하는 3차원 세계는 실제로 존재하는 10차원, 또는 11차원 세계가 투영된 그림자일지 모른다. 우리가 3차원 공간에서 움직일 때, 실제로는 10차원 또는 11차원에서 움직이고 있다. 길을 걸을 때 바닥에 드리운 그림자는 2차원 형체라는 것만 빼고 우리와 똑같이 움직이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지금 내가 느끼는 10 또는 11차원에 존재하는 진정한 나의 모습이 3차원 공간에 투영된 그림자일 수도 있다.


  끈이론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완전히 새로운 결과를 연속적으로 내놓았다. 이는 이론의 기본원리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끈이론은 끈에 대한 이론이 아닌 11차원에서 막으로 표현될 수도 있다. 

  끈이론을 실험으로 검증하는 것은 아직 어렵다. 끈이론의 기본원리가 밝혀져서 실험을 통해 검증 가능한 날이 오면 그때서야 끈이론이 만물의 이론인지, 아니면 무의미한 이론인지 결정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내 별명은 일빠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