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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Aug 01. 2023

펄사

  1967년 10월 케임브리지 대학원생인 조셀린 벨은 안테나 배열을 사용하여 하늘을 한 차례 탐색할 때 드는 400피트 길이의 전파잡음 기록용지에서 0.5인치에 달하는 목덜미 조각(a bit of scruff)을 주목하였다. 


  벨이 사용한 안테나 배열은 태양이 방출하는 가스 흐름이 전파원과 수신기 사이를 통과할 때 생기는 전파의 깜박임, 즉 섭동을 탐지할 목적으로 고안되었다. 깜박임은 긴 종이 두루마리에 기록되었다. 이 기록지에는 수많은 전파잡음들이 기록되었는데 그중에는 라디오나 텔레비전 방송에 의한 인공잡음도 있었다. 인공잡음은 제거되어야 했는데 벨은 다른 잡음들과 함께 이 목덜미조각을 쉽게 없앨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다른 기록들과 비교해 보았을 때 약간은 낯익은 것이었다. 


  그 목덜미는 하늘의 같은 부분에서 항상 방출된다는 것을 알게 되어 그녀는 그 신호가 천문학적 기원에 의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 알려진 천체 중에는 이와 같은 형태의 신호를 보이는 것이 없었다. 이로 인해 벨은 펄사에서 나오는 전파신호를 최초로 발견하게 되었다. 이들 신호가 인공인지 또는 우리 은하에서 사는 문명인에 의한 것인지 모른다는 논의도 있었다. 


  그 후 몇 달 동안 벨과 그녀의 지도교수였던 앤서니 휴위시 그리고 케임브리지 대학 동료들은 정밀한 관측을 계속하였다. 맥동은 약 1.33초의 주기로 관측되었는데 그 시간적 정밀성은 시계로 측정할 수 없을 정도였다. 크리스마스 직전에 벨은 조금 다른 주기인 1.25초의 제2 맥동원을 발견하였다.


  현재에는 펄사가 파장 1미터부터 100미터의 범위에서 강한 복사를 방출한다. 맥동은 크게 편광되어 있으며 그들의 지구 도달시간은 파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긴 파장은 짧은 파장에 비하여 성간공간의 이온화 가스 속에서 느리게 진행하므로 뒤늦게 도착한다. 이러한 지연은 수만 년에 달하는 총 여행시간에 비하면 대수로운 것은 아니지만 극히 좁은 파장대역으로 관측을 제한하지 않는다면 맥동에 분산이 발생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효과로 인하여 멀리 있는 펄사일수록 더욱 큰 분산이 생긴다. 


  펄사는 빠르게 자전하는 중성자성으로 판명되었다. 중성자성은 매우 작아서 뉴욕이나 런던시의 크기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나 질량은 태양보다 크고 지구보다 백만 배 무겁다. 이 별에서 골무만한 부피의 무게는 십억 톤에 달한다. 중성자성의 밀도는 백색왜성보다 십억 배 높다.


  이 별이 자전할 때 자기장도 따라 돌기 때문에 별의 최외곽대기에 속박된 전자와 양자들이 가속된다. 가속운동하는 전하입자에서 방출되는 복사는 빠르게 자전하는 중성자성이 우리쪽을 향할 때마다 관측된다. 중성자성은 늙어감에 따라 점점 느리게 자전한다. 일 년 동안에 자전율은 수천분의 1 이상 더 느려지며 관측되는 맥동률도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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