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민담 전집 집시 편에 보면 악마의 바이올린에 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나이 어린 어느 한 집시 소녀가 이웃집에 사는 한 청년을 혼자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 소녀가 간절하게 그 청년과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원하자 악마가 나타나 제안을 하게 된다. 그 소녀에게는 그 소녀의 부모와 형제 네 명이 있었는데, 그 소녀의 모든 가족을 악마에게 바치면 소원을 이루어주겠다고 약속을 한다.
소녀는 그 청년과의 사랑이 너무 간절해서 악마의 제안을 결국 받아들인다. 이에 악마는 아버지를 바이올린으로 만들고, 엄마는 바이올린의 활로, 그리고 네 형제는 바이올린의 네 가지 현으로 만들어 버린 후 소녀에게 건네 주지만, 소녀는 마음이 너무 아파 바이올린을 간직하지 못한다. 시간이 흘러 이 바이올린은 숲 속에서 우연히 발견되고 누군가가 이 악기를 가지고 슬픈 음악을 연주하자, 숲 속에서 마구 지저귀던 새들이 소리를 멈추고, 거세게 불던 바람도 잔잔해지면서 이 바이올린 소리를 듣던 모든 사람이 울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슬픈 음악이 끝나고 나서 다시 기쁜 음악이 연주되자 그 소리를 듣던 사람들과 숲 속의 모든 동물이 기뻐서 환호를 했다고 한다.
이후 집시의 후손들은 바이올린을 너무 사랑하여 어디를 가도 바이올린을 가장 많이 연주했고, 그들의 삶과 바이올린은 뗄레야 뗄 수 없게 된다. 집시들은 그들만의 정서를 담아 음악을 만들었고, 바이올린으로 그 음악들을 매일 연주했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차르다시”도 사실 집시 음악이었다.
모든 가족을 악마에게 바치고 악마로부터 바이올린을 건네받은 그 소녀는 심정이 어땠을까? 그녀의 사랑은 이루어졌을까? 가족을 대신할 그 무엇이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녀의 선택처럼 사랑이 우선인 것일까? 만약 가족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그녀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가족과 평생을 함께 했을까? 악마의 바이올린을 받고 나서 그녀의 삶은 도대체 어떻게 되었을까? 애잔한 바이올린의 선율은 그 어떤 선택과도 관계없이 그녀의 아픔을 그대로 나타내는 것인지도 모른다. 우리 삶에서의 선택은 이렇듯 완전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