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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Aug 06. 2023

텔로미어의 발견

  제임스 왓슨과 프란시스 크릭에 의해 DNA 이중 나선 구조가 밝혀지고 아서 콘버그에 의해 DNA 중합효소가 DNA를 합성하는 방식이 알려진 후 과학자들은 세포 분열 과정에서 진핵세포가 가지고 있는 일직선 모양의 DNA가 복제될 때 커다란 문제점이 있음을 발견하였다. 


  DNA 중합효소는 아무 곳에나 결합하여 DNA를 합성하는 것이 아니라 RNA 프라이머 조각이 붙어 있는 곳을 인식하여 그곳에서부터 한 방향으로만 DNA를 합성한다. 따라서 두 가닥의 DNA가 풀려 각각의 가닥을 주형으로 새로운 DNA를 만들 때, 서로 반대 방향으로 DNA의 합성이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에 순방향 가닥은 하나의 프라이머에 의해 끝까지 DNA가 합성되지만, 역방향 가닥은 계속해서 프라이머를 붙여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일직선 DNA의 끝부분에 결합한 프라이머 부분과 그 바깥 부분은 DNA 중합효소가 결합하지 못하기 때문에 복제되지 못한다. 


  복제되지 않은 끝부분은 어정쩡하게 단일 가닥으로 남아 있지 못하고 DNA를 자르는 효소에 의해 잘려 나가게 된다. 문제는 세포가 분열할 때마다 염색체의 끝부분이 조금씩 잘려 길이가 짧아진다는 것이다. 옥수수에서 도약 유전자를 발견하여 노벨상을 받은 바버라 매클린톡은 중간이 끊어진 염색체는 안정하지 않고 곧 파괴된다는 사실을 발표했는데, 이는 염색체 끝부분에서 보호하는 물질이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암시한다. 


  염색체 끝부분에서 염색체를 보호하는 물질 혹은 복제 과정에서 짧아지는 염색체의 끝부분을 보충하는 물질을 밝히는 것은 세포 분열을 완전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였다. 


  이 문제를 해결할 단서를 찾은 사람은 엘리자베스 블랙번이라는 젊은 과학자였다. 그녀는 DNA 염기서열을 확인하는 방법을 개발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프레더릭 생어 밑에서 박사 학위를 받아 DNA 염기서열 분석에 매우 익숙하였다. 그녀는 학위를 받은 후 예일 대학의 조셉 갈 교수 실험실로 자리를 옮겨 테트라히메나라고 하는 단세포 섬모류의 rDNA를 연구하였는데 조셉 갈 교수는 테트라히메나의 rDNA가 증폭되어 직선형 DNA 상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새로 연구실에 합류한 엘리자베스 블랙번은 rDNA 끝부분의 염기서열을 밝혀 DNA 복제와 관련된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였으며, 마침내 rDNA의 끝부분에 6개의 염기서열인 CCCCAA가 20~70회 반복되는 텔로미어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한편 하버드 대학의 잭 쇼스택 교수는 효모에서 DNA의 상동재조합을 연구하고 있었는데, 직선형 DNA를 효모에 주입하면 곧 파괴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1980년 엘리자베스 블랙번의 발표를 들은 잭 쇼스택은 테트라히메나 rDNA의 끝부분에 존재하는 텔로미어가 직선형 DNA를 보호할지도 모른다는 가설을 세우고 공동연구를 제안하였다. 


  그들은 효모의 직선형 DNA 끝부분에 테트라히메나에서 발견한 텔로미어를 연결하여 효모에 주입하는 실험을 시행하였고 곧 텔로미어가 직선형 DNA 끝부분의 파괴를 방지한다는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였다.  


  또한 그들은 효모 염색체의 끝부분에도 테트라히메나의 CCCCAA와 유사한 CCCAC 염기서열이 반복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이는 모든 생명체의 염색체 끝부분에는 염색체가 파괴되는 것을 방지하는 텔로미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암시하는데 실제로 척추동물인 사람, 생쥐, 새는 CCCTA, 식물인 애기장대는 CCCTAAA, 누에나방은 CCTAA 염기서열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텔로미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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