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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Aug 04. 2023

물과 같은 삶

 도덕경 8장에는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말이 나옵니다. 여기서 상선이라 최고의 선을 말합니다. 즉, 상선약수란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뜻입니다. 


  왜 최고의 선이 물과 같은 것일까요?     


上善若水. 

水善利萬物而不爭, 

處衆人之所惡, 

故幾於道. 

居善地, 

心善淵, 

與善仁, 

言善信, 

正善治, 

事善能, 

動善時. 

夫唯不爭, 故無尤.     


최상의 덕은 물과 같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여 다투지 않는다.

모든 사람들이 싫어하는 곳에 가기를 좋아한다.

그러므로 도에 가깝다. 

거처로는 땅을 좋다고 하고, 

마음은 깊은 것을 좋다고 하고, 

사귀는 데는 어진 것을 좋다고 하고, 

말은 진실한 것을 좋다고 하고, 

다스릴 때는 질서 있음을 좋아하고, 

일할 때는 능력 있게 하고, 

움직임에는 때에 맞음을 좋다고 한다. 

오직 싸우지 않으니, 허물이 없다.  

   

  노자는 최고의 선이 물과 같은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첫째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기에 상선이라는 뜻입니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결코 행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주는 사람일까 생각해 봅니다. 그렇지 못함을 인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며 지금보다는 좀 더 다른 존재들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을지 생각해 봅니다. 하지만 그것도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도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보다는 내일 조금이라도 다른 이들에게 이로움을 줄 수 있기를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둘째는 물은 다투지를 않습니다. 물이 가는 길에 무언가가 있으면 그저 돌아서 흐릅니다. 자신의 가는 길을 가로막을지라도 그냥 나누어져 지나갈 뿐입니다. 산이 막으면 산을 돌아서 커다란 바위가 막으면 바위를 지나서 자신의 갈 길을 찾아 흐를 뿐입니다. 


  언젠가부터 다툼이 있는 자리에는 가지를 않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들이건 친척들이건 다툼을 일삼는 사람들을 피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것이 최선의 방법은 아니나 그런 다툼 자체가 싫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논리적으로 따지고, 대화를 해서 푸는 것에도 한계가 있음을 느낍니다. 다툼의 시간마저 이제는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별 차이가 없기 때문입니다. 주어진 시간에 해야 할 일도 다 못할 터인데 다투다 언제 그 일들을 할까 싶어 그런 자리를 피하곤 합니다. 내가 누군가를 바꾼다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이제는 그러한 것들을 그들에게 남겨두어야 할 때임을 느끼곤 합니다. 


  셋째 물은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곳에 가기를 좋아합니다.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곳이란 어디를 말할까요? 아마 그곳은 아주 낮은 곳일 것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위치보다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고 합니다. 가난하고 비참한 곳에는 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소외된 곳, 힘들고 어려운 곳에는 가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지만 물은 낮은 곳을 향합니다. 항상 자신이 있는 곳보다 더 낮은 곳으로 흐를 뿐입니다. 높을 곳으로 흐르는 물은 없습니다. 본성적으로 욕심이 없다는 뜻입니다. 높은 곳에서부터 흘러 낮은 곳까지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다 끝낸 후 바다로 흘러 들어갑니다. 그리고는 바다에서 다시 하늘 그 위로 가게 됩니다. 


  우리는 대부분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해, 더 높은 곳으로 가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못 할 짓을 하고 다른 사람에게 아픔을 주며 가지고 있는 것으로도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더 많은 것을 가지기 위해 덜 가진 사람들의 것마저도 빼앗곤 합니다. 시간이 지나 죽을 때가 되면 아무것도 가지고 갈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아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살아갑니다. 


  물과 같은 삶은 너무 이상적이어서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노력한다면 지금보다는 더 나은 자아를 가지고 살아갈 수는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과 다투는 것보다는 다투지 않는 것이 나 자신 내면의 평안을 위해서는 훌륭한 선택일 것입니다. 해로움을 주는 사람보다는 이로움을 주려고 노력하는 것이 더 가치 있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것입니다. 더 낮은 곳을 바라보는 것 또한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이 아닌 더 많은 사람이 물과 같은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한다면 그 사회는 지금보다는 훨씬 나은 사회가 될 것임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일지는 모르나 그 시간이나마 지금보다는 더 물과 같은 삶을 살아갈 수는 없을지 고민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 자신을 내세우기보다는 내려놓고,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만으로도 물과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길을 가는 첫걸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물과 같은 삶이 나 자신을 위한 가장 좋은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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