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나온 시간들 Aug 04. 2023

유전자 발현

  DNA로부터 mRNA가 만들어지는 전사 과정과 mRNA로부터 단백질이 만들어지는 번역과정을 유전자 발현이라고 한다. 


  중요한 것은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단백질이 만들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모든 유전자가 동시에 발현되어 모든 단백질을 한꺼번에 만든다면 세포는 일대 혼란에 빠질 것이다. 사용할 수 있는 뉴틀레오티드와 아미노산 등 자원이 부족하여 우선순위를 지키지 못할 수도 있고, 최악의 경우 부실로 인해 만들어지다 중단된 기형의 단백질이 넘쳐나 세포의 생존이 위험해질 수도 있다. 


  세포의 생존을 위해 항상 필요한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는 계속해서 mRNA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처럼 항상 유전자 발현이 일어나는 유전자를 집안일 유전자라고 한다. 그러나 대부분 단백질은 항상 필요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유전자들은 단백질이 필요한 장소에서 필요한 순간에 유전자 발현을 일으킨다. 모든 유전자 발현 과정에서 반드시 일어나는 공통적인 사건은 RNA 중합효소가 각 유전자의 프로모터에 결합하여 mRNA의 합성을 시작하는 일이다. RNA 중합효소의 결합을 조절하는 것은 전사인자들인데, 이들 전사인자의 조절 방식에 따라 각 유전자의 발현 조절은 독특한 특징을 가진다. 


  자크 모노와 프랑수아 자코브는 최초로 대장균에서 젖당 오페론이라는 유전자 발현 조절 방식을 밝혀 1965년 노벨상을 받았다. 젖당 오페론은 대장균이 젖당 배양액에서 자랄 때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유전자들의 발현 방식이다. 대장균을 포도당 배양액에서 키우면 대장균은 포도당을 양분으로 사용하지만, 포도당이 없는 젖당 배양액에서 키우면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하여 양분으로 사용한다. 젖당을 포도당으로 분해하는 유전자들은 포도당 배양액에서는 발현되지 않는데, 억제자가 프로모터 부위의 작동자에 결합하여 RNA 중합효소의 작용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젖당 배양액에서는 젖당이 작동자에 결합하고 있는 억제자를 분리해 젖당을 포도당으로 만드는 효소인 Lac 유전자가 발현된다. 


  젖당 오페론의 유전자 발현에서 보는 것처럼 유전자는 항상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가 필요한 순간에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대표적인 예로 열충격단백질 유전자는 mRNA 합성을 시작한 후 멈춘 상태로 있는데 이는 스트레스를 감지하면 곧바로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단백질을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유전자 발현과 그 결과 나타나는 표현형 사이의 중요한 특징은 일대일 대응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하나의 표현형을 나타내기 위한 다양한 유전자 발현 경로들이 병렬적으로 존재하며, 때로는 하나의 경로에도 여러 개의 유전자가 단계마다 관여한다. 이는 위험을 분산하여 표현형을 반드시 나타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실패는 생존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유전자가 조화롭게 발현하여 하나의 표현형을 나타내는 것은 실로 경이로운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 백색왜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