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숨결 될 때>라는 책은 스탠퍼드 대학 병원의 신경외과 의사였던 폴 칼라티니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고 그의 인생 마지막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본인 스스로 남긴 글이다.
밝은 미래만 남아 있었던 그에게 갑자기 죽음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그의 나이는 36살이었다. 가정을 이룬 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이제 갓난아이 하나가 있는 상태였다. 믿기지 않는 현실에 좌절했지만 모든 것을 받아들였다. 그는 다시 의사의 가운을 입고 자신이 할 수 있는 한계 내에서 수술을 했다. 그리고 그에게 남아 있는 마지막 불꽃까지 태우다 결국은 38살의 나이에 사망하고 만다. 그가 시한부 인생을 선고받았을 때의 심정은 어땠을까?
“내 인생의 한 장이 끝난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책 전체가 끝나가고 있는지도 몰랐다. 나는 사람들이 삶의 과도기를 잘 넘기도록 도와주는 목자의 자격을 반납하고, 길을 잃고 방황하는 양이 되었다. 내 병은 삶을 변화시킨 게 아니라 산산조각 내버렸다. 형형한 빛이 정말로 중요한 것을 비춰주는 에피퍼니의 순간이 찾아온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내 앞길에 폭탄을 떨어뜨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제 다른 길로 돌아가야 할 터였다.”
그는 젊은 신경외과 의사로서 촉망받는 젊은이였다. 예일대학교 의과 대학을 졸업하고 스탠퍼드 대학 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마치고 이제 전문의로서의 길을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갑자기 다가온 죽음에 그는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을까? 삶에 대해 부풀었던 희망이 하루아침에 절망으로 바뀌었을 때의 심정은 어땠을까? 죽음에 너무 익숙하지 않은 나이이기에 더욱 아팠을 것이다.
그동안 그는 그 자신의 인생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왔을까? 지난 모든 노력과 앞으로의 삶의 계획이 다 허사로 돌아가게 되는 상황을 감당해 내기가 얼마나 어려웠을까? 회복 불가능한 폐암 말기 선언은 그의 심장을 찢는 듯한 아픔을 주었을지도 모른다.
“내 삶은 그동안 잠재력을 쌓아왔으나 그 잠재력은 결국 빛을 보지 못할 것이었다. 나는 정말 많은 걸 계획했고, 그 계획이 곧 성사될 참이었다. 내 몸은 쇠약해졌고, 내가 꿈꿨던 미래와 나 자신의 정체성은 붕괴되었으며, 내 환자들이 대면했던 실존적 문제를 나 역시 마주하게 되었다. 폐암 진단은 확정되었다. 내가 신중하게 계획하고 힘겹게 성취한 미래는 더는 존재하지 않았다. 일하는 동안 무척 익숙했던 죽음이 이제 내게 구체적인 현실로 다가왔다. 나는 죽음과 마침내 대면하게 되었지만, 아직 죽음의 정체를 명확하게 알 수 없었다.”
젊은 나이에 죽음을 받아들이기는 결코 쉽지 않다. 그는 삶에 대한 집착을 쉽게 놓을 수 있는 나이도 아니었다. 꿈꾸던 가정을 이제야 이루었는데 바로 태어난 자신의 자식에게 사랑 한번 듬뿍 주지도 못한 채 작별을 고해야 했다. 절망으로 스스로 무너지기가 훨씬 더 쉬웠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다시 다짐한다. 마지막까지 살아내기로.
“그날 아침 나는 결심했다. 수술실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기로. 왜냐고? 난 그렇게 할 수 있으니까. 그게 바로 나니까. 내가 죽어가고 있더라고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 나는 죽어가는 대신 계속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그렇게 그는 그에게 주어진 마지막 짧은 기간을 최선의 모습으로 살아냈다. 그리고 갓 태어난 자신의 분신인 아이를 바라보며 이생에서의 삶을 마쳤다.
어찌 보면 우리는 누구나 모두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모두 이생을 마감해야 할 시간은 누구에게나 분명히 주어져 있기 때문이다. 그날이 언제가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른다. 삶은 살아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닐까? 우리는 오늘도 삶의 끝자락에 서 있는 것은 아닐까? 지나가는 봄이 너무나 아름답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