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사각형으로 생긴 막대자석 한쪽은 N극이고 다른 쪽은 S극이다. 보통 두 극을 구분하기 위해 다른 색깔을 칠해 놓는다. 예를 들어 N극을 파란색으로 칠하면 S극은 빨간색으로 칠한다. 막대자석은 항상 N극과 S극이 함께 존재한다.
막대자석의 가운데에 파란색과 빨간색의 경계가 있으니 호기심으로 그 경계선을 전기톱으로 잘라보자. N극과 S극을 따로 분리해도 잘라진 N극의 반대쪽은 S극이 생기고, 잘라진 S극의 다른 반대쪽은 N극이 생긴다. 분명히 잘라진 N극은 잘라지기 전에 N극만 있었는데 S극이 생긴 것이다. 마찬가지로 잘라진 S극도 잘라지기 전에는 S극만 있었다. 그런데 N극이 생겨 버렸다.
또 잘라내도 마찬가지가 된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막대자석은 N극이나 S극 혼자 독립적으로 이 지구 상에 존재할 수 없다. 우주 전체를 다 뒤져봐도 어떤 곳에도 N극이나 S극 홀로 존재하는 것을 발견할 수 없다. 만약에 이 글을 읽는 어떤 분이 N극이나 S극이 따로 존재하는 것을 발견한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할 것을 100% 확신한다. 자석의 경우 N극과 S극은 홀로 존재하지 않고 항상 함께 존재한다. 이것이 자연의 본질(intrinsic property)이다.
이런 자연의 본질을 사람 사이의 관계에도 적용해 보자. 만약에 두 사람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사람은 어떤 경우에도 같을 수가 없다. N극과 S극처럼 다를 수밖에 없다.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다른 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다른 성격이나 다른 특징, 기호가 다를지라도 함께 도와가며 생활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 왜냐하면 자연의 본질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만약에 서로의 성격이 다르다고 해서, 그리고 자신과 좀 같은 면이 없다고 해서 다투기 시작하면 같이 생활하는 것은 너무나 불편할 수밖에 없고 마음이 안정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함께 지내려 노력하기보다는 다투는 경우가 훨씬 많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되기 때문이다. 사람 관계에서는 함께 공존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조훈현 국수가 우리나라 바둑계를 장악하고 있었을 때, 한 어린아이가 조훈현 9단의 집으로 찾아왔다. 말도 별로 없고 표정도 없는 이창호라는 이름의 어린이였다. 조훈현 9단은 10살도 안 된 이창호와 바둑을 한번 두고 나서는 이창호를 제자로 받아들여 자신의 집에서 먹고 재우며 같이 지내면서 둘이 매일 바둑을 두었다.
이창호가 15살이 되던 1990년 그는 스승인 조훈현 9단을 3연승으로 물리치고 국수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 해인 1991년 이창호는 세계 기전에서 우승하며 세계 최고의 바둑기사가 된다. 이후로 이창호에 의해 세계 바둑계의 엄청난 지각 변동이 일어나게 된다. 한국, 중국, 일본 이렇게 세 나라의 바둑 고수들이 다투는 세계 기전은 이창호와 그 외 바둑기사 전체로 갈리게 되는 것이었다. 그만큼 당시 이창호 9단의 바둑은 전 세계 바둑계를 평정해 버렸다.
조훈현 9단의 위대함이 여기에 있다. 그는 함께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다. N극과 S극이 함께 공존해야 자석이 되는 것처럼 홀로 존재하기보다는 함께함의 위대함을 그는 알았던 것이다.
나와 다르다고 해서 다투고 상대를 제거하려 한다면 본인 자신에게도 엄청난 피해와 아픔이 있게 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함께 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가만히 있는 것이 낫다. 너를 죽이고 나는 살겠다는 것은 자연의 본질이 아니기에 커다란 대가를 치를 수도 있다. 비록 매우 다르더라도 함께 하려고 노력하는 마음부터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아픔과 시간이 걸리겠지만 그 길이 옳다. 네가 살아야 나도 산다는 것이 바로 자연의 본질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