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지구의 원리

by 지나온 시간들

세상에 억지로 되는 것은 없다. 자신의 뜻대로 세상은 돌아가지 않는다. 내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지고, 내가 바라는 대로 나의 소원이 실현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내가 원하지 않는 일이 일어나고, 내가 바라지 않는 일들이 나에게 몰려온다.


내가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이 나에게 일어나도 실망할 필요도 절망할 이유도 없다. 그것이 자연의 원리이기 때문이다. 모든 존재가 원하는 대로 세상이 돌아간다면, 오히려 더 큰 혼란만 생길 뿐이다.


문제는 어떤 상황이 와도 내가 존재한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아파할 필요도 속상해할 이유도 없다. 자연의 법칙이 원래 그렇다. 그것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자신만 아프고 상처 받을 뿐이다. 내가 힘들어한다고 해서, 내가 안타까워한다고 해서 변하는 것은 없다. 그런 것에 연연해하지 않고, 그저 내가 해야 할 일만 하다 보면 또 좋은 일들이 언젠간 일어날 것이다.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아도 상관없다. 그것이 나의 삶을 엄청나게 변화시키는 것도 아니며, 삶이 변화되었다고 해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도덕경에 보면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天長地久(천장지구)

其不自生(기부자생)

故能長生(고능장생)”

“하늘과 땅은 장구하다. 스스로 살려고 하지 않기에 오히려 오래 살 수 있는 것이다.”


천장지구란 말은 자연은 억지로 하지 않기 때문에 그러한 모든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는 말이다. 수십억 명이 살고 있는 이 커다란 지구가 어떻게 태양 주위를 돌 수 있는 것일까? 그것도 벌써 50억 년 가까이 그러한 운동을 계속해 오고 있고, 앞으로도 약 50억 년 정도는 계속 그렇게 태양 주위를 공전할 것이다.


어떻게 그러한 일이 가능한 것일까? 어떤 외부에서의 원인도 없이 지구가 태양 주위를 그렇게 오래도록 돌 수 있는 것은 그저 질량 하나라는 것에 의존하는 것밖에 없다. 질량은 존재함으로 그저 주어진다. 즉 존재 그 자체로 그것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우리의 존재가 그렇게 무겁다. 그렇게 소중하다. 조그만 것에 연연해하고 집착할 만큼의 무게가 아니다. 이런저런 일도 가벼이 생각되어지는 그러한 존재가 아닌 것이다.


내가 존재할 수 있었던 것이 엄청난 우연이었는지 모르나,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운 필연일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그 무게는 측량하지 못할 만큼의 정도일 수 있다.


소중하기에 억지로 하지 말아야 한다. 나 자신도, 내 주위의 모든 것도. 자연의 원리에 따라서 갈 것은 가고, 올 것은 오고, 지킬 것은 지키고, 잃을 것은 잃어야 한다. 불변은 없다. 제행무상(諸行無常)일 뿐이다. 무상(無常)인데 상(常)을 바라기에 힘들 뿐이다. 하지만 무상이라 하여 덧없음은 아니다. 존재 자체로 충분하기에 덧없지 않다. 자신을 내세울수록 천장지구의 원리에서 멀어질 수 있다. 그 원리에 맡기면 이 커다란 지구가 그 오랜 세월 태양을 돌 듯 우리 삶도 그리 힘든 것 없이 아름다운 모습으로 되어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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