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퇴원한 후

by 지나온 시간들

부모란 무엇일까? 나에겐 부모님과 함께 할 시간이 얼마나 남아 있을까? 나는 이제껏 부모님을 위해 무엇을 해왔을까? 무엇을 위해 그 오랜 시간 객지 생활을 하며 부모님과 떨어져 살았을까? 그 누가 부모님만큼 나를 생각해 주는 사람이 있을까?


작년 말부터 생각지도 못 한 커다란 일들이 짧은 기간에 쓰나미처럼 덮쳐 왔다. 불행은 한꺼번에 온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건강하셨던 부모님이 세월의 힘을 견디지 못했다. 아버지 전립선암 수술, 아버지 뇌출혈, 그리고 어머니 대장암 수술, 지난가을부터 시작된 풍파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어머니가 퇴원하고 2주가 지났다. 그래도 최악의 경우는 넘기고 큰 고비도 무사히 지나간 것 같다. 어머니 수술 후 치료를 위해 서울대병원을 다시 방문했다. 수술 전 예상은 대장 25cm 정도를 절제할 예정이었으나 수술 도중 생각보다 종양이 커서 40cm를 절제하고 이어 붙였다고 수술하신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다. 직장암이었지만 다행히 항문은 살릴 수 있었다. 림프절 35개를 제거했는데 그중 6개가 양성 판정이 나와 다음 주부터 6개월간 항암치료를 받기로 선생님과 상의했다. 연세가 80이라 좀 힘들겠지만 치료를 잘 받아야 한다고 의사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다. 나는 사실 집도한 의사 선생님을 믿었다. 그리고 걱정했던 인공항문이나, 장루도 하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다. 심적으로 의사 선생님이 너무 고마워 뭐라도 해드리고 싶었다. 고민하다 드릴 것도 없어서 그냥 내가 쓴 수필집에 편지를 정성껏 써서 감사를 표시하고 드렸다.


사실 아버지 뇌출혈 때문에 집에 아버지 혼자 내버려 두는 것이 마음에 걸려 청주에 있는 병원에서 수술을 하려고 했다. 마침 수술 전 친구가 큰 병원에 가서 수술을 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는 조언을 해주었다. 그 말 한마디가 정말 큰 역할을 했다. 그 친구의 말이 없었더라면 아마 더는 생각 없이 그냥 청주에서 수술을 했을 것이다. 그 친구의 말이 마음에 계속 남아 과감하게 서울대 병원으로 가서 수술을 한 것이 지금 생각해 보면 너무 다행이었던 것 같다. 그 친구는 초등학교 때부터 허물없이 지냈고, 지금은 남편이 의사라서 의학에 대한 지식도 많이 있어 그런 조언을 해주었다. 남의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진심 어린 조언을 해 준 그 친구가 너무 고마울 뿐이다.


이제 다음 주부터 어머니는 항암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퇴원 후 많이 드시지를 못하셔서 체력이 약해지셨는데 항암치료받기 전까지라도 좀 많이 드실 수 있게 해 드려야겠다. 어머니는 강하시기 때문에 힘들겠지만 치료를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어머니가 체력이 회복되시고 치료도 어느 정도 받으시면 두 분을 모시고 며칠만이라도 제주도에 다녀오려 한다. 내년에 두 분이 결혼하신 지 60년이 되시는데 그 기념을 조금 당겨 축하해 드리고 싶다.


체력이 더 약해지시면 내년엔 아마 그것도 힘들 것 같아서다. 그리고 아마 두 분과 함께 비행기를 탈 수 있는 기회가 앞으로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아서 올해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미국에서 공부할 때 두 분이 함께 다니러 몇 번 방문하셨다. 그때 비행기 타고 오시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 제주도는 먹을 것도 많고 풍경도 좋으니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사람의 인연이지만, 부모님과는 정말 오랜 세월을 함께 할 수는 없는 것일까? 주어진 시간이 너무 많지 않을 것 같아 마음이 그리 좋지 않다. 나는 지나온 시간들을 어떻게 살아왔던 것일까? 나름 열심히 산다고 했지만, 의미 없었던 시간과 후회되는 시간들로만 가득한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다. 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 속상한 시간들만 기억에 남을 뿐이다.


이제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들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나는 모른다. 후회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나름대로 부모님을 위해 나의 시간들을 바치고 싶다. 내 친구가 나에게 한 말이 있다. 그래도 아직 부모님이 살아 계신 것 만이라도 행복한 것이라고. 그 친구의 부모님은 두 분 모두 30년 전에 돌아가셨다. 그 친구의 말이 맞다. 나는 행복하다. 아직 두 분이 살아계시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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