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어화

by 지나온 시간들

712년에 태어난 당나라 이융기는 그의 나이 26세 때 위후라는 인물이 권력을 잡기 위해 그의 아버지를 해치려 하자, 위후 일파를 모두 제거하고 자신의 아버지를 왕으로 옹립한다. 그리고 아버지로부터 양위를 받으니 그가 바로 당나라의 현종이다.


권좌에 오른 후 그가 젊었을 때는 왕권을 안정시키고 국가의 기강을 바로잡는 등 선정에 의한 태평천하를 구현한다. 이 시기는 중국 역사상 몇 안 되는 가장 정치가 안정된 시기였다. 시간이 흘러 현종은 나이가 들었고 그의 아내였던 무혜비가 죽는다. 외로움을 타는 그를 위해 당시 환관이었던 조력사는 현종의 18번째 아들인 이모의 비 양옥환을 현종의 술자리로 불러낸다. 음악을 좋아했던 양옥환은 시아버지를 위해 악기를 연주하고 아름다운 춤을 춘다. 워낙 출중한 미모였던 양옥환에게 현종은 반하고 양옥환 또한 왕위 계승과는 거리가 먼 자신의 남편인 이모를 버리고 현종의 여인이 되니 이가 바로 양귀비다.


이후로 현종은 정치를 등한시하고 국비를 낭비하며 자신의 권신들에게 국정을 맡기다시피 한다. 양귀비를 위해 새로운 궁을 짓고, 그녀의 친인척을 대거 관직에 등용한다. 양귀비를 자신의 말을 이해하는 꽃, 즉 “해어화(解語花)”라 표현할 정도로 현종은 이성을 잃게 된다. 양귀비를 낀 환관과 탐관오리가 득세하기 시작하면서 부정부패가 만연해지며 태평성세는 급속히 몰락해 간다. 이에 안록사의 난이 일어나 사천으로 도망을 가기에 이르렀고, 가는 도중에 양귀비는 길에서 병사들의 분노를 감당하지 못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만다. 그녀의 나이 38세였다. 현종도 자신의 보위를 아들 숙종에게 물려주고 6년 후 사망한다.


이스라엘의 2대 왕이었던 다윗은 왕위에 있던 시절 자신의 부하였던 우리야의 아내 밧세바를 자신의 왕비로 삼기 위해 우리야를 최전방에 내보내 죽게 만든다. 그리고 밧세바를 아내로 삼아 낳은 아들이 바로 솔로몬이다. 다윗이 솔로몬을 총애하자 적자였던 압살롬은 아버지인 다윗을 상대로 역모를 꾀한다. 결국 압살롬은 다윗의 부하에 의해 죽고 만다. 이후로 다윗은 시바의 난을 비롯하여 왕위 계승을 둘러싼 왕자들의 분란 등 안팎으로 끊임없는 시련을 겪게 된다.


중용 14장에는 “君子居易俟命 小人行險徼幸(군자거이사명 소인행험요행)”이라는 말이 나온다. 이는 “군자는 평범한 삶 속에서 운명을 맞이하는 사람이고, 소인은 험한 곳에서 요행을 찾아 헤매는 사람이다”라는 뜻이다.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는 경우 무리수가 나온다. 자신이 다른 사람보다 다르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보다 특별한 대우를 받아야 하며 평범한 것에는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 삶에 무리수를 두게 된다. 자신이 특별하기에 다른 사람은 자신을 위해 존재하고 다른 사람의 아픔과 고통은 돌아보지 않는다. 드라마에서 말하는 소위 극적인 인생을 살아가고자 평범함을 거부하는 것이다. 자신을 특별하다고 생각하게 되면 그러한 평범함을 어쩔 수 없이 잃게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평범함이 쌓이고 쌓이면 많은 시간이 흘러 나중에 위대함이 될 수 있다.


중용의 저자는 군자는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다가오는 운명이 어떤 것이든 담담하게 기다렸다가 그 운명에 맞는 가장 좋은 선택을 하는 사람이라 말하고 있다. 즉 무리하지 않고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다 그것이 쌓여 자신의 운명이 된다는 것이다. 무리수를 두어 가면서 삶을 살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인생의 수많은 순간들에서 무리수를 두어 극단적으로 나아갈 경우 그의 삶은 전혀 예상하지 않은 방향으로 가게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된다면 감당할 수 없는 미래를 맞이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 현종이나 다윗이 그랬다.


가장 평범한 일상이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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