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역사상 두보와 더불어 최고의 시인이라 일컬어지는 이태백은 평생을 방랑으로 시작해서 방랑으로 끝냈다. 한 때 벼슬자리에 몸 담기도 했으나 역모에 몰려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그가 중국 전역을 돌아다닌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정확한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정신적 자유를 원해서가 아닐까 싶다. 어디에 집착하고 정착할수록 고착되는 그의 정신세계는 그의 시적 천재성과 어울리지 못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는 인간을 초월하고 삶으로부터 자유를 얻고자 속세에 정착하지 않고 평생을 나그네로 살아가지 않았나 싶다. 그는 술을 너무 좋아하고 많이 마시기로 유명했다. 그는 왜 그리도 술에 애착을 보였을까? 술에 대한 대표적인 그의 시가 바로 장진주(將進酒)이다.
<將進酒>
君不見
黃河之水天上來
奔流到海不復回
君不見
高堂明鏡悲白髮
朝如靑絲暮成雪
人生得意須盡歡
莫使金樽空對月
天生我材必有用
千金散盡還復來
烹羊宰牛且歡樂
會須一飮三百杯
岑夫子
丹丘生
進酒君莫停
與君歌一曲
請君爲我傾耳聽
鐘鼓饌玉不足貴
但願長醉不用醒
古來聖賢皆寂寞
惟有飮者留其名
陳王昔時宴平樂
斗酒十千恣歡謔
主人何爲言少錢
徑須沽取對君酌
五花馬
千金求
呼兒將出換美酒
與爾同鎖萬古愁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황하의 물이 하늘에서 내려와
세차게 바다로 흘러가서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을!
그대는 보지 못하였는가?
고대광실 밝은 거울에 백발을 서러워하나니
아침엔 새파랗던 머리! 저녁엔 눈이 내린 듯한 것을.
우리네 인생 좋은 시절에 마음껏 즐기세나.
금 통에 담긴 술을 공연히 달빛에 내버려 두지 말 일이라.
하늘이 나를 내심에 쓸모가 있었음이러니
돈 천량이야 없어졌다가도 다시 돌아오는 것.
염소 삶고 소 잡아 즐겨보세.
한 번 마시기로 했으면 당연히 삼백 잔이러니.
잠부자(岑夫子)여!
단구생(丹丘生)아!
그대에게 한 잔 권하노니 사양일랑 하지 마소.
그대에게 내 노래 한 곡 부를테니
그대여! 날 위해 귀 기울여 들어보게나.
종이며 북이며 맛난 음식이며 옥이며! 귀한 것이 아니나니
그냥 이대로 오래 취해서 깨어나지나 말았으면.
자고로 성현님네들은 모두 다 적막할 뿐이요
오직 술 잘 마신 사람들이 그 이름을 남겼으니
진왕(陳王)은 그 옛날 평락(平樂)에서 잔치 베풀 때
한 말에 일만냥이나 하는 술을 마시면서 떠들 법석 마음껏 즐기기도 했었나니
여보게 주인 양반 어찌 돈이 모자란다 하리요?
어여 술 사다가 님들과 마주 앉아 술을 따라 보세.
오화마(五花馬)!
천금마(千金구)!
아이 불러다가 몽땅 맛좋은 술과 바꿔오게나.
그대와 함께 만고의 시름을 씻어나 보세 그려.
그는 단순히 술이 좋아서만 이런 시를 썼을 것이라 생각되지는 않는다. 그는 취하지 않고는 이 세상을 제대로 살아낼 수 없을 정도의 천재적 기질이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물론 그가 술을 좋아했던 것은 사실일지 모르나 그에게 있어서는 인간과 세상을 초월하기 위한 것을 술을 빌어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자연적 흐름을 거슬러 살아가려는 대부분의 사람들의 삶을 탈피하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하늘에서 내려온 황하의 물은 바다로 흘러들어 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사람에게 주어진 세월도 여지없이 흘러 돌아오지 않는다. 이런 자연적인 섭리를 거스르려는 것이 인간의 욕심이고 이로 인한 인위적 삶이다.
아무것도 아닌 것을 사람 스스로 만들어 낸 그 제도와 규범, 그리고 기준이 오히려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는커녕 사람이 그것들의 노예가 되고 마는 현실을 그는 초월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예를 들어 인간이 삶의 편의를 위해 화폐제도를 만들었는데 그로 인해 사람들은 평생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많은 것을 잃고 살다가 결국 이 생을 누리지도 못하고 떠나고 마는데 이러한 것이 그가 보기에 정상적인 삶이 아닐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제도에 그는 얽매이는 게 싫었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그는 오늘 잔치를 벌이자고 한다. 오늘을 어느 정도는 향유하고 내일을 기다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의 삶에 고통스러워하지 말고 그것을 초월하여 오늘의 존재를 확실히 인식하고 살아가는 것이 돌아오지 않는 세월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더 나은 것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힘든 게 있으면 그냥 취해서 잃어버리고 거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낙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정상적인 시각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이며 인간 세상이다. 하지만 거기에 아파하고 분노를 느껴봤자 아무런 소용도 없으니 그냥 술에 취한 것처럼 다 잊고 사는 것이 어쩌면 더 멋있게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