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여러 사람과 더불어 살게 되어 있다. 그로 인해 관계가 형성되며 더 나아가 그 관계는 얽히게 되어 있다. 그 얽힘은 자신이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형성될 가능성도 많다. 그로 인해 우리는 좋은 일도 겪게 되지만, 그렇지 않은 일도 경험하게 된다.
그러한 복잡한 관계 속에서는 살아가다 보면 주위에 많은 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외로움을 느끼곤 한다. 외로움은 마음을 무겁고 힘들게 한다. 감당이 안 될 정도의 외로움은 자신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우리가 외로움을 느끼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관계의 단절과 소통의 부재로 인해 홀로 됨을 느끼기 때문이다. 여기엔 본인이 상대방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가지고 있기 그렇다. 하지만 이로 인해 너무 아파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외로움은 모든 인간이 언제든 겪을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살아가다 보면 그 시기가 언제가 될지 모르나 경험하지 않을 수 없는 삶의 일부라 할 수 있다. 사람은 관계 속에서 행복을 느끼기도 하지만 불행해질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관계 속에서 함께 함으로 외롭지 않지만, 그 시간이 영속되지는 않는다.
외로움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물론 가슴이 아프고 시리지만, 자신을 겸손히 바라보며 돌이켜 봄으로써 인간적으로 한층 더 성숙해질 수 있고, 이를 극복하면 더 아름다운 함께함을 이룰 수 있다.
정호승의 <외로워도 외롭지 않다>엔 그가 시를 쓰면서 생각한 삶에 관한 이야기들을 풀어내고 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외로운 존재다. 외롭게 혼자 태어나서 외롭게 혼자 죽어가는 존재다. 외로움은 인간 삶의 기본 명제다. 인간이 외로운 존재라는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면 인간의 삶을 이해할 수 없다. 외롭기 때문에 인간인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외로움은 우리가 매일 먹는 밥이나 물과 같다. 인간이니까 밥을 먹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외로움 또한 인간이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인간 조건으로서의 그 당연한 외로움을 너무 아파하거나 고통스러워하지 말아야 한다.”
시인은 외로움이 당연한 것이라 이야기한다. 심지어 인간 본질이라고 말하고 있다. 일리가 있다. 외롭게 이 세상에 태어나 나중에 죽음의 길에서도 혼자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이기 때문이다. 내 몸과 영혼은 오직 하나밖에 없다. 외로움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삶을 이해할 수 없다고까지 이야기한다. 진정한 삶은 아파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 외로움으로 인해 상처 받거나 힘들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당연한 것을 왜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못하느냐는 뜻이다.
“그동안 나는 내 인생을 위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왔으나, 내 인생은 나를 위해 열심히 살아오지 않았다는 느낌이 불현듯 들었다. 지금까지 나는 내 인생을 위해 어떠한 어려움도 무릅쓰고 모든 것을 해주었으나, 내 인생은 나를 위해 해 준 게 뭐가 있나 하는 생각이 삭풍처럼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외로움을 느끼는 또 다른 이유 중의 하나는 자신이 최선을 다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결과가 기대한 정도로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 그는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내가 생각한 것만큼의 반응이 없을 때, 그리고 내 인생을 위해 정말 열심히 노력해 왔는데 기대한 것만큼의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 외로움을 느끼는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당연하다. 인생은 내 생각대로, 사람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이 나에게 기대한 만큼 나는 다른 사람에게 항상 그의 기대를 만족시켜 주고 있는 것일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에 나도 기대를 어느 정도 내려놓아야 하는 것이 맞다. 나는 나의 인생에 항상 최선을 다했는가? 그런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어떤 때는 게을렀고, 어떤 때는 나의 시간을 낭비하기도 했고, 또 어떤 때는 주어진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소나기가 내려야 무지개가 뜬다. 무지개가 뜨지 않으면 하늘은 아름답지 않다. 소나기가 지나간 뒤에 해는 더욱 빛난다. 따라서 무지개는 소나기의 다른 모습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무지개만 보고 소나기는 보지 못한다. 소나기가 왔기 때문에 무지개가 떴다는 사실을 잊어버린다. 왜 내 인생에 불행의 소나기, 고통의 소나기가 퍼붓느냐고 원망한다. 고통이 찾아오지 않기를 바랄 게 아니라 소나기처럼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어릴 때 고통의 소나기가 퍼붓는다 할지라도 그것을 받아들이고 승화시킬 수 있는 슬기가 필요하다. 그래야 고통은 생기와 활력을 주는 내 삶의 소중한 영양소가 될 수 있다.”
사람이 평생을 외롭지 않게 살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물론 그럴 수도 있다.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일 것이다. 하지만 외로운 것만큼 또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다. 그 다른 세상은 외로움의 깊이만큼, 그 넓이만큼 당연히 달라진다. 중요한 것은 외로움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그것을 나름대로 극복하여 또 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나 자신이 된다면 외로움은 나의 삶에 있어 아무것도 아닌 것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