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왜 오르는 것일까? 몇 시간에 걸쳐 힘들게 정상까지 땀을 뻘뻘 흘리면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와야 하는데 왜 굳이 내려올 것을 그렇게 힘들게 오르는 것일까? 나도 잘은 모르지만 내 생각에 산 정상에 오르면 천하를 내려다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난번에 부모님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되셔서 현길 아우와 함께 속리산 정상에 올랐다. 오랜만에 산에 올라서 그런지 어렵고 힘들었지만 현길 아우의 넉넉한 마음으로 즐겁게 정상인 천왕봉까지 오를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속리산 문장대를 더 선호하기는 하지만 천왕봉이 조금 더 높아 속리산의 정상은 천왕봉이다. 높이는 해발 약 1,058미터이다. 천왕봉 오르는 등산로가 문장대보다 조금 더 험하기 때문에 문장대를 사람들이 더 선호하는 듯하다. 그리고 문장대는 주변이 편평해서 많은 사람들이 여유를 가지고 쉴 수 있지만, 천왕봉은 뾰족한 봉우리밖에 없어 사람들이 쉴 수 있는 공간이 몇 평 되지 않는다.
청주에서 속리산까지는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공용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바로 등산을 시작했다. 현길 아우는 워낙 체력이 좋아 뛰어서 정상까지도 갈 수 있었지만, 나를 배려해 일부러 천천히 가느라 많이 힘들었을 것이다. 계곡이 워낙 깊어 물소리가 가슴까지 시원하게 해 주었다.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나무 그늘이 계속 이어져 있어 그리 더위를 느끼지는 못했다. 나는 힘에 부쳐 자꾸 쉬어가자고 하느라 너무 미안했다. 그래도 내 페이스를 다 맞추어 주며 가는 모습에 너무 고마울 뿐이었다.
두 시간 정도 오르고 나니 속리산 정상인 천왕봉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천왕봉 꼭대기에서 사방을 보니 모든 것이 다 보였다. 눈앞에 펼쳐진 천하는 너무나 멋지고 아름다웠다. 천왕봉 정상엔 하늘과 구름, 거대한 산하, 그리고 등산을 한 우리들이 있었다. 눈앞에 펼쳐진 천하는 내 마음을 시원하게 해 주었고, 모든 것을 다 잊게 해주는 순간이었다. 산 정상에서 보니 산 아래에 있는 것들은 너무 작아 보이지도 않을 정도였다.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登泰山小天下(등태산소천하)”
이는 “태산에 오르니 천하가 작다”라는 뜻이다. 태산은 중국에서 가장 높은 산 중에 하나다. 내가 생각하기에 천하가 작다란 것은 세상일들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그 높은 태산에 올라 보니 발아래 천하가 놓여있고 천하 속에 있을 때는 몰랐는데 태산에 올라서 보니 세상일들이 너무나 작게 보인다는 뜻인 것 같다.
우리가 산을 오르는 이유는 이런 것 때문이 아닐까? 세상 속에서 살다 보면 이러저러한 일들로 속상하고 머리가 아프지만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사실 모든 것이 작게 보여 아무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왜 그렇게 살아왔는지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실 살아가면서 별것도 아닌 조그마한 것을 가지고 죽네 사네 하며 아등바등 살아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더 어려운 일들을 겪고 나면 그러한 것들은 진짜 신경 쓸 일도 아니었을 경우가 너무나 많다. 너무나 조그만 것에 우리의 모든 것을 걸고 그렇게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인생의 바닥까지 겪어보고 더 이상 내려갈 수 없는 곳까지 내려갔다 와보면 사실 전혀 신경 쓸 일도 아닌 것을 당시에는 그렇게 집착을 하고 연연해하는 것이다.
나는 이제 산을 오르는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다. 힘들지만 산 정상에 오르면 세상일이 아무것도 아님을 다시 한번 내 마음에 새길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나에게 힘든 일이나 어려운 일을 만나면 그냥 산에 오르려 한다. 그러한 것들이 나의 인생에 있어 별것도 아니라는 것을 느끼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