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운명을 뜻한다. 그 운명에 맞서 결코 물러서지 않는 인간은 위대하다.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는 한 인간의 삶이 경이로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어떠한 일을 하건 삶의 한가운데서 살아나가는 이상 인간의 위대함이 거기에 있음을 깨닫게 해 준다.
“이렇게 힘센 놈, 또 이렇게 별나게 구는 놈은 머리털 나고 지금이 처음이지 뭐야. 날뛰지 않는 것을 보니 여간 똑똑한 놈이 아닌걸. 이놈이 날뛰거나 마구 요동치는 날에는 꼼짝없이 내가 끝장나고 말 텐데. 하지만 아마 전에도 여러 번 낚시에 걸린 경험이 있어 이럴 때는 지금처럼 싸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야.”
삶은 우리에게 어떠한 모습으로 다가올지 알 수가 없다. 나를 집어삼킬 듯이 다가올 수도 있다. 나의 능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도 다가온다. 하지만 비굴하게 피하지 말아야 한다. 삶은 도전하는 이에게 무언가를 남겨준다. 비록 지치고 힘들어도 맞서 싸우는 자는 강한 삶의 의지라도 얻을 수 있다.
“노인은 모든 고통과 마지막 남아 있는 힘, 그리고 오래전에 사라진 자부심을 총동원해 고기의 마지막 고통과 맞섰다.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
노인이 타고 있었던 배보다 훨씬 더 컸던 고기와의 사투였다. 자신의 능력보다 힘이 센 운명에도 굴복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든다. 삶은 그렇게 알 수 없는 힘으로 우리를 이끌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만이 경험할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것이 신이 주는 선물인지도 모른다.
“또 다른 상어가 배 밑에서 고기를 물어뜯고 있었기 때문에 배는 여전히 흔들렸다. 노인이 잽싸게 돛줄을 풀어 배가 옆으로 돌자 상어가 물 밑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상어를 보자 그는 재빨리 뱃전 밖으로 몸을 내밀어 상어에게 일격을 가했다. 그러나 상어의 몸뚱이를 쳤을 뿐 껍질이 단단하여 칼이 제대로 뚫고 들어가지 못했다. 노인은 칼을 뽑아 다시 한번 똑같은 부위를 찔렀다. 그러나 상어는 여전히 갈고리처럼 굽은 주둥이로 고기에 매달렸고, 그러자 이번에는 그놈의 왼쪽 눈을 칼로 푹 쑤셨다. 그래도 상어는 여전히 고기에 매달려 있었다.”
삶의 고비는 끝없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가지고 있는 모든 것으로 힘들게 고기와의 사투에서 이겼건만, 다시 상어 떼가 달려들기 시작했다. 상어 떼의 습격으로 노인의 평생에서 잡았던 고기 중에 가장 컸던 그 고기는 모조리 상어의 밥이 되고 말았다. 하나도 남겨진 것이 없었다. 어쩌면 삶은 이리도 허무한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다해 노력하였으나 돌아오는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노인은 그 과정을 얻었다. 홀로 상어 떼와 싸워야 했지만, 그는 결코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이제 마침내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녹초가 되고 말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물 쪽으로 기어가 보니 톱니 모양으로 부러진 키 손잡이의 토막이 키 구멍에 잘 들어가 그런대로 충분히 방향을 잡을 수 있었다. 이제 배는 바다 위를 가볍게 미끄러지듯 달렸다. 그에게는 아무런 생각도 아무런 감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노인은 모든 것을 초월한 채 가능한 한 배를 요령 있게 다루어 무사히 항구에 도착할 수 있도록 몰았다. 누군가 식탁에서 음식 부스러기를 주워 먹기라도 하듯 한밤중에도 상어 떼가 고기 잔해에 덤벼들었다. 그러나 노인은 상어 떼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오직 키 잡는 일에만 집중했다. 뱃전에 달린 무거운 짐이 없어진 배가 얼마나 가볍고도 순조롭게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달리는지만 느낄 뿐이었다.”
모든 것을 쏟아부었던 자만이 느낄 수 있는 희열은 그 어떤 것보다 그의 삶을 아름답게 해 준다.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이건 그 전부를 다 끌어내 살아온 사람이 경험하는 삶은 그 어떤 것에서도 느낄 수 없는 경이로움이며 환희일 수밖에 없다. 노인은 이제 편히 쉬어야 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진정한 안식은 힘들게 운명과 맞선 자만이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해보았기에,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잘 알기에,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편히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쉴 수 있는 것이다. 노인은 그렇게 험한 바다에서 위대한 삶을 살아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