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물에 대한 기억

by 지나온 시간들

앙리 베르그송은 1859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나 파리 고등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를 역임했다. 그는 관념론에 관심이 많았고, 모든 사물의 근원으로 ‘순수 지속’을 주장하였다. 공간화된 시간이 아닌, 참된 시간으로서의 지속을 이야기했다. 그의 철학에는 ‘실증적 형이상학’이라는 측면이 있는데 이는 실증적 과학들과 상보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개연적인 형태로 진리에 접근하고자 하는 것이다. 특히 그는 대표적인 생철학자였기에 생리학을 기반으로 쓴 <물질과 기억>이 대표적이다. 192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관념론과 실재론이 똑같이 극단적인 주장들이라는 것, 즉 물질을 우리가 그것에 대해 갖는 표상으로 환원하는 것도 거짓이고, 또한 물질을 우리 안에 표상들을 산출하지만, 그 표상들과는 전혀 다른 본성에 속하는 어떤 것으로 만드는 것도 거짓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에게 물질은 ‘이미지들’의 총체이다. 그리고 ‘이미지’라는 말로 우리가 의미하는 것은 관념론자가 표상이라고 부르는 것보다 더한, 그러나 실재론자가 사물이라고 부르는 것보다는 덜한 어떤 존재-사물과 표상 사이의 중간에 위치한 존재-이다. 물질에 대한 이러한 개념 정의는 순전히 상식적인 것이다. 상식에 있어서 대상은 그 자체로 존재한다. 그리고 대상은 그 자체로 우리가 그것을 지각하는 그대로 그림처럼 그려져 있다. 즉 그것은 이미지, 그러나 그 자체로 존재하는 이미지이다.”


베르그송은 정신과 물질의 실재성을 인정하고, 이 둘의 관계를 기억을 통해서 규명하려고 한다. 분명히 이원론적 접근방식이지만 이를 약화시키려는 의도이다.


“정신적 삶에는 다양한 색조들이 있으며, 우리의 심리적 삶은 우리의 삶에 대한 주의의 정도에 따라서, 때로는 행동에 더 가깝게, 때로는 행동으로부터 더 멀게, 다양한 높이에서 영위될 수 있다. 사람들이 대개 아주 복잡한 심리 상태라고 여기는 것은,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인성 전체의 가장 커다란 확장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인성 전체는, 정상적인 경우 행동에 의해서 조여져 있다가, 이를 항상 나누어지지 않은 채로 압축해 놓는 이 조임쇠가 헐거워지면 그에 상응하는 만큼 더 팽창된 표면 위로 펼쳐진다. 사람들이 대개 심리적 삶 자체의 교란, 내적인 무질서, 인성의 질병으로 간주하는 것은, 우리의 관점에서 보면, 이 심리적 삶을 이에 수반하는 운동 기제에 연결하는 연대성의 이완이나 이상, 즉 외적인 삶에 대한 우리 주위의 약화나 변질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심리적 삶의 상태는 우리의 인성과 밀접한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여기서 사물에 대한 우리의 기억 또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우리의 심리적 상태에 문제가 생길수록 우리의 삶은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심리학적 지속은 존재의 지속으로 이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KakaoTalk_20211125_090342976.jpg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잘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