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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지어진 고독

by 지나온 시간들

마르케스의 소설 <백 년 동안의 고독>은 근친상간과 관계된 부엔디아 집안의 백 년간에 걸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우르술라의 어머니가 태어날 아이에 대해서 오만 가지 불길한 예언으로 그녀에게 겁을 주며 혼례의 마무리라고 할 수 있는 남편과의 사랑 행위를 거부하도록 하지만 않았던들 그들은 그날 밤부터 행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잠자는 사이에 힘세고 고집스러운 남편에게 침범당하는 것을 두려워한 우르술라는 잠자리에 들기 전에 반드시 어머니가 돛배 천으로 장만해 준 빳빳한 바지를 입었다. 그것은 얽히고설킨 몇 개의 끈으로 다시 보강되었고, 앞부분은 튼튼한 자물쇠로 잠갔다.”


소설의 주인공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와 우르술라 이구아랑은 사촌지간이었으며 근친상간적 결혼이었다. 조상 중에 근친혼으로 인해 돼지 꼬리가 있는 아기를 낳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우르술라는 결혼 후에도 남편과의 부부관계를 거부한다. 이것은 결국 남편이 살인을 하게 되는 비극으로 이어진다.


“그는 피에 굶주린 조부의 창을 들고 10분 뒤에 돌아왔다. 마을 사람들의 절반가량이 모여 있는 투계장 입구에선 프루덴시오 아길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싸울 자세를 취할 틈도 없었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1세가 표범을 잡을 때와 같은 정확한 겨냥이었다. 호세 아르카디오 부엔디아는 황소 같은 힘으로 창을 던졌고, 마침내 그의 목에 푹 꽂히고 말았다.”


부엔디아의 살인으로 인해 아내인 이구아랑은 남편과의 부부관계를 허락할 수밖에 없었고 그들은 마을을 떠나 마콘도라는 곳으로 이주를 하게 된다.


마콘도로 이주한 후 부엔디아와 이구아랑에게서 자손들이 차례차례 태어나고 집시들이 이 마을을 방문하면서 신기한 물건들도 전해진다. 그리고 세월이 흐르면서 이 마을엔 이상한 일들이 계속해서 일어난다.


“문을 연 순간 바닥에 즐비하게 놓여 있는, 어느 것이나 두세 번은 사용한 흔적이 있는 요강의 견딜 수 없는 악취가 코를 찔렀다. 완전히 대머리가 된 호세 아르카디오 세군드는 숨 막힐 듯한 냄새로 더럽혀진 공기를 꺼림칙하게 여기지도 않고 이해할 수 없는 양피지를 싫증도 내지 않으며 되풀이 읽고 있었다. 신성한 빛이 그를 에워싸고 있었다. 문이 열린 것을 알고 그는 눈을 살짝 들었다. 동생은 그의 눈을 본 것만으로 그가 증조부와 같은 운명을 걸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삼천 명도 더 될 거다. 틀림없다. 역 앞에 모였던 사람들은 모두 학살당한 거야!’”


마을에서는 혁명전쟁을 일으킨 자유파 사람들과 정부군에 의해 마을 사람들이 사살된다. 게다가 4년 동안 계속되는 홍수와 10년 넘게 이어지는 가뭄으로 마콘도는 황폐화되어 간다.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가 양피지의 해독을 마친 그 순간에 이 거울의 마을, 신기루의 마을은 바람에 날려갈 것이며, 인간의 기억으로부터 영원히 사라져 버릴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또 백 년 동안의 고독으로 운명 지어진 이 집안의 가계는 두 번 다시 이 세상에 나타날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므로, 거기 적혀 있는 모든 것은 과거와 미래를 가릴 것 없이 영원히 되풀이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우르술라는 자신의 후손들에게 근친상간을 하지 말 것을 계속해서 강조하지만, 결국 그들의 후손 중 한 명인 아우렐리아노 2세가 돼지 꼬리를 달고 태어나는데 이 아기는 불개미에게 잡아먹혀 버리고 만다. 이와 더불어 부엔디아 집안의 백 년에 걸친 역사도 마콘도와 함께 끝이 나버리고 만다.


인간인 우리가 지켜야 할 선은 어디일까?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일의 기준은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그것을 넘어서는 순간 우리는 파멸의 길로 들어설 수밖에 없다. 우리의 삶이 파멸로 끝날지는 우리 자신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가장 많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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