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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새

by 지나온 시간들

울어라 울어라 새여

서글프니 울어라 새여


누릴 만큼 누리고

머문 만큼 머물렀으나

미련이 너무 많아

회한이 너무 많아


이제는 떠나야 하리

이곳을 떠나야 하리


울어라 울어라 새여

서글프니 울어라 새여

그 공간을 떠나고 싶다. 너무 아픔이 많은 공간이었기에. 하지만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울고만 있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그만큼 미련이 많았던 탓일까? 훌훌 털어 버리고 가버려도 그만인 것을. 어디든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두 날개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힘들었던 그곳에 앉아 아직도 서글퍼 울고 있는 이유를 자신도 알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회한은 왜 그리 많이 있는 것인지 알 수조차 없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는데도 불구하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후회되고 아쉬운 것만 있는 것일까?


삶이란 그렇다는 것을 잘 아는데도, 충분히 경험했고 겪을 것은 겪었기에 내려놓을 것은 내려놓을 수 있고 포기할 것을 포기했는데도 아직도 마음에 무언가가 걸려 있는 듯한 느낌은 도대체 무엇 때문인 것일까?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이 다가오는데, 그 시간이 두렵지도 않고 아쉽지도 않은 데 아직도 그 자리에 앉아 푸른 하늘을 바라본 채 서글퍼 울고만 있는 그 새는 언제 날갯짓을 하려는 것일까?


별것 없다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데, 머릿속은 비어 있고 마음마저 홀가분한데 아직도 익숙한 그 나무에 앉아 그 서글픈 울음을 언제까지 계속하려는 걸까?


우는 것만이라도 실컷 울었으면 좋겠다. 더 이상 눈물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마음껏 울기라도 하면 좋겠다. 울다 지쳐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그렇게 실컷 울기라도 하면 좋겠다. 그렇게 다 울고 훌쩍 자유롭게 떠나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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