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2년 독일의 슐레지엔에서 태어난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은 예나 대학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한 후 1889년부터 작품 활동을 시작한다. 그의 희곡 작품은 현실을 최대한 재현하는 것으로 예민한 사회적 주제도 과감히 무대에 올렸다. 그는 1912년 “무엇보다 그의 풍부하고 다양하며 눈에 띄는 극 예술 분야에서의 창작활동을 인식하여 이 상을 드립니다.”라는 이유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직조공>은 그의 대표작으로 1844년 슐레지엔 지방을 중심으로 일어난 직조공들의 폭동에 대한 이야기이다. 온순하고 겁많은 직조공들이 자신의 제품을 가지고 와서 품삯을 받곤 했는데 직물 검사원이 갖가지 트집을 잡아 임금을 깎으려 하면서 직조공들의 불만이 쌓여가기 시작한다. 직조공들의 삶은 너무나 비참했고, 아무리 일을 열심히 하고 세월이 지나도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다. 참다못한 그들은 공장주의 착취에 대항해 폭동을 일으키고 그 과정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된다.
“파이퍼 : (천을 저울에 올려놓으며) 여전히 날림으로 만들어 왔군. (이미 새 천에 눈을 돌리며) 이 꼴 좀 봐! 이쪽 끝은 넓고 저쪽은 좁잖아! 이쪽 실이 엄청 단단히 짜여있고, 저쪽 끝은 체발에 온통 뜯겼잖아! 일 인치에 실 일흔 가닥이 채 들어가 있지 않다니, 나머지는 어디에 있는 거야?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구! 정말 큰 일이야.”
직조공들은 다름대로 최선을 다해 일을 했지만 공장주는 이윤을 더 남기기 위해 직물 검사원으로 하여금 어떻게든 흠을 잡아 임금을 아끼려 한다. 이로 인해 직조공들은 가난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은 꿈을 꿀 수조차 없다. 이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적인 문제가 되어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었다.
“바우메르트 부인 : (계속 탄식하며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젠 앞뒤에서 붙들어 줘야만 기동을 한단다. 앓느니 죽지, 성가신 짐만 되고 있으니... 이따금 하나님께 어서 데려가 주시라고 기도한단다. 오, 주여, 주여, 너무나 가혹합니다. 모르긴 해도... 생각하면 알 일이지... 난 평생을 열심히 일하며 살아왔어... 내 몫만은 꼭 해냈단 말야. 그런데 이젠 (애써 일어나려고 하지만 안 된다) 아무것도 할 수 없으니... 사람 좋은 남편과 착한 아이들을 바라보고만 있어야 하다니... 저 계집애들 얼굴 좀 봐라! 핏기 한 점 없이 창백한 종이쪽 같잖아. 먹고살기 위해 하루종일 그 지긋지긋한 베틀 앞에 앉아 있어야 하니, 이게 나이 어린 처녀애들이 할 짓이냐! 이게 대체 무슨 꼴이냐! 저 애들은 베틀 발판에서 평생 발 한번 떼지 못할 거야. 뼈빠지게 일하고도 변변한 옷 한 벌 사 입지 못할 것이 뻔하지. 사람들 앞에 나가는 것도, 교회에 나가 위안을 받는 것조차도 어림없는 일이야. 허수아비 같은 저 모습들을 누가 열다섯, 스무 살의 젊은 아가씨들로 봐주겠느냐!”
직조공들의 가족은 갈수록 가난으로 인해 삶은 궁핍해지고 삶에 대한 희망마저 잃게 된다. 아무리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의 암울함이 사라질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비간트 : 평화적으로! 어떻게 평화적이 될 수 있겠는가? 프랑스 혁명이 평화적이었던가? 로베스 피에르 같은 자가 부자놈들에게 그저 따귀나 한 대 찰싹 때리고 말았던가? 거두절미하고 단두대로였지. 모두 단두대로 보냈다구! 감이 익어 절로 입안에 떨어지는 게 아니야!”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직조공들은 결국 공장주에 대항하여 폭동을 일으키게 된다. 서로의 타협점을 찾을 수도 없었고 그에 대한 노력이 허사라는 것도 알았기에 최후의 수단 밖에 남아있지 않게 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평생을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한 노인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려 노력한다.
“힐제 노인 : 싫어! 모두가 미쳤어!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서 날 이 자리에 앉히셨어. 안 그렇소, 임자? 우린 바로 여기 앉아 우리가 맡은 일을 계속하는 거야. 백설이 새까맣게 타버리는 한이 있어도.
(한 바탕의 총격소리, 힐제 노인이 치명탄을 맞고, 일어서려다 베틀 위에 털썩 쓰러지고 만다.)”
평생을 직조공으로 살아왔던 힐제 노인은 폭동의 와중에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게 된다. 자신의 모든 인생을 직조공으로 살아왔지만 그의 양측에 의한 희생양이 되어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그의 삶의 대가는 무엇이었을까? 성실하게 자신의 할 일만 열심히 하면서 살아온 그가 무슨 잘못이 있길래 그렇게 비참하게 죽어가야만 했던 것일까? 그렇게 삶을 마무리하게 되는 것이라면 인생은 너무 허무한 것이 아닐까? 서로를 위하지 않는 사회는 비극만이 존재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