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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Dec 28. 2021

트랜지스터는 어떻게 개발되었을까?

1950년대 인류를 전자공학의 시대로 열어 준 과학자들은 마로 존 바딘, 월터 브래튼, 윌리암 쇼클리이다. 고체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물질은 반도체인데 이는 도체와 부도체의 중간에 해당하는 물질이다. 위의 세 명은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벨 연구소에서 만난다. 이 연구소에서는 반도체 연구팀이 있었는데 이 팀엔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이 많았다. 


  바딘, 브래튼, 쇼클리는 합심하여 게르마늄 반도체의 박판에 수직으로 전기장을 걸어 운반체의 수를 제어하는 방식을 고안하고 이를 보다 보완하여 인류 최초로 pnp형 트랜지스터를 개발하였다. 


  당시 이 연구소의 경영진은 통신 시스템의 획기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신소재 개발이 필수라고 생각하였다. 벨연구소는 고체 연구부를 독립 부서로 격상시키고 그 밑에 자기, 압전기, 반도체 등의 여러 소그룹을 두는 조직으로 개편하였다. 이 반도체 연구팀에 바딘, 브래튼, 쇼클리, 무어 등이 있었다.


  고체에서의 전기전도도는 원자핵의 제일 바깥 궤도를 돌고 있는 자유전자의 숫자가 결정한다. 반도체에 전지를 연결하면 –전기를 띤 자유전자가 +전극으로 빨려 들어가서 전기가 흐르게 되고, 자유전자가 이동하고 남은 자리에는 +전기를 띤 구멍이 생기게 된다. 이를 홀(hole)이라 부른다. 홀은 주변에 있는 전자들을 끌어당겨서 안정된 상태를 이루려 한다. 이때 끌려 들어간 전자가 있던 자리에는 다시 홀이 생긴다. 결국, 홀이 이동한 셈이다. 이렇게 전자가 +쪽으로 이동할 때 홀은 –쪽으로 움직이게 된다. 


  이러한 현상에 관심을 가졌던 과학자들은 반도체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전자와 홀의 수에 만족하지 않고 다른 불순물을 넣어 전자 혹은 홀의 수를 늘리는 방법을 고안하였다. 대표적인 반도체인 실리콘과 게르마늄은 4족 원소로서 4개의 최외각 전자를 가지고 있다. 여기에 비소와 같은 5족 원소를 섞으면 최외각 전자는 모두 9개가 된다. 이 중에서 8개는 안정된 결합을 이루고, 전자 하나가 남게 된다. 이 전자는 자유전자로 전기를 운반한다. 음전하를 띤 전자가 전기를 나른다는 뜻에서 이것을 n형 반도체라고 한다. 


  이와 달리 3족 원소인 인듐을 불순물과 섞으면 최외각 전자는 모두 더해도 7개밖에 되지 않는다. 8개의 안정된 결합에서 1개가 모자라기 때문에 그곳에는 홀이 생긴다. 이 홀은 자유전자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마치 양전하가 움직이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그래서 이를 p형 반도체라 한다.


  벨연구소의 반도체 연구팀이 연구의 출발점으로 삼았던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중에 사용된 레이더 검파기였다. 레이더 검파기는 초기 라디오 검파기를 개량한 것으로 게르마늄을 원료로 사용하면서 인을 불순물로 첨가하고 있었다. 레이더 검파기를 통해 당시의 과학자들은 게르마늄과 같은 4족 원소가 반도체의 원료로 적절하며, 인과 같은 5족 원소를 도핑하면 전류의 운반체가 증가한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었다. 문제의 핵심은 전류의 운반체가 되는 전자나 홀의 수를 적절히 제어함으로써 전기 신호의 진폭을 증대시키는 증폭 효과를 얻어내는 데 있었다. 


  쇼클리는 게르마늄 반도체의 박판에 수직으로 전기장을 걸어서 운반체의 수를 제어하는 방식을 고안하였다. 실험 장치로는 엷은 석영판의 윗면에 반도체 박막을 붙이고 아래 면에 금속 막을 증착시킨 후 반도체 막과 금속막 사이에 전극을 부착시킨 것이 사용되었다. 그는 두 막 사이에 걸린 전압을 매개로 운반체의 수, 즉 전류를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의 가설에 따르면 이 방법을 사용하면 증폭 작용이 일어나야 했으나 실험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쇼클리는 바딘에게 자신의 실험이 번번이 실패한 원인을 분석해 달라고 요청하였다. 연구 끝에 바딘은 미세한 증폭 효과가 나타나긴 하지만 반도체의 표면 상태에 문제가 있어 그것을 관찰할 수 없다고 평가하였다. 즉, 운반체 대부분이 반도체의 표면에 잡혀버려 반도체의 내부는 전기장이 차단되어 버렸다는 것이다. 이러한 바딘의 가설은 브래튼의 실험에 의해 확인되었다. 


  반도체 표면상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서 바딘과 브래튼은 반도체를 전해액에 담근 뒤 전압을 걸어주는 실험에 착수하였다. 그 결과 증폭 작용을 얻을 수 있었으나 그 효과가 너무 적다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여 브래튼은 플라스틱 칼을 금박으로 싼 뒤 그것을 면도날로 가느다랗게 베어 2개의 슬릿을 만들었다. 이 금박을 게르마늄 본체에다 붙인 뒤 하나의 슬릿에는 작은 전압을 걸고 다른 하나의 슬릿에는 큰 전압을 걸었더니 증폭 전류가 흐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바딘과 브래튼은 이러한 장치를 개량하여 금박 슬릿 대신에 금속 칩을 사용하여 반응물 사이의 거리를 더욱 가까이 접근시켰다. 이것이 1947년 12월 16일에 역사상 최초로 발명된 트랜지스터이다. 이것이 바로 인류가 전자공학의 시대로 진입하게 되는 문을 연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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