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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Dec 30. 2021

공동사회는 구성원 모두의 책임

 1911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태어난 나지브 마흐푸즈는 대학에 입학해 철학을 공부하며 작가의 길을 선택한다. 1938년 단편집 <광기의 속삭임>을 출간한 후 공무원으로 일하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였다. 1952년 <궁전 샛길> <욕망의 궁전> <설탕 거리>로 이루어진 카이로 3부작을 완성하며 소설가로서 확고한 명성을 얻는다. 1988년 “현실을 통찰력 있게 꿰뚫는 동시에 지난 일을 어렴풋이 떠올리게 하는 뉘앙스가 풍부한 작품으로 인류 전체가 공감할 만한 아랍 고유의 서사 예술을 구현했다”라는 이유로 아랍어권 작가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다. 


  <우리 동네 아이들>은 나지브 마흐푸즈의 인류의 역사처럼 동네에는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지배층과 항상 핍박당하는 피지배층이 생겨나고 그들 간의 갈등이 증폭되면서 권모술수와 폭력이 난무하는 어지러운 세상을 비유한 소설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생활이 힘들고 지칠 때마다 대저택을 가리키며 한탄을 한다. 이에 은둔자 자발라위는 어지러운 동네를 바로잡고 정의 사회를 구현하라고 자발과 리파아, 까심에게 명령을 내리고 이들은 어려움을 극복하며 이를 완수하려 노력한다. 하지만 리파아는 아내의 배신으로 살해되고 그의 유지는 그와 뜻을 같이 했던 친구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우리 동네에 망각이라는 전염병이 돌지 않았었더라면 그는 좋은 본보기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망각은 동네에 전염병처럼 늘 창궐한다.”


  하지만 그러한 세상은 오래가지 않았다. 사람들은 이를 전염병 때문에 그렇다고 했지만, 원래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 버린 것뿐이었다. 


 “당신은 어디 계신가요? 어떻게 지내세요? 더는 존재하지 않으신 것처럼 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세요? 당신의 뜻을 저버린 자들이 당신의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곳에 있습니다. 산속에 격리된 이 여인들과 이 아이들이 당신이 가장 아끼는 사람들이 아닌가요? 관재인이 살해되지 않고 수장들이 폭력을 휘두르지도 않고 당신의 뜻이 이행되는 그 날 당신은 당신의 자리로 되돌아오실 수 있을 거예요. 마치 내일 태양이 하늘 높이 떠오르듯 말입니다. 당신이 없다면 우리에게 아버지도, 세상도, 땅도 희망도 없습니다.”


  동네 사람들은 어지러운 세상을 바로 잡아줄 것을 동네의 아름다운 대저택에 은거한 자발라위에게 부탁을 하고 동네 사람들 중 몇몇을 선발하여 다시 동네를 바로 잡으려고 노력한다. 


 “예전 상태로 돌아가느냐 아니냐는 여러분에게 달려 있습니다. 여러분의 관재인을 지켜보십시오. 만약 그가 여러분을 배신하거든 그를 해임하십시오. 만약 여러분 가운데 누군가가 폭력에 의존하려 한다면 그를 때리십시오. 만약 누군가가 혹은 어떤 구역이 권력을 장악하려 한다면 그에게 그 구역에 따끔한 맛을 보여 주십시오. 꼭 그렇게 해야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고 여러분은 앞날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실겁니다.”


  까심은 바뀐 세상을 유지하는 것은 지배층뿐만 아니라 피지배층의 몫이기도 한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정의로운 사회는 스스로 지키는 것이라는 그는 동네 사람들에게 당부한다.


  소설의 우리 동네는 사람이 살고 있는 그 어디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사회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는 지배층, 피지배층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모든 사람에게 해당된다. 지배층이 자신만을 위하거나 피지배층 또한 자신만을 생각한다면 끝없는 악순환만 계속될 뿐이다. 공동사회는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책임일 뿐이다. 어떻게 뜻을 모아 나아갈 것인지는 전적으로 그 사회 모든 일원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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