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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Dec 30. 2021

조슬린 벨도 노벨상을 받아야 했다

1967년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의 대학원생이었던 조슬린 벨은 우주 공간에서 전파 신호의 빠른 변화를 찾기 위해 그녀의 지도 교수인 앤서니 휴이시가 제작한 특수 탐지기로 멀리 있는 전파원을 연구하고 있었다. 이 연구에서 사용된 컴퓨터는 망원경이 하늘의 어느 영역을 탐사했는지 보여주는 인쇄물을 출력했고, 휴이시의 대학원생들은 이들 모두를 들여다보면서 흥미로운 것을 찾고 있었다. 


  조슬린 벨은 작은 여우 자리에서 빠르고 날카롭고 강하면서 아주 규칙적인 펄스를 보내는 전파 복사의 방출원을 찾아내게 된다. 이 펄스는 정확하게 1.33728초마다 도착하였다. 이것이 바로 맥동 전파원인 펄서의 최초 발견이었다. 


  펄서들의 맥동 주기는 보통 1/1000초보다 약간 긴 것에서 10초에 이르는 넓은 범위에 퍼져 있다. 이후 이론과 관측을 결합하여 천문학자들은 펄서는 회전하는 중성자별이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이는 우주 공간에서 현대식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한다. 현대식 등대는 모든 방향으로 선박들을 향해 등불을 회전시키면서 빛줄기를 어두운 바다로 보낸다. 배의 입장에서 보면, 빛줄기가 배를 향할 때마다 빛의 펄스를 규칙적으로 보게 된다. 


  마찬가지로 중성자별에서 나오는 복사가 우주 공간이라는 바다에서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중성자별은 붕괴로 인해 매우 작아져서 빠르게 회전하기 때문에 그 빠른 회전이 아주 주기적이다. 각운동량 보존 법칙에 의하면 한 물체가 작아질수록 그 물체는 더 빠르게 회전할 수 있다. 비록 중성자별이 된 원래의 별이 주계열일 때 아주 느리게 회전하였더라도 중성자별이 되기 위해 붕괴하면서 회전은 빨라진다. 보통 중성자별은 지름이 약 10~20km 정도 되기 때문에 몇 분의 1초 만에 한 바퀴씩 회전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드넓은 우주 공간에서 등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원래의 별에 있던 자기장은 중심핵이 중성자별로 수축할 때 크게 압축된다. 중성자별 표면에서는 양성자와 전자는 회전하는 자기장에 묶여 빛의 속도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속도로 가속된다. 자기장의 두 극에서 중성자별로부터 나온 입자들은 폭이 좁은 다발로 모이고 엄청난 속도로 선회하면서 흘러나간다. 이들은 광범위한 전자기 스펙트럼의 에너지를 발생시키며, 복사 자체도 좁은 다발에 제한되므로 펄서가 등대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조슬린 벨은 이러한 펄서를 드넓은 우주 공간에서 최초로 발견하였고, 이를 그의 지도 교수인 휴이시에게 보고하여 이 최초의 발견에 대한 논문을 쓰게 된다. 


 1974년 노벨 물리학상은 이론적으로만 예견되어온 중성자별 즉 펄서를 처음으로 관측한 공로로 휴이시에게 주어진다. 하지만 조슬린 벨의 이름은 없었다. 물론 휴이시 교수의 그 전의 업적까지 고려하여 노벨상이 주어졌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어쨌든 가장 큰 공헌은 바로 펄서의 발견이었다. 만약 조슬린 벨의 발견이 아니었더라면 휴이시 교수도 이를 놓쳤을 가능성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 따라서 1974년의 노벨 물리학상은 조슬린 벨도 함께 받았어야 했다. 


  조슬린 벨은 매우 아쉬웠겠지만, 이에 대해 담담하게 받아들였고,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 영국 왕립 천문학 회장, 영국 물리학 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그리고 대영제국 훈장 2등급까지 받게 된다. 


  세상에는 불공평한 경우가 많이 있다. 과학계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그것을 결정하는 사람들의 마음이기는 하겠지만 조슬린 벨을 생각한다면 타인의 입장에서도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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