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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an 01. 2022

오리야끼 사람들

1892년 보스니아의 트라브니크에서 태어난 이보 안드리치는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였고 문화사로 박사학위도 마쳤다. 1918년 산문시로 작가 활동을 한 그는 많은 시와 소설을 남겼다. 1961년 “조국의 역사와 관련된 인간의 운명을 철저히 파헤치는 그의 서사적 필력에 이 상을 드립니다.”라는 이유로 노벨상을 수상한다.


  <오리야끼 사람들>은 어느 산속 마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새로운 집, 처음 보는 남편, 심부름꾼들, 모두가 아주 요괴 같기만 하여 그녀에게는 무서웠다. 모스타르로 돌아가는 친척에게 이별을 고하고 그의 손에 입을 맞추자 그녀는 절망한 나머지 눈물도 말라 그저 흐느껴 울 뿐이었다.” 


  오리야끼 마을 사람들은 근친 간의 결혼으로 비정상적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어느 날 이 마을에 처음으로 외부의 여인이 시집을 오게 된다. 하지만 그 신부는 오리야끼 마을 사람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고 살아갈 마음을 잃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미치광이다. 낮에는 별다른 점이 띄지 않지만, 밤마다 악몽에 시달려 이 집에 뭔가 불길한 것이 달라붙어 있다는 망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이었다. 신혼 초야부터 이미 그는 베갯머리에 총알을 잰 라이플을 놓고 자기와 아내 사이에도 긴 나이프를 감추어 두는 것이었다. 이것은 아무 이유도 없는 병적인 질투, 사랑이 없는 질투였다. 아니면 아내를 괴롭히자는 병적인 욕구였다.”


  신혼 초부터 남편을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던 신부는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고통이었다. 어느 날 이 여인의 남동생이 누이가 사는 모습이 궁금해 이 마을을 방문하게 된다. 여인은 동생에게 이 마을에서 탈출해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하게 되고 남편은 둘이 하는 이야기를 엿듣게 된다.


  “좁은 틈새로 석유 냄새와 타오르는 건초의 숨 막히는 열기가 확 풍겨 들었다. 그만 당황해진 동생은 그 좁은 틈을 향해 몸을 쾅 부딪쳐 열어보려고 했다. 그때 어둠 속에서 뭔가 날카롭고 육중한 것이 마치 검은 번개처럼 그의 머리를 내리쳤다. 그는 한가운데 쓰러지고 누이는 비명을 지르며 그 쓰러진 동생의 몸을 부둥켜안았다.”


  아내를 의심한 남편은 아내와 그 동생을 죽이고 살던 집에 불을 질러 자신 또한 죽게 된다. 그 불은 불어온 강풍에 의해 온 동네로 번지게 되고 그렇게 마을 전체가 모두 불타 버린다.


  “이 불이 일어난 후, 오르야끼 사람들은 그 원인을 깊이 조사해 보려고 하지도 않고 탄 집들의 뒤처리를 하자 새로 집을 짓기 위해 터를 닦기 시작했다. 만약 그해 여름에 전쟁이 시작되지 않고 오스트리아 군대의 점령이 없었더라면, 오르야끼 사람들은 그해 동안에 마을의 일부를 재건했을 것이다.”


  온 마을이 불에 타버리는 끔찍한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은 그 원인조차 알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들에게 삶은 그저 먹고 자는 것 외에는 아무런 것에도 관심이 없었다. 같이 살던 마을 사람의 일부가 죽었어도 그냥 처리만 하고 나서 또다시 같은 삶을 살아갈 뿐이었다. 삶의 의미나 가치에 대해 그들은 아무런 관심조차도 없이 그저 먹고 자고 일하는 것이 삶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오리야끼 마을 사람들은 세월이 지나도 그러한 모습에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우리는 왜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돈을 벌기 위해서, 맛있는 것을 먹기 위해서, 좋은 집과 좋은 차를 타기 위해서, 아니면 그 무엇을 위해 우리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삶에 대한 목적이나 의미 그리고 가치에 대한 생각할 시간도 없이 무작정 일하고 먹고 자는 우리의 일상은 오리야끼 마을 사람들의 생활과 과연 많이 차이가 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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