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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an 07. 2022

로마의 영광은 어디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탈리아 로마까지는 900km 정도 되는 거리였다. 아침 일찍 출발해 알프스 산맥을 힘겹게 넘고 로마에 도착해 보니 이미 해는 기울고 있었다. 


  로마 역 근처에 예약된 숙소를 찾는데도 한참이나 걸렸다. 이동하기가 편리할 것 같아 선택을 했는데 로마 도심은 너무나 복잡하고 길도 좁았다. 짐을 간단히 풀고 근처에 나가 간단히 저녁을 먹고 주위를 조금 돌아다녔다. 로마의 한 복판, 한때는 세계를 지배했던 로마제국의 심장이었던 지역이었다. 어수선함과 무질서 그리고 환락의 모습에 실망을 하고 그냥 숙소로 돌아왔다.


  다음 날 아침, 차는 호텔에 놓고 지하철로 이동을 했다. 콜로세움까지 이동하는 사이 지하철 내에서 젊은 남자 한 명이 나에게 슬쩍 눈치를 보고 다가왔다. 순간 소매치기임을 직감하고 주위를 경계했다. 그 남자의 손이 내 바지 주머니 속으로 들어오는 순간 강하게 그의 손을 밀쳐내 버렸다. 순간 당황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부리나케 다른 쪽으로 이동해 다음 역에 지하철이 도착하는 순간 그는 바로 지하철에서 내려 버렸다. 


  콜로세움을 비롯해 유명한 유적지 여러 곳을 다녔다. 로마의 문화유산은 실로 생각했던 것보다 더 대단해 보였다. 2,000년 전에 어떻게 이러한 건축물을 지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에 경이롭기까지 했다. 


  바티칸에 가서 베드로 성당 안을 들어가려고 줄을 섰다. 수천 명의 관광객들이 뜨거운 8월의 햇볕에도 기나긴 줄을 선 채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로마까지 왔으니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벽화는 봐야 할 것 같았다. 2시간 30분 정도를 줄을 서고 기다렸건만 들어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로 인해 언제 들어갈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입장하는 데 어느 정도 걸릴지 안내라도 해주면 좋으련만 전혀 그런 정보가 없었다. 뜨거운 한여름의 햇볕으로 인해 몸과 마음이 지쳐 결국 입장을 포기한 채 발길을 돌렸다. 로마의 그 위대한 유산이 얼마나 가치가 있는지 간접적으로 알 수 있을 뿐이었다. 그렇게 줄을 서서 기다리는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며칠에 걸쳐 로마의 유명한 곳을 대부분은 다 보았던 것 같다. 한때는 세계의 중심이었고, 역사책에는 유명한 인물로 홍수를 이루었으며, 수많은 영화와 도서의 주제가 되었던 곳이었던 로마였다. 하지만 현재의 로마는 그에 비해 엄청나게 많이 퇴색된 듯한 느낌이었다. 시민의식이나 사회 분위기 경제적 활력은 우리나라에 미치지 못했다. 오히려 우리나라가 더 선진국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며칠 동안 본 것으로 판단하는 것은 무리겠으나 나에게 다가온 로마는 그리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오로지 그 오래된 문화적 유산만이 현재를 지탱해 주는 느낌이었다. 


  모든 영광은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인류의 역사가 이를 여실히 증명하고 있다. 권력이나 부나 명예도 한순간이다. 찬란했던 그 위대한 로마의 영광도 그 당시일 뿐이었다. 우리에게 영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진정 우리는 무엇을 위하여 오늘을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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