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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an 15. 2022

평범한 것이 아름답다

일본의 아쿠다가와 상은 일본 문단의 가장 권위 있는 신인 문학상이라 할 수 있다. 이 상은 일본 문단을 진출하고자 하는 예비 작가들에게는 최대의 등용문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평가받는 문인들은 거의 대부분 이 상을 수상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오에 겐자부로도 1958년 <사육>이라는 작품으로 이 상을 받았다.


  또한 이 상은 재일 동포 사회의 아픔과 굴곡을 알리는 창구가 되기도 했다. 1972년 우리나라 재일 한국인인 이회성씨가 <다듬질하는 여인>으로, 1988년에는 이양지씨가 <유희>로, 1997년에는 유미리씨가 <가족 시네마>로 이 상을 수상해 재일 동포의 일본 문단에서의 저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 상은 20세기 초에 활약한 아쿠다가와 류노스케를 기념하기 위한 것으로 1935년 제정되었다. 아쿠다가와 류노스케는 1892년에 태어나 1927년 35살의 나이에 요절한 일본의 천재 작가 중의 하나로 꼽힌다. 그가 한 살 때 그의 어머니가 미쳐버리는 바람에 외삼촌의 집에서 양자로 자랐다. 그 후 자신에게 어머니의 광기가 유전될지 모른다는 공포감에 떨며 살아가게 된다. 도쿄대학에 입학해 당대 최고의 문인 나츠메 소세키 밑에서 문학 수업을 받았으며 그로부터 천재성을 인정받았다. 이후 많은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의 확고한 지위를 세웠지만, 35세라는 나이에 다량의 수면제를 먹고 자살했다. 이후 그를 기념하여 제정한 상이 아쿠다가와 상이며, 일본 문학의 최고의 전통으로 자리매김했다.


  그의 단편소설 <두자춘>은 인간에게서 평범한 삶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들은 참으로 매정한 동물입니다. 제가 부자가 되었을 때는 간이라도 내줄 것처럼 온갖 아부를 하고, 아첨을 떨다가도 제가 가난해지기만 하면 아부와 아첨은커녕 좋은 낯빛 한 번 보여주지 않습니다. 그런 모습을 생각하면 부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소설에서 주인공 두자춘은 우연히 엄청난 부를 소유하게 된다. 이로 인해 그의 주위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두자춘에게 모여드나, 그의 재산이 모두 사라져 버리자 그에게 모였던 사람들은 모두 그를 떠난다.


  시간이 지나 두자춘이 다시 부자가 되자 똑같은 일이 반복이 된다. 이에 두자춘은 자신에게 이익이 되면 그 사람에게 가까이하고 이익이 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을 헌신짝처럼 버린다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깨닫고 더 이상 부자가 되어봤자 또 그러한 인간들을 만날 생각을 하니 차라리 인간 사회를 떠나 신선이 되고자 한다.


 “내가 잠시 하늘나라에 가서 서왕모를 만나 뵙고 올 테니 자네는 그동안 이곳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도록 하게. 아마 내가 하늘나라에 가고 없는 동안 많은 마귀들이 자네에게 나타나서 자네를 속이고 유혹할 것이야.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자네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로 소리를 내어 대꾸를 해서는 안 되네. 만약 이를 어기고 단 한 마디라도 대꾸를 한다면, 자네는 절대로 자네가 원하는 신선이 되지 못할 것이니 명심하게. 천지가 개벽한다 하더라도 목소리를 입 밖으로 흘려보내서는 아니 될 것이야.”


  이에 신선이 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수행을 거쳐야 하는데 아무리 커다란 시련이 와도 말을 하지 않는 시련을 통과해야 했다. 불교에서 말하는 일종의 묵언 수행이었다.


  “두자춘은 순간 두 눈을 번쩍 떴다. 그리고 한 마리의 짐승이 힘없이 땅에 쓰러진 채, 슬픈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 어머니는 온갖 고통 속에서도 오직 자식만을 생각하며 참아 내고 계신 것이다. 자신이 부자가 되었을 때는 온갖 아부와 아첨을 하다가도, 가진 것이 모두 사라지면 상대도 하지 않는 그런 사람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넓고도 넓은, 깊고도 깊은 어머니의 마음이었다. 두자춘은 노인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구르듯이 어머니 앞으로 다가가서 두 손으로 죽어가는 짐승의 머리를 안고 슬프게 울었다.

‘어머니!’

그는 몸부림치듯 큰 소리로 울부짖고 말았다.”


 많은 유혹이 그에게 찾아오나 그는 그것들을 모두 이겨내게 된다. 하지만 마지막에 어머니가 고통에 빠져 있는 것을 본 나머지 말을 할 수밖에 없어 시련을 통과하지 못하고 신선이 될 수 없었다. 그로 인해 그는 원하지 않는 인간 사회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무엇이 되든지 그저 사람답고 성실하게 살고 싶을 따름입니다.”

  그리고 그는 인간이란 커다란 욕심을 버리고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평범한 것을 그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한 평범한 것을 벗어나 남들보다 특별해지고 싶어하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다. 만약 다른 사람보다 다른 하나라도 특별하기를 원한다면 두자춘과 같은 길을 가게 될지도 모른다. 삶은 평범한 것이 가장 어렵고 아름다운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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