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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an 23. 2022

맛을 아는 자

중용 4장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子曰道之不行也我知之矣知者過之愚者不及也道之不明也我知之矣賢者過之不肖者不及也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도가 행해지지 않음을 나는 그것을 안다. 지혜로운 사람은 지나치고 어리석은 사람은 미치지 못하니 도가 밝지 않음을 나는 안다. 현명한 자는 지나치고 못난 사람은 미치지 못한다.

 

人莫不飮食也鮮能知味也

사람은 마시고 먹지 않는 사람이 없지마는 맛을 알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맛이란 먹고 마시는 수준을 뛰어넘는 미학적인 단계다. 음식의 맛은 그 재료의 성질을 담아내는 데 있다. 음식을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지만 깊은 맛을 만들어 내기는 그리 쉽지가 않다.


나는 사실 음식의 맛을 잘 모른다. 먹고 마시는 정도의 수준으로만 살아왔기에 그렇다. 할 일도 너무 많고 시간이 없어 식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0분 남짓이다. 허겁지겁 얼른 먹고 또 다른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일에 치여 밥 먹는 것을 거른 적도 많이 있다. 예전에 초창기 시간강사 시절에는 1교시부터 8교시까지 중간에 쉬는 시간 없이 내리 8시간을 수업한 적도 있었다. 그런 날은 아예 점심을 먹는 것은 생각하지도 못했다. 8교시가 끝나고 나서 식사를 하게 되면 허기진 배를 채우느라 음식의 맛은커녕 밥을 입에 넣기가 무섭게 삼켜버리곤 했다. 그렇게 식사를 하는 사람이 어떻게 음식의 맛을 알겠는가?


그런 습관이 아예 몸에 배어서 지금도 시간적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식사를 엄청 빨리 하게 되는 것 같다. 같이 먹는 사람들은 어떻게 그렇게 빨리 밥을 먹느냐고 물어보곤 한다. 일부러 천천히 먹으려고 해도 그게 잘되지 않는다. 음식의 맛을 음미하는 것은 내 팔자에는 없는 것 같다. 따라서 음식의 미학을 알고 느끼는 것은 나 같은 사람은 쉽지 않을 수밖에 없다.


삶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살아가기에 바쁘다 보면 내가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지, 잘못된 길로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 채 그저 앞으로만 달려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것저것 의무적으로 해야만 하거나,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들이 많다 보면 진정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다 보면 어느새 인생을 돌아볼 나이가 되어 버리고 그제서야 자신의 삶을 잘못 살아온 것이 아닌가 후회를 하게 될 수 있다.


삶도 어찌 보면 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아름다운 인생은 그리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힘들고 바쁘더라도 하루 중 단 몇 분 만이라도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면 그러한 것이 누적이 되어 나중에 후회하는 것이 조금은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인생의 맛을 아는 자, 그가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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