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으로 보름이 되어 맑은 밤하늘을 바라보면 하얗고 둥근달이 밤을 밝히며 하늘 위에 떠 있다. 달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왠지 낭만을 느낀다. 많은 시인들이 달을 바라보며 유명한 시를 지었다. 달은 왠지 신비롭고 저 하늘의 어떤 영원무궁한 것을 꿈꾸게 만든다. 우리 인간은 땅에 발을 디디고 서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저 밤하늘의 달은 왠지 동경의 대상인 듯하다.
영국은 화폐단위로 종이돈인 파운드와 동전인 펜스를 쓴다. 펜스는 페니의 복수형이다. 화폐는 우리 현실에서 경제의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영국에서 6펜스는 은화다. 은화이기에 둥그렇고 하얗다. 화폐는 상징하는 것은 물질이다. 그저 현실일 뿐이다. 우리가 이 땅에 발을 디디고 살아가면서 매일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서머셋 모옴의 <달과 6펜스>는 예술가의 이상과 현실을 다룬 이야기이다. 우리 안에 내재되어 있는 이상을 좇는 영혼과 실질적인 삶을 무시할 수 없는 현실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 소설은 실제로 이상과 현실 사이의 방랑자였던 고갱을 모델로 하여 쓴 작품이다.
프랑스 출신의 인상파 화가였던 폴 고갱(Paul Gauguin, 848~1903)은 당시 현대문명의 중심지였던 파리에서 태어났다. 일찍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의 삯바느질로 생계를 유지해 갔다. 17살 되던 해 도선사가 되어 배를 타고 남미와 북극을 오가며 살아갔다. 23살 때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다시 파리로 돌아와 증권거래소의 점원으로 일하다 덴마크 여성과 결혼한다. 점차 경제적으로 안정되어 가면서 그는 그림에 취미를 갖게 된다. 전문적인 화가가 되기 위해 다녔던 증권거래소를 그만두게 되면서 경제적인 어려움에 빠지게 되고 이로 인해 그의 아내와 사이가 나빠지면서 별거하게 된다. 그리고 점점 그림에 빠지게 되고 현실적인 문명세계를 도피하여 남태평양의 타히티섬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미술에 전념하다 향수병에 걸리고 가족이 그리워 파리로 돌아와 아내와 재결합을 원했지만, 그의 아내는 냉담하게 거절한다. 현실은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 현실에 대한 환멸을 경험한 그는 다시 타히티섬으로 돌아가 13세의 혼혈 창녀와 함께 살며 오직 자신의 예술혼만 불사른다. 그리고 그곳에서 원주민의 삶과 인생, 그리고 뜨거운 열대의 강렬한 햇빛으로 인한 밝은 색채로 그의 예술을 완성시키고 그곳에서 삶을 마감한다.
소설에서 주인공인 찰스 스트릭랜드에게 왜 그러한 삶을 살아가느냐는 질문에 그는 말한다. “단지 그림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그에게 예술은 이유가 없었다. 그저 좋았을 뿐이다. 그렇기에 현실을 버릴 수 있었다. 경제적으로 궁핍하게 될 줄 알면서도, 그는 그가 원하는 것을 했을 뿐이다. 실제로 고갱도 그가 살아있을 때는 극도의 빈곤 속에서 지내다 병을 얻게 되어 심장마비로 사망했다. 그의 사후에 그의 예술이 인정을 받게 된다. 이상을 좇아 시대를 앞서 살아가는 사람에게 현실과의 괴리는 어쩌면 피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예술가의 입장에서 바라본다면 우리는 다른 시각과 이해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예술을 쫓아가는 것이 이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나, 예술가의 세계에서는 우리들이 말하는 그 예술이라는 이상이 그들에게는 현실이었을 뿐이다. 우리들이 생각하는 표준적이고 규범적인 삶이 그들에게는 현실이 아니라는 것이다.
소설에서 주인공은 나중에 예술에 몰두하다 문둥병에 걸려 삶의 종착지가 가까워져 가고 있음을 안다. 주인공과 함께 지냈던 혼혈 소녀 이타는 주인공을 떠나지 않고 끝까지 그의 곁에 머문다. 순진한 그녀의 사랑에 주인공은 눈물을 흘리고 자신 때문에 불행해진 그녀에게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가 눈을 감는 순간 그의 마음에는 누가 있었을까? 끝까지 자신을 믿고 함께 했던 이타를 마음 가득 품고 세상을 떠나지 않았을까? 그들은 영혼까지 함께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