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열의 단편소설 <시인과 도둑>은 문학의 쓸모에 대한 고민이다. “시”는 가장 순수한 문학을 대표하는 상징이다. 시인이 의미하는 바도 마찬가지다. 소설에서 도둑은 현실을 상징한다. 문학은 그 문학 자체로서의 의미만 있는 것인가, 아니면 문학이 현실에 영향을 미치게 하는 것이 의미가 있는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이 소설의 핵심이다.
소설에서 시인은 자신의 시 세계에만 살고 있었다. 그저 시를 쓰는 것을 천직으로 생각하며 전국을 방랑하며 시를 쓰는 것으로 만족했다. 더 나은 시를 쓰고자 고민하고 자신의 인식의 발전에 따라 새로운 시를 써가며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구월산을 지나다 도둑 떼를 만난다. 시대는 조선조 세도정치 기간이다. 도둑에게 이끌려 그들의 산채로 가서 도둑의 두목을 만난다. 그는 오직 현실에만 관심이 있는 자였다. 그들이 처해 있는 시대적 현실은 너무나 많은 문제로 인해 살아가기가 힘에 겨웠다. 두목은 현실을 뒤엎어 그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력을 모아 관아를 습격하고 세도정치로 인해 파탄이 난 민생을 해결하여 새로운 세상으로 만들어 나가길 원했다.
두목은 가진 것 없는 시인의 목숨을 구해주는 대가로 시인에게 자신의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현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를 쓰라고 한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서라도 시인은 그들을 위한 시를 쓸 수밖에 없었다. 문학이 현실을 바꾸는 데 있어 어떤 쓸모가 있는지 그 또한 관심이 있었다. 시인은 도둑 무리들에게 사회적 비리에 대한 분노를 일으켜 줄 수 있는 시를 쓰기도 하고, 그러한 문제 있는 사회를 혁명적으로 뒤엎을 수 있는 용기를 주는 시를 그들을 위해 써주기도 한다.
시인이 써 준 시로 인해 도둑들은 엄청난 용기와 의욕을 얻게 되고 금방이라도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 같은 분위기가 되어버린다. 이를 바탕으로 도둑의 우두머리는 사기충천한 무리들을 데리고 관아를 습격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그들이 매일 노래처럼 불러대는 그 시들이 관아와 마을에도 이미 퍼져 버렸다. 이로 인해 관아에서는 도둑의 습격에 대비해 철저한 준비를 한다.
계획된 날에 도둑 무리 전체는 금방이라도 모든 것을 자신의 세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으로 관아를 습격하지만 이미 철통 같은 방어를 하고 있었던 터라 참패를 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시인의 시로 인해 역효과가 나고 말았던 것이다. 많은 희생을 치를 수밖에 없었던 도둑은 퇴각해 자신의 산채로 쓸쓸히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이에 도둑의 우두머리는 시인을 불러 원래 있었던 그의 자리로 돌아가라고 풀어준다.
모든 것은 있어야 할 자리가 있다. 시는 문학일 뿐이며 세상을 뒤집기 위한 도구가 아니다. 문학의 쓸모는 혁명이 아니다. 그러기에 잘못 쓰임을 받는 경우 오히려 역효과만 생길 뿐이다.
모든 것은 쓸모가 있는 곳에 써져야 한다. 제대로 쓰이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 존재의 의미마저 사라지고 만다. 모든 것의 효용가치만 생각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자신의 목적을 위한 쓸모만 생각하여 그 쓰임새를 변환시켜 버리려는 것은 탐욕에 불과할 뿐이다.
해야 할 것만 하고, 있는 그대로를 존중하여 그 자리에 그냥 있게 해 두는 것이 보다 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한 방법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