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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Jan 26. 2022

그림자처럼 살면서

子曰回之爲人也擇乎中庸得一善則拳拳服膺而弗失之矣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안회의 사람됨은 중용을 택하여 한 가지 착한 것을 얻으면 받들어서 가슴에 간직하여 그것을 잃지 않는다. (중용 8장)

 

  공자에게는 많은 제자가 있었지만, 공자가 사랑하는 수제자는 단연 안회였다. 안회는 공자를 평생 그림자처럼 따랐다. 안회는 공자와 같은 동네 사람으로 30살 정도 아래였다. 안회는 어려서부터 공자에게서 배우고 자랐다. 공자의 말을 너무나 곧이곧대로 듣고 따라서 공자마저 안회가 바보가 아닌가 할 정도였다고 한다. 자신의 의견이란 하나도 없이 오직 공자의 뜻대로 행하기만 하였다.


  안회가 어느덧 성장하여 공자와 모든 것을 함께 하며 생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안회는 공자의 바로 곁에서 모든 수발을 다 들었다. 스승을 위하여 하루 세끼 밥을 짓고, 스승의 잠자리를 돌보고, 스승의 모든 빨래를 다 했으며, 공자가 어디를 가더라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도와드렸다. 


  안회는 그렇게 공자와 14년 동안을 먹고, 자고, 배우고, 여행하고 모든 것을 함께 했다. 공자의 제자가 엄청 많았지만, 대부분의 경우는 공자의 곁을 들락날락했다고 한다. 오직 안회만이 1년 12달 공자 곁을 지켰다. 

  아무리 스승과 제자라고 하더라도 14년을 하루 같이 뒷바라지하는 것은 결코 쉽지가 않다. 생활하다 보면 자신과 맞지 않는 부분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아무리 남자끼리라도 모든 것이 다 맞을 수는 없다. 하지만 안회는 스승의 모든 것을 온전히 다 받아들였다. 스승의 어떤 지침도 거역하는 것이 없었고,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도 없었다. 


  그림자는 말이 없다. 오직 그 주인의 뒤만 따라다닐 뿐이다. 주인이 가면 가는 대로, 오면 오는 대로, 그저 묵묵히 곁을 지킬 뿐이다. 자신의 의견이나 존재도 드러내지 않고 평생을 그렇게 고요하게 옆에 있을 뿐이다. 

  안회는 공자의 그림자였다. 스승이 하라는 대로 하고, 가르쳐 주는 대로 배우고, 공자가 필요한 것을 알아서 다 챙겨주었다. 14년을 이렇게 사는 것이 진정 가능한 것일까? 공자가 안회를 바보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여긴 것은 안회가 하나의 주체로서의 인간이 아닌 그저 그림자가 아닌가 싶어서 그랬던 것이다. 하지만 공자는 안회의 진정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안회는 자신을 초월해서 살아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공자는 알았던 것이다.  


 공자가 안회를 아꼈던 또 다른 이유는 안회는 자신이 배운 것을 끝까지 잊지 않고 지켰기 때문이다. 오늘 하나를 배우면 그것을 잊지 않고 마음속에 간직했고, 다음 날 또 하나를 배우면 그것 또한 마음 깊이 새겼다. 시간이 흘러 공자와 함께한 14년이 흐르자 안회는 최고의 수제자가 될 수 있었다. 공자는 그 어떤 제자도 안회를 따를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스승과 제자의 진정한 관계, 그리고 사랑은 그렇게 아름답게 쌓였다. 하지만 운명은 그 이상을 허락하지 않았다. 안회가 공자와 함께한 14년이 지나 안회의 나이 41세가 되던 해 공자가 가장 아꼈던 안회는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이 소식을 듣고 공자는 너무나 크게 상심하여 한탄한다. 


  “아! 세상이 나를 버리는구나!”

  공자는 안회의 장례식에서 그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가운데서도 불구하고 땅을 치고 흐느껴 울었다. 자신의 자식이 죽었을 때보다 더 크게 통곡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놀랐고, 공자가 진정으로 안회를 사랑했음을 깊이 깨달았다. 


  안회는 공자를 그림자처럼 따르며 살았지만, 진정한 공자의 제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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