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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나온 시간들 Feb 10. 2022

성남집과 청남대

아버지께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삼겹살이다. 집에서 30분 정도 가면 문의 대청호가 있고 청남대 들어가기 전에 성남집이 있다. 성남집은 이모가 운영하시다가 지금은 이모의 아들에게 물려주었고 한 자리에서 30년 넘게 잘 운영되고 있다. 


  예전부터 아버지는 성남집 삼겹살을 좋아하셨다. 두꺼운 삼겹살을 숯불에 구워 드시면 평소 식사량보다 훨씬 많이 드시곤 하신다. 오래도록 자주 다녔기에 언젠가부터는 2주일에 한 번 정도는 가게 되는 루틴이 아예 생겨버렸다. 어머니께서도 성남집에 가면 잘 드셔서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모시고 가서 삼겹살을 푸짐히 먹는다. 


  나는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부모님 덕분에 정기적으로 삼겹살을 먹게 된다. 사람이 많은 시간을 피해 오전 11시 30분 전에 가서 먹고 나면 드라이브하면서 대청호도 볼 수 있어 외식하는 것으로는 그만이다. 


  근처에 있는 청남대는 5공화국 때 지어진 대통령 별장이다. 80년대에는 그 근처에 접근도 할 수가 없었다. 경찰들이 청남대 들어가기 몇 킬로 전부터 바리케이드를 쳐 놓고 항상 보초를 서고 관계자 외엔 그 누구도 얼씬도 못하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청남대의 모든 시설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어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다. 봄이면 새봄맞이 봄꽃 축제도 열리고, 가을이면 국화축제도 열린다. 청남대에서 보면 바로 앞이 대청호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있어 주말이면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지금은 청남대 내부까지 다 돌아볼 수 있어서, 예전에 대통령이 휴가를 보냈던 침실, 거실 등을 모두 볼 수 있다. 처음 청남대가 시민들에게 돌려주었을 때 부모님을 모시고 그 내부까지 관람한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너무 신기해서 여기저기 자세히 둘러보던 기억이 난다. 청남대는 계절마다 그 경치가 아름답다. 겨울이면 대청호반의 설경에 감탄이 나오고, 가을이면 단풍으로 그림을 그려놓은 듯하다. 물론 꽃이 피는 봄은 말할 것 없이 예쁘고, 여름도 호숫가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에 피서지로도 그만이다. 


  청남대 들어가는 길은 커다란 플라타너스로 이어진 가로수길인데 바로 옆이 대청호가 다 보여 경치가 정말 좋다. 가끔씩 마라톤 동호회에서 청남대 가는 길로 달리기를 하는데 아마 마라톤 코스로는 전국의 그 어떤 코스보다 좋지 않을까 싶다. 


 어제도 부모님을 모시고 성남집에 가서 삼겹살을 먹었다. 몇 개월 전에만 해도 식사도 잘 못하시던 어머니께서 이제 거의 다 회복이 되어 드시는 것을 보니 속으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아버지 또한 집에서 드시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을 드셔서 내 마음이 너무나 흡족했다. 사촌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여유롭게 먹고, 자동차로 대청호를 옆에 끼고 드라이브도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모습이 변하기는 하지만 항상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청호, 부모님도 연세는 드시지만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시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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