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께서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삼겹살이다. 집에서 30분 정도 가면 문의 대청호가 있고 청남대 들어가기 전에 성남집이 있다. 성남집은 이모가 운영하시다가 지금은 이모의 아들에게 물려주었고 한 자리에서 30년 넘게 잘 운영되고 있다.
예전부터 아버지는 성남집 삼겹살을 좋아하셨다. 두꺼운 삼겹살을 숯불에 구워 드시면 평소 식사량보다 훨씬 많이 드시곤 하신다. 오래도록 자주 다녔기에 언젠가부터는 2주일에 한 번 정도는 가게 되는 루틴이 아예 생겨버렸다. 어머니께서도 성남집에 가면 잘 드셔서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모시고 가서 삼겹살을 푸짐히 먹는다.
나는 고기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부모님 덕분에 정기적으로 삼겹살을 먹게 된다. 사람이 많은 시간을 피해 오전 11시 30분 전에 가서 먹고 나면 드라이브하면서 대청호도 볼 수 있어 외식하는 것으로는 그만이다.
근처에 있는 청남대는 5공화국 때 지어진 대통령 별장이다. 80년대에는 그 근처에 접근도 할 수가 없었다. 경찰들이 청남대 들어가기 몇 킬로 전부터 바리케이드를 쳐 놓고 항상 보초를 서고 관계자 외엔 그 누구도 얼씬도 못하게 했다. 하지만 지금은 청남대의 모든 시설을 시민들에게 돌려주어 언제든지 들어갈 수 있다. 봄이면 새봄맞이 봄꽃 축제도 열리고, 가을이면 국화축제도 열린다. 청남대에서 보면 바로 앞이 대청호의 가장 아름다운 풍경이 있어 주말이면 시민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다.
지금은 청남대 내부까지 다 돌아볼 수 있어서, 예전에 대통령이 휴가를 보냈던 침실, 거실 등을 모두 볼 수 있다. 처음 청남대가 시민들에게 돌려주었을 때 부모님을 모시고 그 내부까지 관람한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너무 신기해서 여기저기 자세히 둘러보던 기억이 난다. 청남대는 계절마다 그 경치가 아름답다. 겨울이면 대청호반의 설경에 감탄이 나오고, 가을이면 단풍으로 그림을 그려놓은 듯하다. 물론 꽃이 피는 봄은 말할 것 없이 예쁘고, 여름도 호숫가에서 부는 시원한 바람에 피서지로도 그만이다.
청남대 들어가는 길은 커다란 플라타너스로 이어진 가로수길인데 바로 옆이 대청호가 다 보여 경치가 정말 좋다. 가끔씩 마라톤 동호회에서 청남대 가는 길로 달리기를 하는데 아마 마라톤 코스로는 전국의 그 어떤 코스보다 좋지 않을까 싶다.
어제도 부모님을 모시고 성남집에 가서 삼겹살을 먹었다. 몇 개월 전에만 해도 식사도 잘 못하시던 어머니께서 이제 거의 다 회복이 되어 드시는 것을 보니 속으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아버지 또한 집에서 드시는 것보다 훨씬 많은 양을 드셔서 내 마음이 너무나 흡족했다. 사촌 동생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여유롭게 먹고, 자동차로 대청호를 옆에 끼고 드라이브도 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에 따라 모습이 변하기는 하지만 항상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청호, 부모님도 연세는 드시지만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계시길 바랄 뿐이다.